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건강수명을 늘리자(7) <만성질환 선행단계 편>
자신의 혈압이 높은지 몸으로 느끼긴 어렵다. 하지만 혈압이 높으면 심장은 물론 뇌, 눈, 팔, 다리까지 손상 입을 수 있다. 몸이 서서히 병드는 것이다. 그 때문에 주기적으로 혈압을 체크·관리하지 않으면 수명이 단축되는 게 당연지사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인 8년간 병에 시달리다가 삶을 마감, <헬스조선>이 '9988'의 길을 모색하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3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인 80.2세보다 1.1세 더 높다. 그러나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3세다. 8년 이상을 질환과 싸우다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큰 고통을 준다.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만만찮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현재의 건강 화두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9988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3일만 아프다 죽는다)'에 성공하는 방법은 없을까. <헬스조선>이 연중기획 '건강수명을 늘리자'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
PART 1. 나도 고혈압인가
혈압은 무엇이고, 고(高)혈압은 무엇인가
심장은 쉬지 않고 뛰면서 혈액을 밖으로 내뿜는다. 이렇게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혈액이 혈관벽에 부딪히는 힘 의 크기가 혈압이다. 혈압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돼야 온 몸에 혈액이 돌면서 각 세포에 산소를 운반해 우리 생명 을 유지시킨다. 심장의 펌프질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곳 은 좌심실이다. 심장이 수축하면 좌심실 안에 모여 있던 혈액이 단숨에 대동맥으로 흘러나가 온몸으로 퍼진다.
혈압은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확장기) 혈압으로 나뉜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내뿜을 때의 혈압이고,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수축시켰던 내부 공간 을 다시 넓히며 혈액을 받아들이는 동안 대동맥을 흐르는 혈액 흐름의 세기를 말한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상태다. 2014년 '국민건강영양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만 3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28.9%로 3명 중 1명이 고혈압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식 식습관으로 인해 국내 비만 환자가 늘면서 고혈 압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식습관, 유전이 큰 영향… 때로는 특정 질환 탓
고혈압 환자 대부분은 명확하지 않은 여러 원인이 복합 적으로 작용하는 '본태성고혈압'이다. 본태성고혈압은 전 체 고혈압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유전, 식습관,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부 모가 모두 고혈압이면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이 50%, 부 모 중 한 명이 고혈압이면 자녀는 30%, 부모가 모두 고 혈압이 아니면 자녀는 5%가 고혈압을 겪는다.
생활습관 중에는 식습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기름진 음식 을 많이 먹으면 혈관에 기름이 끼고 두꺼워지면서 혈압 이 높아진다. 비만도 문제다. 비만인 사람은 인슐린 호르몬의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는 혈관의 교감신경계를 활성시켜 혈압을 높인다. 소금, 간장, 된장 같은 짠 음식 도 혈압을 높인다. 염분을 많이 섭취하면 우리 몸이 혈 액 속 나트륨 농도를 낮추기 위해 혈액 속 수분량을 늘리는데, 결과적으로 몸에 순환 하는 혈액량이 증 가 하 면 서 혈압이 높아진다.
마른 사람 중에도 혈압이 높은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때는 선천적으로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콩팥이 염분을 몸 밖으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서 체액량이 늘고, 이 때문에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
본태성고혈압을 제외한 나머지 10%는 '이차성고혈압'이 다. 이차성고혈압은 콩팥병이나 갑상선 기능 이상, 부신 종양 등의 특정한 원인 탓에 생긴다. 가장 흔한 원인은 만성사구체신염이다. 이는 콩팥 내에서 혈액의 노폐물을 거르는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차성고혈압 원인의 70%를 차지한다. 이차성고혈압 환자는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는 게 우선인데, 고혈압이 발생한 지 얼마 안 돼 중증고혈압으로 빨리 악화됐거나, 고혈압이 약물로 잘 조절되지 않을 때 의심해볼 수 있다. 10대 후 반에서 20대 초반에 고혈압이 생긴 사람도 이차성고혈압을 의심해봐야 한다.
혈압계 팔꿈치 위에 차고 측정하는 게 정확
혈압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므로 자신의 진짜 혈압 을 아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 내과 성지동 교수는 "혈압기를 팔꿈치 위에 차고 측정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말했다. 신체 말단 부위로 갈수 록 혈관이 얇고 잔뼈가 많아 혈압 측정이 잘 안 되기 때 문이다. 손가락이나 손목에서 혈압을 재면 안 된다. 보통은 7~10일, 길게는 2~3주 정도 아침과 저녁에 한 번 씩 혈압을 재고, 그 외의 다양한 상황에서 추가로 혈압 을 측정한다. 한 번에 2~3회 측정하고 그 평균값을 기록한다. 20회 이상의 측정치가 모이면 평균을 낸다. 성 지동 교수는 "다양한 상황에서 혈압을 측정해 평균값을 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PART 2. 다양한 얼굴의 고혈압
혈압은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주의해야 할 고혈압 종류를 알아봤다.
가면고혈압
가정이나 직장에서 혈압을 재면 고혈압인데, 병원에서는 정상인 경우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5~20%를 차지한다. 젊은 사람, 흡연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서 잘 생긴다. 가면고혈압 환자는 실제 혈압은 높은 편이기 때문에 다양한 고혈압 합병증 위험이 높고, 당연히 사망률도 높다. 따라서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가정에서 측정한 혈압이 계속 높게 나온다면 병원에 증상을 이야기하고 24시간 활동 혈압을 재보는 게 좋다.
24시간 활동 혈압은 24시간 동안 집에서 30분 간격으로 혈압을 측정해 평균값을 계산하는 것이다. 가면고혈압 환자인 경우 심장질환 발병 확률이 1000명당 30.6명 정도로, 고혈압을 진단받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않은 환자의 심장질환 발병 확률(1000명당 25.6명)보다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백의고혈압
가정에서는 정상 혈압으로 측정되는 반면 병원에만 가면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다. 병원에서는 의사가 혈압을 측정하기 때문에 긴장해 혈압이 높아지는 탓이다. 하지만 백의고혈압 환자의 10~30%는 3~5년 후 실제 고혈압으로 진행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평소 주기적으로 자신의 혈압을 확인해야 한다.
가성고혈압
65세 이상 노인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혈압이 실제보다 높게 측정되는 경우다. 미국 고혈압학회지에 따르면, 가성고혈압은 노인 고혈압 환자의 약 7%에서 나타나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이를 겪는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 가성고혈압이 있으면 고혈압이 아니어도 고혈압으로 잘못 진단해 필요 없이 약을 먹게 될 위험이 있다.
혈관은 나이 들수록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딱딱해지는데, 딱딱해진 혈관이 가성고혈압을 유발한다. 혈압기의 공기주머니는 팔을 꽉 눌러 피가 안 통하는 순간까지 힘을 가하는데, 혈관이 경직돼 있으면 공기주머니가 팔을 눌러야 하는 힘이 더 세지는 것과 관련 있다.
따라서 노인은 혈압을 처음 잴 때 두 팔을 모두 재봐야 한다. 양쪽 혈압이 20mmHg 이상 차이 나거나, 고혈압 약을 먹어도 혈압이 잘 안 떨어지거나, 오히려 어지러움·무기력증 같은 저혈압 증상이 생기면 가성고혈압일 수 있다. 또 공기주머니의 최대 압력으로 팔을 조였을 때도 손목의 맥이 뛰고 있다면 가성고혈압이다. 혈관이 딱딱해져 공기주머니의 압력으로도 혈관이 막히지 않으면서 손목에 맥이 뛰는 것이다.
아침고혈압, 야간고혈압
아침이나 한밤에만 혈압이 높아지는 숨은 고혈압이다. 아침고혈압은 평소에는 혈압이 정상이거나 약간 높은 정도지만, 아침에 잠에서 깬 뒤 두 시간여 동안 최고 혈압이 160~180mmHg까지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다. 아침에는 원래 몸을 깨우기 위해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호르몬이 분비돼 혈압이 10mmHg 정도 오르는데, 아침고혈압 환자는 이보다 높은 30mmHg 정도 오른다.
야간고혈압은 낮보다 혈압이 10~20% 떨어져야 하는 밤중에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숨은 고혈압 환자는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일반 고혈압 환자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따라서 50대 이상이라면 병원에서 혈압이 정상으로 나와도 집에서 혈압을 여러 번 다시 재봐야 한다.
여성은 임신 중과 갱년기 이후 특히 주의해야
여성은 임신 중과 갱년기 이후에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임신 중 혈압이 높아지는 것을 '임신고혈압증후군'이라 하는데, 뱃속에 생긴 아기나 태반 등에 공급해야 할 혈액이 더 생기는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 보통 임신 20주 이후에 혈압이 140/90mmHg로 높아지는 증상이 생긴다. 임신 전 이미 고혈압인 경우에는 증상이 더 악화된다.
대부분 출산 후 12주가 지나면 정상 범위로 내려가지만 10명 중 1명이 만성고혈압으로 이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임신성고혈압이 임신 20주 이전에 생기고 몸속 장기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도 만성고혈압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삼성서울병원의 연구결과도 있다. 임신성고혈압이 심해지면 신생아의 저체중, 성장지연뿐 아니라 나중에 학습이나 운동 발달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
갱년기의 여성호르몬 감소도 고혈압 위험을 높인다. 여성호르몬이 혈관의 탄성도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하다가 분비량이 줄면서 혈관이 경직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그 전까지 여성은 오히려 저혈압이 문제가 되다, 갱년기부터 급작스럽게 고혈압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혈압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여성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 시기가 남성보다 10년 정도 늦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은 40대까지만 해도 남성에 비해 고혈압 환자가 훨씬 적지만, 50대부터 늘기 시작해 60대에는 남성보다 많아진다.
PART 3. 고혈압이 유발하는 무서운 질환
고혈압은 눈에 보이는 질환을 당장 유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방치했다간 심장과 혈관을 망가뜨리면서 심장, 콩팥, 뇌혈관, 눈 등 온몸에 갖가지 합병증을 불러온다.
뇌졸중
뇌의 미세한 혈관이 높은 혈압에 의해 손상받아 파열되면 뇌출혈이 된다. 혈관이 터지는 대신 딱 딱하게 굳는 죽상경화가 생기면서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이다. 일본 삿포로대 의대의 조사에 따르면, 뇌혈 관질환의 발병률이 수축기 혈압이 140~159mmHg일 때는 6.9%, 160~179mmHg일 때는 8.5%, 180mmHg 이상일 때는 14.6% 로 혈압이 높아질수록 질환 위험 역시 늘어났다.
관상동맥질환(협심증·심근경색)
심장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중요한 혈관이 관상동맥이다. 고혈압은 관상동맥을 병들게 해 심 장이 혈액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게 한다. 구체적으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협심증 은 혈관이 좁아지는 것이고, 심근경색은 협심증으로 인해 심장이 혈액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서 심장 근육이 죽어는 질환이다.
대동맥질환
대동맥은 좌심방과 연결된 굵은 혈관으로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모든 동맥이 대동맥에서 갈라져 나온다.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대동맥의 혈관 내막이 벗겨지고 혈액이 고이는 대동맥해리가 생 길 수 있다. 대동맥해리가 생기면 가슴과 등에 극심한 통증이 생긴 다. 바로 혈압을 내리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다.
성기능장애
고혈압이 지속되면 혈관이 두꺼워지면서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는데, 이는 신체 어느 부위든 나타날 수 있다. 음경 속 혈관에 문제가 생겨 필요한 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발기부전이 되는 것이다.
망막증
망막증이란 망막에 있는 혈관이 막히거나 출혈이 생기는 질환이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망막의 동맥 역시 좁아지면서 출혈이 생기거나 막힐 수 있다. 혈관이 막히면 시력을 아예 잃기도 한다. 15년 이상 고혈압 을 앓으면 망막증이 생길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심부전
심부전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져 몸 구석구석 에 충분한 양의 혈액이 전달되지 못하는 질환이다. 심장이 한 번 뛰면 심장에 있는 혈액의 60% 이상이 온몸으로 전달되는데, 심부전이 생기면 심장이 혈액의 50%도 내보내지 못한다. 고혈압이 치료되지 않으면 혈관은 계속 좁아지고, 심장은 좁은 혈관에 혈액을 밀어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 게 되는 과정에서 심장이 지치면서 심부전이 유발된다.
콩팥병
콩팥은 대부분 혈관으로 이뤄진 '혈관 덩어리'다. 그 때문에 고혈압으로 인한 혈관 손상으로 유독 콩팥 이 손상을 잘 입는다. 콩팥의 기능 저하가 또다시 심장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콩팥병이 생겨 콩팥이 혈액의 노폐물을 잘 걸러내지 못하면 혈관 내 염분과 수분 등이 몸 밖으로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서 축적되고, 체액량이 늘어나는 게 원인이다. 콩팥에서 혈압 조절에 필요한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콩팥이 망가지면 이 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다리의 동맥경화증
고혈압으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면 몸의 가장 말단인 다리와 발에 혈액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초기에는 다리가 저리 고 차가워지다 증상이 심해지면 통증으로 인해 오래 걷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 다리나 발이 썩어 절단할 수도 있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다리 운동을 하면 효과 있지만, 심각해지면 수술 로 혈관을 넓혀야 한다.
PART 4. 고혈압, 어떻게 치료하나
글 김동수(부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혈압이 높은 사람의 수명은 혈압이 안정적인 사람에 비해 훨씬 짧다. 그래서 고혈압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병이다. 환자 자신의 확고한 치료 의지를 바탕으로 체중조절, 운동요법 등의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요법을 시도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수축기 혈압을 2mmHg만 낮춰도 뇌졸중 사망 위험이 10%, 허헐성 심장질환 사망 위험이 7% 감소한다.
위험인자와 동반 질환 고려해서 치료법 정해
고혈압의 치료 목표는 보통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 미만이다. 그런데 고혈압 환자 대부분은 단순히 혈압만 높은 상태가 아니다.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흡연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여러 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 뇌졸중, 만성콩팥병이 동반된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고혈압 치료 전략을 세울 때는 단순한 혈압 수치뿐 아니라, 위험인자와 동반되는 질환의 상태를 고려해 저위험군, 중위험군, 고위험군으로 위험도를 나눠 치료법을 달리해야 한다. 저위험군과 중위험군은 우선 3~6개월 정도 생활습관 개선만 시도해보고, 그래도 목표 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면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고위험군은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즉시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생활요법 vs 약물요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혈압을 낮추는 것은 물론 흡연,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위험인자를 함께 조절해야 한다. 고혈압은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고 조절하는 질환이므로 평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치료방법은 식이조절이나 운동을 통한 '생활요법'과 약을 복용하는 '약물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생활요법, 한 번에 안 돼 평생 실천해야
생활요법은 고혈압 치료의 기본이다. 생활요법에는 체중조절, 저염식, 절주, 금연, 식이요법 등이 있다. 체중조절은 체질량지수를 25kg/m2 이하로 내리고, 남자의 경우 허리둘레를 90cm, 여자의 경우 85cm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다. 저염식은 소급 섭취를 하루 6g(1작은술)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고, 운동은 달리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루 30~60분, 일주일에 4일 이상 규칙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담배는 바로 끊어야 하며, 술은 하루 2잔 이하로 마시는 게 좋다. 또 동물성 지방 섭취를 제한하고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생활요법은 몇 번만 시도한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다. 평생 지속해야 할 과제다.
약물요법, 부작용 많이 줄고 효과 좋아져
약물요법을 쓸 때는 보통 이뇨제, 베타차단제, 칼슘차단제, 앤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 앤지오텐신 수용체차단제의 5가지 약 중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추어 달리 처방한다. 한 가지 약만 쓸 수도 있고, 여러 약을 같이 쓸 수도 있다.
소변 배출량을 늘리는 이뇨제는 음식을 짜게 먹어 몸이 붓고, 체액이 증가된 환자에게 쓰인다. 베타차단제는 심장이 빨리 뛰는 경우, 칼슘차단제는 혈관이 딱딱해져 혈관 저항이 증가돼 혈압이 높아지는 노인들에게 주로 쓴다. 최근에 많이 처방되는 앤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와 앤지오텐신 수용체차단제는 모두 앤지오텐신이라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약이다. 앤지오텐신 호르몬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염분과 수분이 몸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 혈압을 높인다.
단, 고혈압약도 부작용이 있다. 이뇨제를 고용량 사용했을 때는 고혈당이나 통풍이 생길 수 있고, 베타차단제는 서맥(심장이 느리게 뛰는 것)으로 인해 어지럼증, 무력감 등이 생길 수 있다. 칼슘차단제는 얼굴 홍조, 두근거림, 앤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는 마른기침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 출시된 앤지오텐신 수용체차단제 등은 부작용이 거의 없고 효과가 좋아져 하루 1~2알을 한 번만 먹으면 될 정도로 복용이 간편해졌다.
임의로 약 끊으면 위험
고혈압약을 먹고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임의로 약을 끊으면 안 된다. 우선 의사에게 증상을 정확히 말하고 처방약을 바꾸어서 약을 복용한다. 대개는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1~2개월 내에 혈압조절의 정도, 치료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 치료의 부작용 등을 평가한다. 모두 정상으로 확인되면 3~6개월 간격으로 의사 진료를 보면 된다. 고혈압이 적어도 최소 1년 이상 잘 조절됐다면 혈압약의 용량이나 횟수를 서서히 줄이는 단계적 감량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김동수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다. 인제대학교 의대를 졸업했으며, 대한심장학회 혈관연구회 자문위원, 심혈관 리뷰저널 편집위원장, 한국고혈압관리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PART 5. 고혈압 궁금증
Q 수축기 혈압은 150mmHg으로 위험 수준인데, 이완기 혈압은 70mmHg으로 안정권이다. 그래도 고혈압으로 분류되나?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 둘 중 하나라도 위험 기준을 넘으면 고혈압이다. 나이 들수록 수축기 혈압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만, 이완기 혈압은 50~60대를 정점으로 감소한다. 대동맥이 딱딱해지는 게 주요 원인이다.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차이를 '맥압'이라고 하는데, 맥압이 클수록 뇌졸중, 심장병 등의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140/70mmHg인 사람은 150/100mmHg인 사람보다 더욱 위험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Q ‘욱'하는 성격이 고혈압 탓일 수 있나?
혈압이 성격과 관련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더불어 성격이 고혈압을 만들 수는 있어도, 고혈압이 특정 성격을 만들지는 않는다. 여기서 성격이 고혈압을 만든다는 뜻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혈압이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화를 잘 내는 사람 못지않게 화를 꾹 참는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격을 보고 혈압의 높고 낮음을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
Q 혈압약은 무조건 평생 복용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환자 10명 중 1명 미만의 매우 적은 비율에서는 약을 끊고도 혈압을 유지시키는 경우가 있다. 체중 조절에 성공하고, 규칙적으로 유산소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길들임과 동시에 술을 줄이는 데 성공했을 때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 혈압이 높아져 약을 먹는 것은 눈이 나빠져 안경을 쓰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
Q 젊었을 때부터 고혈압이었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나?
경각심을 가지고 혈압을 반드시 조절해야 한다. 혈압이 높아지기 시작한 사람이 치료받지 않고 내버려 두면 이후의 생존 기간이 평균 약 20년밖에 안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연구의 고혈압 발병 연령은 평균 30대 중반, 사망 연령은 50대 중반이었고, 환갑을 넘겨 산 사람이 3분의 1밖에 안 됐다. 당장 문제가 생기지 않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혈관 상태는 반드시 나빠지며, 이는 뇌졸중이나 심부전 등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
Q 약국에서 혈압약을 사 먹으면 안 되나?
약국에서는 의사의 처방 없이 혈압약을 살 수 없다. 혹여나 약국에서 혈압약을 구했거나, 다른 사람이 먹던 혈압약을 얻게 됐어도 절대 먹으면 안 된다. 같은 고혈압 환자라도 질환의 상태나, 약에 따른 부작용 위험 정도에 따라 다른 약을 처방하기 때문이다.
Q 약을 먹는 중인데 혈압이 높아지면 먹는 약 개수를 늘리면 되나?
처방받은 약을 먹는 중이라도 일시적으로 혈압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임의로 약 복용량을 늘려서는 안 된다.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저혈압을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다. 반대로 혈압이 내려갔다고 해도 마음대로 약을 끊으면 안 된다. 약 복용량을 늘리거나 줄일 때는 반드시 의사와의 상담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