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이 '도파민' 신경세포가 잠들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껏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해' 유발된다고 알려져왔다. 이번 연구로 도파민 신경세포가 살아있는 상태에서도 파킨슨병이 유발될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잠들었다는 것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억제돼 도파민 생성을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인지 교세포과학 그룹 이창준 연구단장 연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별세포'가 도파민 신경세포를 잠들게 하면 파킨슨병이 유발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몸이 떨리며 근육이 굳고, 동작이 느려지고, 걸음새가 이상해진다. 뇌 속에는 운동에 꼭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있는데, 기존에는 중뇌에서 도파민 생성 기능을 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해 각종 운동기능에 이상이 생기며 파킨슨병에 걸린다고 생각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반응성 별세포에서 분비된 과도한 ‘가바(GABA)’가 도파민 신경세포를 잠들게 해 파킨슨병을 유발시킴을 밝혔다. 가바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다. 별세포(astrocyte)는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다.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여 주변 신경세포에 여러 영향을 미치는 상태일때 '반응성 별세포'라고 하며,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중풍 등 뇌질환에서 주로 나타난다.
연구팀은 도파민 부족으로 운동기능에 이상이 생긴 파킨슨병 쥐를 준비, 마오비(MAO-B) 억제제를 이용해 반응성 별세포의 과도한 가바 분비를 막는 실험을 했다. 가바 양을 줄이니 도파민 신경세포가 잠들지 않아 도파민 생성이 원활해졌고 운동기능 이상 증세가 완화됐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쥐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빛으로 자극하는 광유전학적 실험을 진행했다. 빛자극으로 도파민 신경세포를 잠들게 하거나 깨운 후, 그에 따른 걸음수 변화를 관찰했다. 정상 쥐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잠들게 하면 걸음수가 줄어들고, 파킨슨병 쥐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깨우면 걸음수가 늘어났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잠들어 있을수록 걸음수가 줄고 파킨슨병 증상을 보임을 증명한 것이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는 '레보도파'로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방법이 우선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이는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없다. 장기간 레보도파를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파킨슨병 초기에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도파민 생성 기능을 멈춘 상태이지만 아직 사멸하지 않고 살아있다. 연구팀은 이때 도파민 신경세포를 잠재우는 가바를 조절하면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창준 단장은 "별세포 연구로 기존 파킨슨병 이론을 뒤집어, 파킨슨병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며 “향후 파킨슨병의 근본적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연구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1월 10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