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일주일 남기고”… 27만 팔로워 ‘조로증 소녀’, 19세 나이로 세상 떠나

김예경 기자 |2024/12/20 14:09

[해외토픽]

▲ 소아 조로증을 앓고 있던 틱톡커인 빈드리가 1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사진=데일리 메일
소아 조로증을 앓고 있지만 틱톡에서 약 27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소녀가 19번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남아프리카에서 소아 조로증을 앓았던 빈드리 부이센(19)의 엄마는 페이스북 채널에 “항상 희망과 기쁨을 줬던 딸의 죽음을 깊은 슬픔과 함께 알린다”며 “사랑을 준 전 세계 팬들에게 고맙다”는 글을 올리며 빈드리가 19일에 죽었다는 부고를 전했다. 빈드리는 정상인보다 몇십 년 일찍 늙는 질환인 ‘소아 조로증’을 앓고 있었다. 소아 조로증 환자들의 경우 평균 수명은 13년 정도지만 빈드리는 최근까지도 심장 수술받으며 더 오래 생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특히 빈드리는 전 세계 곳곳에 자신과 같은 희귀병 환아에게 힘을 주고 싶다며 틱톡을 통해 투병 생활을 공개하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약 27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커이기도 하다. 영상 속 그는 “태어날 때부터 조로증과 함께 살아왔고 점점 익숙해졌다”며 “수년에 걸쳐 모든 어려움과 수술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빈드리는 19번째 크리스마스를 즐길 예정이었으나 일주일 앞두고 세상을 떠나 누리꾼들은 더욱 안타까워하고 있다. 빈드리의 죽음에 누리꾼들은 “천사가 떠났다” “많은 응원을 받았다”며 애도를 표현했다.

소아 조로증은 ‘허친슨 길포드 조로증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며, 수백만 명 중 1명에서 발생할 정도의 희귀질환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9~24개월이 되면 키가 크지 않고 몸무게도 적게 나가는 성장‧발육 지연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하지방 위축, 골 형성 부전 등의 노인과 유사한 변화가 나타난다. 2세 이후부터 모발도 하얗게 변하며, 턱이 발달하지 않아 치아가 비뚤게 자라기도 한다. 동맥벽이 잘 자라지 못해 동맥경화, 협심증 등 심장 질환이 생긴다. 그 외 청력 손실, 성(性)적 미성숙, 높은 음색의 목소리를 가지는 특징이 있다. 소아조로증 환자는 합병증 때문에 보통 8~21세에 사망한다.

소아 조로증은 선천적 장애다. 원인은 제1 염색체에 존재하는 LMNA(라민A) 유전자 이상이다. LMNA 유전자는 세포의 핵을 지탱하는 구조적 발판인 라민A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라민A 단백질에 생긴 결함으로 세포의 핵이 불안정해져 이른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라 알려졌다. 진단은 증상이 명확히 보이는 2세 이후로 내려진다. 신체 증상, 과거력, 유전자 검사를 바탕으로 진단한다.

아직 소아 조로증 자체를 치료할 방법은 없다. 환자 개개인이 가진 증상에 대처하는 치료가 이루어질 뿐이다. 대신 관련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05년 미국 국립보건연구소 프란시스 콜린스 박사팀 발표에 따르면 파르네실전달효소 억제제(FTIs, farnesyltransferase inhibitors)가 선천적 조로증 세포 결함을 방지해 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 임상실험 중이다. 2011년에는 신장이식 환자들의 면역체계 억제용으로 사용되는 ‘리파마이신’이 노화를 유발하는 독성단백질인 프로저린을 청소해 선천성 소아 조로증에 도움이 될 것이라 발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