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폐섬유증, 약물치료로 진행 억제해야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2021/06/18 14:52

▲ 특발성 폐섬유증은 약물치료로 진행을 억제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폐가 서서히 굳어지는 폐 섬유화 현상을 겪게 되는 질환을 폐섬유증이라고 한다. 신체에 상처가 생기면 나으면서 상처 부위가 딱딱해지듯, 폐 섬유화 역시 폐가 어떤 이유로 손상을 받은 후 치유되는 과정에서 남는 상처라고 할 수 있다. 폐 섬유화 질환에 대해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영환 교수에게 물었다.

- 특발성 폐섬유증이란?
우리 몸에 생긴 상처가 낫는 과정에 흉터가 생기듯 폐 섬유화도 그렇다. 대부분 폐 섬유화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광산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석탄가루를 장기간 흡입하기 때문이고, 돌가루가 많은 환경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공중에 흩날리는 돌가루를 많이 마시다 보니 폐 질환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간혹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이야기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을 정확히 이야기하려면 간질성 폐 질환부터 알아야 한다. 신체의 호흡기 구조를 살펴보면 기도와 기관지, 폐포가 존재하는데 이 중 폐에서 공기가 지나가는 길의 마지막 부분인 폐포 사이를 ‘사이간’ 자를 사용해 ‘간질(間質)’이라고 부른다. 간질성 폐렴이란 간질에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여기에는 150가지 이상의 질환이 있다. 이 다양한 질환을 앓는 과정에서 간혹 폐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일어나게 된다. 폐섬유증은 간질성 폐렴의 증상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행성으로, 완치가 없다.

- 특발성 폐섬유증도 환경적·업적 원인 때문일 가능성이 큰가?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의 폐 질환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폐가 외부 공기를 들이마시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특발성 폐섬유증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환경에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환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디서 생활하는지, 그곳의 환경이 어떤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게 큰 어려움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진단을 받는 과정이 쉽지 않아 진단 과정에서부터 크게 지치기도 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되기 위해서는 앞서 예를 든 모든 가능성이 원인이 아님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지난하고 길게 느껴지는 것이다.
간혹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 아닌가 질문하는 환자도 있다. 가능은 하지만 그 빈도가 매우 낮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환자를 맡으면서 특발성 폐 질환을 겪고 있는 분을 천 명 이상 만났지만, 그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10 케이스가 채 안 됐다.
특정한 원인을 찾기 어렵지만 한 가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존재한다. 흡연이다.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발병률이 약 2배가량 높다.

-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가?
특발성 폐섬유증의 주요 증상은 기침과 호흡곤란이다. 하지만 이 두 증상은 호흡기질환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기 때문에 단순히 기침과 호흡곤란이 나타난다고 해서 특발성 폐 질환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사실 호흡곤란이 올 정도면 이미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초기에는 호흡곤란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상만으로 특발성 폐 질환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여러 검사를 받아야 한다.

- 어떻게 진단하는가?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하는 필수 의학적 기준은 흉부 CT 촬영소견 및 폐 기능 검사 소견이다. 진단이 확실하지 않을 때는 폐 조직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영환 교수/사진=건국대병원

- 어떻게 치료하는가?
특발성 폐섬유증은 일반적으로 수술로 치료하는 질환은 아니다. 수술적 치료는 질환의 말기에 시행된다. 산소 치료를 하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단계에서 선별적으로 하는 폐 이식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 외의 통상적 치료 방법은 항섬유화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폐 이식의 성공률은 간이나 신장에 비해 낮다. 폐는 여러 장기 중 유일하게 몸의 외부와 상호작용 하면서 활동하는 기관이다 보니 이식 후 합병증이나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년 이상 장기 생존률이 50~60%밖에 안 된다. 그 때문에 폐 이식도 결국은 산소 호흡기를 단 후, 모든 치료의 가능성이 없을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결국은 약물로 진행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의학 기술에서 섬유화된 조직을 원 상태로 완전히 되돌려 놓는 기술은 없다. 다만,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인 만큼 섬유화를 억제하는 약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 의료계에는 지난 2013년 FDA 승인을 받은 두 종류의 약물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를 사용하면 폐 섬유화 속도를 50%가량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