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으로 시작해 갑자기 하반신 마비로… 19살 소녀 덮친 희귀병, 원인은?

이해나 기자|2024/08/28 11:06

[해외토픽]

▲ 영국에 사는 에이미 루이스 보몬트(19)는 기능성 신경학적 장애를 앓고 있다./사진=더 미러
갑작스럽게 찾아온 틱 증상 이후 하반신이 마비돼 걷는 것마저 어려워진 영국 소녀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23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더 미러는 기능성 신경학적 장애(Functional Neurological Disorder, FND)를 앓고 있는 에이미 루이스 보몬트(19)의 사연을 전했다. 에이미는 17세였던 지난 2022년 10월 갑작스러운 틱 증상을 겪었다. 그 이유가 얼마 전 걸린 심한 감기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틱과 경련 증상은 더욱 강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이후 수면과 움직임에도 문제가 생겼고, 한쪽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5일 후 에이미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을 찾았을 당시 에이미는 걷는 것은 물론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기능성 신경학적 장애였다. 입원한 동안 그는 발작을 일으켰고, 진정제와 항우울제, 항파킨슨약을 투여받았다. 퇴원 후에도 에이미의 다리는 이전처럼 기능하지 못했다. 멀리 걷는 게 불가능했고, 발 앞부분을 들어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발작과 틱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해야 했다. 현재 에이미와 가족은 가정용 휠체어 리프트를 구입하기 위해 모금하고 있다. 에이미는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고, 의료 전문가들이 병에 대해 더 잘 인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이미가 앓고 있는 기능성 신경학적 장애는 뇌에서 신호를 보내고 받는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 질환이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대부분은 움직임이나 감각 이상을 겪는다. 팔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거나 마비가 올 수 있다. 안면 마비나 시력 저하, 기억력 저하와 같은 증상도 발생한다. 말을 하지 못했던 에이미처럼 언어 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환자에 따라 트라우마나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비간질성 발작'을 겪기도 한다. 비간질성 발작은 뇌의 전기 활동이 변하지 않아 간질성 발작과는 구분된다.

기능성 신경학적 장애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만성 통증이나 피로, 스트레스로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아동 학대나 방임, 폭력 등에 노출되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외에도 외상이나 전염병 등으로 신경계 이상 증상을 겪었다면 기능성 신경학적 장애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미국 희귀질환기구(NORD)에 따르면 이런 위험 요인에 노출되지 않은 환자가 많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에이미 또한 평범하고 건강한 일상을 살다 갑작스럽게 발병한 경우다.

기능성 신경학적 장애는 생명에 위협이 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지속되면 운동 장애, 언어 장애, 발작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하는 게 중요하다. 예방이 어렵기에, 질환이 발생했다면 트라우마 등 발병 요인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 발생하는 증상에 대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움직임이 불편하거나 근육 이상을 겪고 있다면 물리치료를 진행한다. 잦은 발작이 과거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면 상담 치료 등을 통해 극복을 돕기도 한다. 기능성 신경학적 장애를 치료하는 약물은 아직 없다. 다만, 우울증이나 신경계 통증 등이 나타나면 이를 완화하는 약물을 복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