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장기기증
얼마 전, 장기기증을 한 아들의 시신을 직접 수습하면서 장기기증을 후회했다는 한 남성의 인터뷰가 보도됐다. 이를 접하고 장기이식에 몸담은 의료인으로서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보도에 따르면, 장기기증 후 시신을 장례식장까지 운반할 때 앰뷸런스에는 운전자를 제외하고 유가족 한 명이 탑승했다.
국내에서 장기이식을 시행하는 병원 중 일부는 장기기증 및 구득 절차를 병원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나머지 병원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뇌사자관리업무협약'을 맺었는데, 뇌사자가 생겼을 때 그 병원에서 바로 장기기증이 가능하도록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서 해당 병원으로 전문 인력 및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장제를 돕고, 사망신고 등 행정 처리 시 동행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1년간 심리 상담을 해주며, 유가족 모임 및 추모 행사 등도 연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병원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을 맺지 않아서, 기증원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 맺지 않은 병원이 장기기증 환자 및 가족에게 소홀한 것은 아니다. 병원 자체적으로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철저히 시행한다. 다만 문제는 사례에서처럼 장기기증을 한 병원이 아닌 다른 곳의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식의 변수가 생겼을 때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국가적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장기기증에 관여하는 모든 의료진은 기증을 결심한 환자 및 가족에게 무한한 감사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장기기증의 숭고한 정신을 이해하고 동의한 가족에게 두 번 상처주고자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급박한 장기기증 진행 과정에서 미숙함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장기기증 관련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
다행히도 지난 9월에 국가가 기증자 및 유족에 대해 추모·예우 사업을 실시하고자 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매년 9월 두 번째 주간을 생명 나눔 주간으로 지정,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기념 행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추모 공원을 조성하고 조형물을 건립할 수도 있다. 향후에는 기증자 가족에게 사후 관리 서비스를 확대 지원하고 국가가 장례 지원 서비스를 직접 수행하는 등의 새로운 지원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료계의 노력과 국민들의 관심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