의사에게 듣는 '질환' 이야기
호르몬 질환, 어렵지 않아요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내분비계 질환
다수의 사람들에게 호르몬은 다소 생소한 단어다. 하지만, 호르몬의 특징과 구조만 알고 있으면 ‘어떤 원인으로 특정 질환과 증상이 생기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호르몬(hormone)’은 혈액으로 분비되는 화학물질 전달자(messenger)다. ‘흥분하다’ ‘부추기다’라는 그리스어 동사에서 왔고, 느리지만 광범위하게 우리 몸 항상성을 조절한다. 호르몬은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 H)’ ‘뇌하수체(pituitary gland; P)’ 그리고 인체 여러 부위에 존재하는 ‘표적 장기(target organ; O)’ 이 세 가지 사이에 복잡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회사’를 상상하고 호르몬을 ‘지시와 주문서’로 생각하면 쉽다.
‘시상하부(H)’는 회사 ‘사장’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 ‘뇌하수체(P)’는 주문 담당 부서다. 인체 ‘표적 장기(O)’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생산 ‘공장’이라 생각하자. 호르몬은 특정 장기에 특이수용체를 가진 세포만 반응하고 이들 세포를 ‘표적 세포’, 표적 세포가 있는 장기를 ‘표적 장기’라 한다. 시장에서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장은 더 만들라고 부서에 ‘지시(releasing hormone)’한다, 부서는 지역에 있는 자동차 생산 공장에 구체적인 ‘주문서(tropic hormone)’를 보낸다. 공장은 적절히 자동차를 생산한다. 이렇게 우리 몸에는 호르몬과 관련된 다양한 축(HPO axis)들이 존재한다.
‘뇌하수체 질환’은 ‘주문 부서 문제’이다. 뇌하수체 기능이 현저히 증가하는 경우 주로 뇌하수체에 생기는 ‘양성종양(pituitary adenoma)’이 원인이다. 어떤 기능을 하는 세포에서 생기느냐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성장자극세포종(somatotroph adenoma)은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을 많이 분비한다. ‘성장호르몬을 무한정 만들라’는 주문이다. 소아에서 뼈끝이 닫히기 전이라면 ‘거인증(gigantism)’이 나타난다. 거인증은 신체가 전체적으로 커지는, 말 그대로 거인이 되는 것이다. 혹시, 뼈끝인 닫힌 후에 종양이 생기면 ‘말단비대증(acromegaly)’이 나타난다. 말단비대증은 턱이 길어지고, 얼굴 윤곽이 투박하고 손발이 커지며 등이 굽는 증상이 있다.
‘갑상선 질환’은 보통 ‘공장 문제’이다. 사장과 부서 문제(시상하부 또는 뇌하수체종양)가 있으면, 지시와 주문이 많아 공장이 가동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지시와 주문은 적당한데, 공장이 생산을 멈추지 않는다면 ‘공장 자체 문제’라 할 수 있다. 원인은 ‘자가면역, 감염, 염증, 암’ 등 다양하다. 갑상선호르몬이 많아지면(항진증) 덥고 땀이 나서 더위를 참지 못한다. 빠른 신경 반응으로 성격이 신경질적이다. 근육량은 줄어들고 빠른 맥박과 고혈압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약, 갑상선호르몬을 만드는 재료가 부족하다면(저하증) 반대 증상이 나타난다. 추위를 참지 못하고 신경 반응이 느려지며 피로감, 무딘 성격을 띤다. 작은 키에 심장의 영향으로 심방박동이 느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