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듣는 '질환' 이야기
헬리코박터? 귀에 익숙하긴 한데, 정확히 뭐죠?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소화기계질환
‘헬리코박터 플랜’ ‘헬리코박터 케어’ 한 번쯤 들어본 단어들이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 H. pylori)’는 위염과 궤양을 유발하고, 암의 원인으로도 지목받는 세균의 이름이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는 특징적인 나선 모양(helico)을 가졌으며 그람 음성 박테리아에 속하는 세균(bacter)이다. 보통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고 위(stomach) 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감염된 모든 환자가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위궤양과 합병증을 동반한 십이지장 궤양이 있는 환자는 꼭 치료가 필요하다. 이 균은 위샘암종과 위림프종 모두에서 발견된다.
H. pylori는 CagA 병원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성장 인자’를 자극, 비슷한 반응들을 유발한다. 결국, 만성 염증과 위 세포 증식으로 ‘위샘암종’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만성적인 감염은 돌연변이 축적으로 세균에 반응하는 T세포를 생성한다. T세포는 다클론성 B세포 증식을 자극하면서 위림프종 일종인 ‘B세포 종양(MALToma)’이 생길 수 있다.
검사와 치료
우선 복통 등 증상이 있어 병원을 방문하면 만성위염과 궤양 그리고 췌장염을 감별하기 위해 amylase, lipase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진행한다. 다음으로 ‘내시경’을 통해 병변의 H. pylori 감염, 만성위염, 궤양, 위암 등을 확진할 수 있다. 감염 확진 검사는 H. pylori가 요소분해 효소(urease)를 분비하여 요소(urea)를 암모니아(NH3)와 이산화탄소(CO2)로 분해한다는 사실을 이용한다. 암모니아는 위산을 부분적으로 중화시키고, 위를 자극하여 염증과 궤양을 일으킨다.
먼저 내시경 검사와 함께하는 ‘CLO 검사’는 신속 검사(rapid urease test)로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하면 양성이다. CLO 검사는 침습적으로 내시경 중 조직검사가 필요하고 악성 궤양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요소 호기 검사(urea breath test; UBT)’는 날숨을 채취하는 비침습적 검사로 민감도가 높아 감염 여부와 치료 효과 평가에 이용된다.
H. pylori 감염은 강력한 ‘위산 분비 억제제’와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를 병행하여 치료한다. 보통 1~2주 동안 집중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고, 치료 종료 4주 후 요소 호기 검사(UBT)를 통해 박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H. pylori는 암과 위장 질환 발생 확률을 3~6배 높일 수 있는 ‘위험한 세균’이고 박멸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한 음식을 여럿이 함께 먹거나, 어른이 먹던 음식을 아이에게 나누어 먹이는 문화 때문에 감염이 쉽다. 평소 앞 접시를 사용하고, 덜어 먹는 등 ‘식사 문화’를 조금 바꾼다면, ‘헬리코박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