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 방송에서는 수면유도제 ‘졸피뎀’의 안전성에 대해 보도했다. 해당 방송에서 보도한 졸피뎀 부작용은 기억상실부터 자살, 살인까지 매우 심각했다. 졸피뎀을 비롯한 수면유도제·수면제는 과연 안전한 약물일까? 유승호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졸피뎀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약물”이라며 “그러다보니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남용되면서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과의 중복 복용 등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는 게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수면유도제·수면제는 어떻게 사용하는 게 안전하고, 이를 위해 지켜야 할 주의사항은 무엇일까?
수면제·수면유도제 제대로 알기
대중적으로 쓰이는 수면제·수면유도제는 크게 벤조디아 제핀 계열, 비(非)벤조디아제핀 계열, 항우울제 계열로 나뉜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은 제품 겉면에 성분명에 ‘트리아졸람’, ‘알프라졸람’, ‘로라제팜’, ‘디아제팜’이라고 쓰인 것이 대부분이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은 내성이나 의존성이 크다. 또한 용량을 지켜 사용해도 기억상실이나 탈억제(충동이 행동으로 표출됨), 낮 시간 졸음, 어지럼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승호 교수는“트리아졸람 성분이 반감기(체내에서 농도가 절반이 되는 기간, 보통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으로 본다)가 짧아 많이 사용되며, 디아제팜은 반감기가 길어 낮 시간 졸음 등의 우려가 좀더 크다”며 “노인에게는 위험할 수 있어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리아졸람의 반감기는 5시간 미만이다. 디아제팜의 반감기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 신생아가 30~54시간, 20세 성인은 20시간이며 나이가 한 살 많아질 때마다 1시간씩 길어진다. 노인은 70시간 정도가 걸리기도 한다.
비벤조디아제핀 계열은 졸피뎀 성분이 대표적이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이 수면제·항불안제로 사용되는 것과 달리, 항불안 작용을 하지 않아 수면제로만 사용된다. 흡수가 빠르고 반감기는 2.5시간으로 짧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에 비해 내성이나 의존성이 적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많이 처방하는 약물이다. 법망을 피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 졸피뎀 역시 의사의 지도하에 복용해도 부작용이 있다. 운전 기능 저하와 골절·낙상 위험이 대표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졸피뎀을 복용한 다음 날에는 운전기능 저하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수면센터 연구에 따르면, 졸피뎀을 복용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낙상 위험이 3.04% 컸다. 나이나 성별, 인지 장애 등을 보정해도 결과는 동일했다. 또한 졸피뎀은 약물 복용을 갑자기 중단했을 때 그 반동으로 인해 더 심한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약물 중단 후 1~2일 정도만 나타난다.
항우울제 계열의 수면제는 ‘트라조돈’, ‘아미트리프틸린’ ,‘이미프라민’, ‘독세핀’ 성분이 있다. 원래 우울증 치료제지만, 우울증 치료 용량보다 적게 썼을 때 진정·수면 작용이 있다.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하는 숙면제의 효과도 있다. 유승호 교수는 “항우울제 계열 수면제는 내성·의존이 거의 없지만 심리적으로 의존이 생길 수 있고, 졸림이나 집중력 저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주 복용, 임의 증량 제일 경계해야
벤조디아제핀 계열 중 반감기가 긴 약물은 자주 복용하면 몸에 축적된다. 축적되면 진정·근이완 작용, 탈억제, 전행성기억상실(과거의 특정 사건을 잊음) 등의 부작용이 증가한다. 따라서 계속 수면제로 먹는 걸 주의해야 한다. 반감기가 짧다 해도 자주 복용하거나 과도하게 사용하면 부작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음날 반동으로 불안 증세가 심해지기도 한다. 유승호 교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은 의존성·습관성이 있어 처방받은 대로 먹고, 임의로 양을 늘려 복용하면 안 된다”며 “처방받았다고 끝이 아니라,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상세히 알려줘 모니터링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비벤조디아제핀 계열인 졸피뎀은 반감기가 짧다보니 자다가 중간에 깨기도 한다. 잠을 깨서 자신도 모르게, 혹은 잠들기 어려워 약을 다시 먹고 자는 환자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의사가 권유한 투약 시간이 달라지고, 약물 혈중농도가 증가하면서 부작용 가능성도 높아진다. 자는 동안에는 약을 찾지 못하게 꺼내기 어려운 곳에 두거나, 동거인에게 숨겨달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항우울제 계열은 비교적 위험이 적지만, 심리적 의존이 생길 수 있다. 지속적 투여를 의사가 권하지 않을 때 다른 병원을 찾아 처방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복용 시 알코올은 완전히 끊어야
벤조디아제핀·비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을 복용한다면 술을 끊어야 한다. 이 약물은 뇌에서 각성과 이완 상태를 조절하는 GAVA 수용체란 곳에 작용한다. GAVA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으로, 포유류의 뇌 속에만 전달하는 아미노산이다. GAVA가 분비되면 뇌가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 벤조디아제핀은 GAVA 수용체 억제물질을 분비하지 않게해, 진정·수면 작용을 한다. 비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 역시 GAVA 수용체에 작용한다. 술의 알코올 역시 GAVA 수용체에 작용한다. 그 때문에 수면제·수면유도제를 복용할 때 술을 마신다면 효과가 증폭될 수 있다. 부작용 위험도 당연히 커진다.
수면제·수면유도제를 먹으면서도 잠이 오지 않는다는 핑계로 술을 마셔서는 안 되며, 평소 술을 자주 마신다면 복용 중에는 술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