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인대·힘줄에 포도당 주입… '인위적 염증' 유도해 재생 돕는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2022/01/12 09:07

관절질환 개선하는 '프롤로 치료' 주사제로 염증 유발, 자연 회복 유도 인대·힘줄뿐 아니라 디스크에도 효과 정확도·안전성 높이기 위해 초음파 활용

▲ 인대·힘줄은 혈관이 적어 한번 손상되면 잘 낫지 않는다. 청담마디신경외과 심재현 대표원장은 “프롤로 치료는 손상된 인대·힘줄에 포도당 용액을 주입, 염증을 유발해 회복을 유도하는 치료로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뼈와 뼈를 잡아주는 '인대', 근육을 뼈에 부착시키는 '힘줄'. 인대와 힘줄은 한 번 손상되면 잘 낫지 않는다. 근육과 달리 혈관 분포가 적기 때문에 회복에 필수적인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안 된다. 그래서 만성 통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청담마디신경외과 심재현 대표원장은 "손상된 인대와 힘줄은 시간이 지나도 완벽하게 회복이 안 되고 장기적으로 통증을 유발한다"며 "손상된 인대·힘줄 부위에 포도당 용액을 주입해 인위적인 자극을 해서 자연 회복을 유도하는 프롤로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흔한 목디스크나 허리디스크에도 프롤로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재현 대표원장은 "신경 눌림으로 인한 마비나 대소변 장애가 없다면, 프롤로 치료만으로 인대·힘줄을 강화해 척추 관절을 안정화시켜 통증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인위적으로 염증 만들어 회복 도모

프롤로 치료(prolotherapy)는 다양한 종류의 자극제를 손상된 인대, 힘줄 그리고 관절에 주사해 손상된 조직 치유를 촉진하고 통증을 감소시키며 기능을 향상하도록 고안된 치료법이다. 인대·힘줄의 자가 재생을 유도해 실제로 문제가 있는 곳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는 치료 기전을 가지고 있다. 자극제로는 포도당이 대표적이다. 포도당은 영양소로 부작용 없이 안전하며, 수십 년간 프롤로 치료의 증식제로 사용됐다. 12.5~25% 농도의 포도당 용액을 손상된 인대·힘줄 부위에 주입하면 염증 반응이 촉진된다. 염증은 회복을 위한 한 과정이므로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염증을 통해 콜라겐 등 섬유조직 증식이 이뤄지고, 섬유조직이 단단해지는 리모델링 과정을 거치면 완전한 회복에 이른다.

▲ 프롤로 치료로 경추를 잡고 있는 인대를 강화해 목디스크를 치료하는 모습.
프롤로 치료는 1956년 미국 의사 조지 해켓 박사가 고안했다. 심재현 대표원장은 "프롤로 치료는 70년이나 된 치료법이고, 수술 없이 근골격계 질환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라고 말했다.

관절 질환이나 수술 후 통증·기능 개선 효과

프롤로 치료는 회전근개파열, 발목 인대 손상, 테니스엘보, 골프엘보 같은 인대·힘줄 질환뿐만 아니라 무릎, 허리, 목 등 여러 관절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수술 후 기능 저하나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에도 써볼 수 있다. 프롤로 치료는 인대·힘줄 강화를 통해 관절을 안정화시키고, 수술 후에 손상받은 조직의 회복을 이끌어내 통증을 개선한다. 프롤로 치료는 보통 4주 간격으로 3~6회 치료를 한다.

심재현 대표원장은 "인대와 힘줄을 자극하고 증식이 되기를 충분히 기다렸다 다시 자극을 하는 식으로 치료가 이뤄지며, 80% 환자는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프롤로 치료를 잘 하려면 의사가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히 알고, 병변을 잘 찾아서 정확한 위치에 주사를 놓고 적당히 자극해야 한다. 최근에는 정확하고 안전한 주사제 투여를 위해 고해상도 근골격계 초음파를 활용하고 있다. 고해상도 초음파를 활용해 병변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조직의 안정성을 검사하며 관절 가동 검사가 가능하다. 또한 중요한 신경과 혈관을 안전하게 유지하며 원하는 부위에 정확하게 필요한 만큼의 증식제를 주입하여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 병변 부위의 호전 유무와 변화를 확인해 경과 관찰을 할 수도 있다.

프롤로 치료를 시작하면 염증·증식 반응이 일어나면서 환자는 통증을 느끼거나 부종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회복을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시간이 지나면 호전된다.

손상된 인대와 힘줄의 회복이 일어날 때 체내 영양소가 없으면 충분한 회복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심재현 대표원장은 "마그네슘은 통증 조절과 근육 이완에 도움을 주고, 비타민D는 뼈를 강하게 하는데 필수적인 영양소라 부족한 경우 따로 보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롤로 치료 정식으로 전수받은 의사

프롤로 치료는 주사 치료 특성상 의사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을 많이 하다보니 치료 효과가 시술 의사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한계가 있다.

심재현 대표원장은 "도제식 교육을 받아야 하다보니 치료의 표준화가 완벽하게 돼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심 대표원장은 2009년 프롤로 치료 창시자인 미국의 해켓 박사의 제자의 제자인 미국 프롤로치료학회 회장 패터슨 박사에게 프롤로 치료를 정식으로 전수받은 몇명 되지 않는 한국 의사다. 심 대표원장은 미국 프롤로치료학회의 정회원이며, 교수 요원의 자격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 매년 미국 위스콘신 의대에 초청받아 전 세계에서 프롤로 치료를 배우러 오는 의사들을 가르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만성통증교과서 '인대증식치료' 편 집필진으로 참여했고, 2022년에는 대한말초신경학회 회장으로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