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7.00’ 디옵터, 우 ‘-8.50’ 디옵터. 지금 필자의 시력이다. 수치로 표현하면 잘 와 닿지 않을 테지만, 안경이나 렌즈가 없으면 눈에서 15~20cm 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는 사물도 잘 안 보이는 심각한 근시다. 아침에 일어나 씻자마자 하는 일이 ‘렌즈 끼기’, 밤에 씻기 직전 하는 일이 ‘렌즈 빼기’다. 하루 일과를 렌즈를 끼고 빼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낸 지 어언 8년이다.
필자는 7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안경을 썼다. 급속도로 나빠지는 시력 탓에 두꺼운 렌즈의 안경을 끼고 다녔다. 눈은 콩알만 해졌고, 콧잔등엔 항상 안경 눌린 자국이 남았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콘택트렌즈를 맞추고 안경을 벗으면서 10년 된 체증을 내려보낸 듯 맘이 가벼웠다. 하지만 그도 잠시, 딱딱한 하드렌즈를 착용해 눈에 이물감이 심했다. 게다가 먼지 한 톨이라도 들어가면 몸서리칠 정도로 눈에 통증이 생겼다. 렌즈를 빼고 난 뒤까지 눈이 얼얼한 정도였다.
이런 온몸이 쩌릿한 통증도 꾹 참고 5년간 하드렌즈를 꼈다. 소프트렌즈보다 산소투과율이 좋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하드렌즈는 렌즈 크기 자체가 소프트렌즈보다 작은 데다,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계속 눈 위에서 움직이고, 재질 자체가 산소 투과율이 높아 눈에 산소를 공급하기 유용하다. 의사들 모두 무조건 하드를 끼길 권장한다고 했다. 그런데, 항상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온몸이 쩌릿한 통증을 참으면서까지 하드렌즈를 고집해야 할까?
과거엔 그랬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소프트렌즈의 단점을 최대한 줄인 최신 렌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필자 역시 2년 전쯤부터 소프트렌즈를 꼈는데 소위 ‘신세계’를 맛봤다. ‘산소 투과율이 적건 말건 무조건 소프트를 끼리라’ 생각할 정도였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정재림 교수는 “과거에는 하드렌즈와 소프트렌즈의 산소투과율이 현격하게 차이가 났기 때문에 하드를 강력히 권장했다”며 “지금은 산소투과율이 훨씬 높아진 소프트렌즈들이 출시되면서 통증을 참으면서까지 하드를 쓰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조건 하드렌즈를 써야 하는 사람들은 따로 없다고 한다.
하드렌즈의 산소투과율은 80~189 Dk/t정도이고, 최근 나온 소프트렌즈들 역시 이에 버금가는 130~175 Dk/t 정도다. 현재 ‘안전성’을 인정받으며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존슨앤드존슨의 '아큐브 오아시스’다. 산소투과율이 높은데다 재질이 부드러워 2006년부터 라섹 수술 환자 등의 각막 보호용 렌즈로 사용되다 2014년 1월 일반인들에게도 출시됐다. 지난 5월에는 알콘에서 ‘에어옵틱스 나이트 앤 데이 아쿠아’가 출시됐는데, 높은 산소투과율로 한 달 내내 빼지 않은 채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둘은 모두 구체적으로는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에 속한다. 렌즈의 7~13%가 하드렌즈 성분인 실리콘으로 구성된 것이다. 렌즈는 실리콘 함유량이 높을수록 산소투과성이 높아 안구가 공기와 접촉이 잘 되면서 자연스러운 안구 상태를 유지한다.
대다수의 안과 의료진들은 이제 하드렌즈의 입지는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착용감이 훨씬 편한 소프트렌즈 시장만이 남을 거라는 예상이다. 조만간 하드렌즈의 산소투과율을 뛰어넘는 소프트렌즈 역시 나오지 않을까?
필자는 8년간 렌즈와 동고동락한 경험자로서 한 마디 하고 싶다.
통증과 눈물로 고통받는 하드렌즈 착용자들이여, 하루빨리 소프트로 돌아서라!
[렌즈 착용 시 알아두면 좋은 팁 TIP]
① 렌즈에 뭐가 들어간 것처럼 느껴질 때는 무조건 한 번 세척한 후 다시 낀다. 그래도 이물감이 계속 들면 눈이 건조한 것일 수 있으니 인공 눈물을 넣는다.
② 화장은 렌즈를 끼고 난 후에 한다. 특히 눈 화장을 이미 한 후에 렌즈를 끼면 렌즈가 마스카라나 아이라인 등에 닿은 후 이물질이 눈에 들어갈 수 있다.
③ 렌즈를 한쪽 씩만 꼈을 때는 눈이 잘 보이나, 양쪽 다 꼈을 때 앞이 잘 안 보이면 렌즈를 바꿔 낀 것이다. 이때는 양쪽 렌즈를 다시 바꿔서 끼자.
④ 식염수는 개봉한 지 하루만 지나도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 렌즈를 보관, 세척할 때는 렌즈 전용 보관, 세척액을 사용하자.
[가장 HOT한 2가지 제품]
가장 최근에 나와 안전성을 입증받은 인기 있는 소프트렌즈 두 가지는 존슨앤드존슨의 '아큐브 오아시스’와 알콘의 ‘에어옵틱스 나이트 앤 데이 아쿠아’<사진>다.
▷아큐브 오아시스=전 세계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콘택트렌즈다. 안과병원에서도 각막을 보호하기 위한 치료용 목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최대 2주까지 착용이 가능하며, 빼지 않은 채로는 6박 7일까지 안전하게 착용할 수 있다. 난시 환자를 위한 렌즈도 있다. 산소투과율은 147 Dk/t이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한 Class1(UVB 99%, UVA 90% 이상 차단)로 자외선 차단 기능이 뛰어난다. 안팎을 구분할 수 있는 표시가 돼 있다.
▷에어옵틱스 나이트 앤 데이 아쿠아=시중에 있는 소프트렌즈 중 산소투과성이 가장 높다(175 Dk/t). 최대 30일 동안 빼지 않은 채 생활해도 된다. 렌즈에 포함된 아쿠아 습윤 인자로 촉촉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고, 특수 표면 처리로 이물질의 침착이 적고 매끈한 표면을 유지해줘 눈물층에서 나오는 단백질과 지방질, 일상생활 중 부착되는 이물질로부터 안전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해나 기자의 ‘딱 좋은 건강기기’
-처음 기자가 됐을 때부터 의료기기쪽을 담당하며 국내외 건강·의료 제품을 탐방, 시중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유용한 건강 기기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기기(器機)는 무조건 다루기 힘들다’는 생각에 사용 시도도 안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딱 좋은 건강기기’를 소개, 손쉽게 다루는 법을 알려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