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파킨슨병 명의'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윤지영 교수
파킨슨병은 역사가 1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병이다. 영국인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발견한 병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병명이 만들어졌다. 파킨슨병은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돼 약물 치료가 가능해진지 30년 정도 됐다. 역사가 짧은 병이지만 환자는 증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병의 발견이 늘었기 때문이다. 파킨슨 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5년 10만 3674명에서 2019년 12만 5607명으로 4년 새 21% 증가했다.(건강보험 빅데이터) 파킨슨병은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가만히 있을 때 손을 떠는 ‘전형적인’ 파킨슨 증상이 있지만, 우울증, 통증 같은 비전형적인 증상도 있다. 파킨슨병 명의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윤지영 교수를 만났다.
-파킨슨병은 왜 생기며 증가하는 이유는
원인은 잘 모른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특정 신경세포들이 죽어가면서 도파민이 부족해져서 여러 증세가 나타나는 질병이다. 세포가 사멸하는 속도가 정상적인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속도에 비해 아주 빠르고, 뇌의 여러 부분 중 선택적 부위만 주로 손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뇌 신경세포 손상이 축적되면서 떨림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파킨슨병은 유전적 소인이 10% 이하이고, 환경·생활습관이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나타나는 병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파킨슨병이 점점 증가하는 이유 노인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은 65세 이후에 급속도로 발병이 증가한다. 최근에는 젊은 환자에서도 파킨슨병이 발견되는 사례가 있다.
-파킨슨병에도 여러 종류가 있나
그렇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은 떨림(진전), 느린 움직임(서동), 근육 경직(강직), 자세 이상증 이렇게 4가지다. 파킨슨 증상이 있다고 모두 파킨슨병은 아니며, 항파킨슨 약물에 반응을 잘 하면 파킨슨병으로 진단한다. 파킨슨병은 약을 잘 쓰면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좋다. 증상 조절이 잘 돼 환자 만족도가 100%는 아니지만 비교적 긴 시간동안 일상 생활에 문제가 없이 살 수 있다.
항파킨슨 약물이 잘 안 듣는 경우라면 파킨슨병이 아닌, 이차적 원인에 의한 파킨슨증을 의심해야 한다. 즉 ‘원인’이 있어서 생기는 파킨슨 증상이다. 파킨슨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독성물질 중독, 뇌의 외상, 뇌졸중, 뇌종양, 약물, 뇌염 등이 있다.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이 동반된 파킨슨증도 있다. 다발성뇌신경계위축, 진행성핵상신경마비, 미만성루이소체병 등의 신경퇴행성 질환을 동반하면서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다. 이 경우를 ‘파킨슨플러스증후군’이라고 한다. 파킨슨병이 특정 원인이 있어서 생기는 이차성인지, 아니면 다른 신경퇴행성질환이 같이 있으면서 발생하는 지 의사가 잘 감별해야 하는데, 파킨슨병 전문 의사도 2~3년은 지나야 정확한 감별이 된다. 그래서 파킨슨 증상이 있으면 파킨슨병을 전문적으로 보는 신경과 의사에게 처음부터 진단을 받고, 경과 관찰도 지속적으로 받아야 정확한 진단과 함께 치료를 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나이 든 노인에게만 생기나
파킨슨병의 80~90%는 노인에게 생긴다. 원인은 모른지만 젊은 층에서도 발생한다. 아직 완전한 연구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젊은 환자일수록 유전적 소인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유전 외에 다른 요인도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절망할 필요는 없다. 파킨슨병은 상염색체 우성유전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집안에 환자가 있다고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파킨슨병은 떨림 등 증상이 있어서 조기발견이 쉬울 것 같은데…
최근 파킨슨 증상에 대해서 잘 알려지면서 발견이 빨라졌지만, 독거노인 등은 한참 지나서 발견되기도 한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은 떨림(진전), 느린 움직임(서동), 근육 경직(강직), 자세 이상증 같은 ‘운동 증상’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이 떨림인데, 가만히 있는 안정 시에도 떨리는 것이 특징이다. 파킨슨병은 움직이는 것과 관련이 없는, 즉 ‘비운동 증상’도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유심히 봐야 한다. 대표적인 비운동 증상이 우울증, 통증, 렘수면장애(심한 잠꼬대), 변비, 배뇨장애 등이다. 이런 비운동 증상이 운동 증상 보다 훨씬 전에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
다시 정리하면 파킨슨병은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이 있다. 운동 증상은 안정 시 떨림이 가장 많다. 그 다음이 행동이 느려지는 것(서동)인데, 표정이 굳는 것도 서동증의 하나기 때문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몸이 뻣뻣해 보이는 강직 증상, 자세 유지에 불편함을 느끼는 자세이상증도 나타난다. 파킨슨병의 특이한 증상으로는 처음에 움직이려고 할 때는 느렸다가 어느 순간부터 가속도가 붙어 빨라지면서 넘어지는 증상이 있다.
-파킨슨병은 어떻게 진단을 내리나
파킨슨병은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보고 진단을 내린다. 그리고 항파킨슨 약물인 레보도파, 도파민 효현제를 써본다. 환자가 약제에 반응을 잘하면 파킨슨병이라고 진단을 한다. 약물에 반응을 하지 않으면 파킨슨플러스증후군 같은 다른 병을 의심하고 증상을 살핀다. 뇌 위축이나 도파민 분비 등을 확인하는 뇌MRI나 PET등의 영상검사를 추가적으로 하기도 한다. 파킨슨병 환자는 뇌 MRI를 찍어보면 정상으로 나타난다.
다만 약물이 잘 안 듣는 비전형적인 파킨슨병의 경우 뇌 위축 소견이나 철분 침착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이를 확인하고자 뇌MRI를 찍는다. 도파민 만들어내는 세포가 일을 잘 하는지 보기 위해서 PET을 찍기도 한다. 그밖에 파킨슨 척도, 일일 일과 능력척도, 운동 능력척도, 정신 능력척도 등 다양한 검사들을 통해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려는 노력을 한다. 이러한 평가들은 질병 치료 과정에 참고가 되며 앞으로의 예후를 평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 치료, 약물 효과는 좋나
그렇다. 약을 쓰고 나서는 4~5년은 일상 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효과가 좋아, 이 시기를 '허니문기'라고 말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도파민 세포 등 각종 신경세포가 퇴화돼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나빴다 춤을 춘다. 과거에는 이러한 약에 대한 내성을 우려해 약을 아껴썼지만, 현재는 약을 아껴 쓸 필요 없이 적절한 복용량과 시간을 조정해 쓴다. 그러나 약물 용량이 너무 과하면 안 되며, 떨림 등 운동 기능을 잘 조율하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될 수 있는 양을 환자 맞춤형으로 써야 한다. 의사가 환자의 약물에 대한 반응을 보고 약을 선택하고 용량을 조정하는 것이다. 약이 효과가 있지만 요동 현상이 너무 심하면 드물지만 수술 을 하기도 한다. 수술은 병들어 있는 뇌 조직을 부분적으로 파괴시키는 ‘신경파괴술’, 과민해져 있는 뇌 부위를 전기로 자극시켜 신경전달을 차단시키는 방법인 ‘심부뇌자극술’ 방법이 있다. 한편, 환자들끼리 "이 약 써보니깐 좋다"며 본인의 약을 나눠주고 복용한 뒤 응급실에 오는 경우도 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꼭 주치의가 처방해준 약을 복용해야 한다.
-약물은 어떤 것들이 있나
레보도파, 도파민 효현제가 대표적이다. 먼저 레보도파는 도파민 재료가 되는 성분이다. 이 성분은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하며 뇌 신경세포 소포에 저장이 된다. 도파민 유출되면서 효과를 내는데, 유출되는 용량에 따라 효과의 기복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도파민 효현제는 대사 과정 없이 뇌에서 바로 도파민으로 작용 가능한 약물이다. 레보도파 보다는 일관된 효과가 나타나고 작용 시간이 길지만 효과의 강도 측면에서는 레보도파보다 떨어진다. 이들 약은 메스껍고, 어지러운 증상, 변비, 기립성 저혈압, 졸음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도파민 효현제는 갑자기 잠에 빠지거나 자율신경장애, 충동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어 환자에게 약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잘 해야 한다.
-의료용 대마가 파킨슨병에 효과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스라엘 몇몇 연구가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처방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직 대규모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약제로 쓰기엔 어려움이 있다. 대마의 경우는 행동장애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파킨슨병 예후는 어떤가
파킨슨병은 뇌의 질환이기 때문에 파킨슨병 자체로 사망하지 않는다. 보통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을 삼키는 것도 일종의 '운동'인데, 운동장애가 생기면서 흡인성 폐렴에 걸리는 것이다. 또한 중심 잡기 장애가 생기면서 낙상을 해서, 골절이나 뇌출혈로 사망하기도 한다.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도 사망 원인이다. 파킨슨병 환자는 배뇨장애를 흔히 겪는데, 방광 안에 소변이 저류해 요로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파킨슨병은 잘 관리하면 자신의 '수명' 만큼 살다 사망하는 병이므로 너무 공포스러워 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파킨슨병 환자는 치매에 취약한가
파킨슨병 환자가 치매 위험이 3배 정도 높다.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건 아니며, 8~10년 지나서 인지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환시 등 시각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형태로 치매가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며,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예후가 좋은 편이다.
-운동은 도움이 되나
태극권, 요가 등의 운동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운동은 병의 진행을 막는 데 도움이 되며, 통증 등이 나타나는 환자의 경우 통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운동이 파킨슨병에 도움은 되지만 환자한테 위험한 운동은 권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걷기는 괜찮지만, 등산이나 자전거는 낙상의 위험이 있어 권하지 않는다. 다칠 위험이 없는 운동은 뭐든 좋다.
-파킨슨병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현재로서는 예방법 없다. 다만 약물에 의해서 파킨슨증이 생길 수도 있다. 가장 흔한 약이 소화제이다. 따라서 소화제를 복용한 뒤 떨림 등 파킨슨 증상이 나타난다면 약을 끊어야 한다. 드러나지 않은 파킨슨 증상이 있었는데, 소화제 등의 약물 복용 후 심해지는 사례도 있다. 일단 파킨슨병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신경과 전문의를 만나는 것이 좋다.
윤지영 교수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이다. 이상운동장애 전문가로 현재 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 보험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윤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비운동 증상에 관심이 많다. 비운동 증상을 약물로 조절하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여러편 냈다. 또한 파킨슨병은 서서히 나빠지는데, 폐렴 등 내과적인 질환에 걸렸을 때 갑작스레 나빠지는 환자 사례를 통해 이것이 ‘신경 염증’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현재 연구 중이다. 음악치료 같은 비약물 치료에도 관심이 많다. 실제 음악치료가 파킨슨병 환자의 우울증 등 정서 상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