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빠지는데 가슴털은 수북한 이유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2019/07/24 08:30

털 관련 궁금증 4가지

▲ 탈모를 유발하는 DHT 호르몬은 머리 외에 다른 부위의 털을 성장시키는 특징이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 신체 곳곳에는 털이 자란다. 머리카락, 눈썹 등을 제외한 털은 비위생적이라고 인식돼 제모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몸에 털이 왜 존재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신체를 세균으로부터 보호하거나 마찰력을 줄여주는 등의 기능을 한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우리 몸 곳곳의 털에 대한 궁금증을 모아봤다.

◇나이 들수록 코털 길게 자라는 이유는?

코털은 나이가 들면서 더 길어진다. 이는 호르몬 변화 때문인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5알파 환원효소와 결합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대사물질로 바뀐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DHT 생성량이 증가하는데, DHT가 눈썹이나 콧속, 턱에 있는 모낭에 도달하면 성장촉진 인자(IGF-1)를 생성하면서 털이 더 길게 자란다. 중년 남성이 자주 코털 관리를 하는 이유다.

코털은 습도와 온도를 조절할 뿐 아니라 이물질을 걸러 우리 코의 면역반응을 담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미용을 위해 습관적으로 코털을 뽑아내는 것은 좋지 않다. 피부에 깊이 박힌 코털을 힘주어 뽑다 보면 모공에 상처가 생기기 쉽다. 이 상처에 세균이 감염돼 염증이 생길 수 있는데, 심한 경우 뇌막염이나 패혈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인이나 만성질환자와 같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점 위에 나는 굵고 긴 털은 왜 생길까?

점에서 털이 길게 자라는 이유는 점의 발생 이유와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 점은 피부와 조직 등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 양성종양이다. 양성종양에서 자라는 모근은 정상적인 세포와 차이가 있다. 털은 생장기, 퇴행기, 휴지기의 3단계를 거쳐 자란다. 생장기에서는 모근에 있는 세포가 활발히 분열하면서 모발이 성장한다. 퇴행기에서는 모발을 만드는 모낭이 새로운 세포를 만들면서 모낭의 크기가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고 피부 표면 쪽으로 밀려난다. 휴지기에서는 모낭이 활동을 멈추고 털이 빠지는데, 생장기가 길어 휴지기가 늦게 오는 털은 길게 성장하고, 생장기가 짧아 휴지기가 빨리 오는 털은 짧게 성장한다.

세포와 조직 이상에 의해 발생한 점에 있는 털의 주기는 주변 세포와는 다르게 작동한다. 그래서 털이 얇고 짧게 자라는 부위에서 길고 굵게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활동은 아니지만, 건강상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점 중에서 점의 지름이 0.6cm 이상으로 크거나, 갑자기 색이 까맣게 변하거나, 모양이 불규칙한 경우에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털, 밀면 밀수록 두껍게 자랄까?

털을 밀수록 털이 더 굵어진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털은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고 뿌리 쪽인 모근에 가까울수록 두껍다. 면도나 제모를 하면 제거되는 털은 윗부분이다. 제모하더라도 모근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한 털의 굵은 단면은 여전히 남아 있고, 털은 이전의 두께로 다시 자라난다. 털이 이전보다 더 굵게 자라는 게 아니라 가는 두께의 윗부분 털이 잘리면서 새로 자라는 털이 더 굵게 보이는 것뿐이다.

이처럼 제모 횟수와 털의 굵기 간에는 관계가 없으나 잘못된 제모 방법은 피부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제모 시 위생 관리에 신경 쓰고 부위 별로 올바른 방법을 통해 제모해야 피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대머리인데 가슴 털은 수북한 이유?

대머리인데도 가슴 털은 수북한 남성이 많다. 머리카락과 신체 털 간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코털을 길게 만드는 데도 작용했던 DHT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흔하다. DHT는 두피 모낭을 위축시키고 가늘게 만들어 탈모를 유발한다. DHT는 정수리와 앞이마 털의 성장은 억제하는 반면, 눈썹, 수염, 가슴, 팔, 다리 등의 다른 부위 털은 성장시키는 특징이 있다. 머리숱이 적은 남성이 두피와는 다르게 몸의 다른 부분에 체모가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한편, 여성은 남성보다 탈모를 겪는 일이 적은데, 여성은 체내 DHT가 남성의 6분의 1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