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이상 출산한 여성, 치매 위험 47% 높아

유대형 헬스조선 기자|2020/09/09 09:17

분당서울대병원 11개국 조사

▲ 출산을 5번 이상 경험한 여성은 한 번만 출산한 여성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5번 이상의 출산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계 치매 환자의 무려 3분의 2가 여성일 정도로 남성보다 여성이 치매 및 알츠하이머병 유병률이 높다. 남녀 차이에는 특히 출산이 호르몬과 건강 변화를 유발해 치매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졌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김기웅 교수팀은 한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브라질 등 총 11개국 3대륙의 60세 이상 여성 1만4792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출산이 치매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치매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이, 교육 수준, 고혈압, 당뇨 등의 인자를 보정해 분석한 연구 결과, 출산을 5번 이상 경험한 여성은 한 번만 출산한 여성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출산 경험이 없거나 2~4회 출산한 여성은, 1회만 출산한 여성과 비교해 치매 위험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대륙별로 분석했을 때, 유럽, 남미와 달리 아시아에서만 예외적으로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시아 지역의 60세 이상 여성이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면 자의적인 비출산이라기보다는 불임이나 반복적 유산 때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임을 유발하는 호르몬 질환은 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고, 반복적인 유산 역시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배종빈 교수는 “5번 이상 출산한 여성은 기본적으로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 등 치매 위험을 높이는 질환이 동반될 확률이 높고, 출산에 따른 회백질 크기 감소, 뇌 미세교세포의 수와 밀도 감소, 여성호르몬 감소도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이런 여성들은 치매 고위험군에 해당되어 정기적 검진을 받는 등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웅 교수는 “향후 이번 코호트에 포함되지 않은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연구를 비롯해 아이를 많이 출산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전을 통해 치매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도 후속 연구를 진행해 치매 조기 진단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출산 및 유산 경험에 따른 알츠하이머병 위험./분당서울대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