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물속 세계의 탐험은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꿈이다. 바다 속을 헤엄치며 물고기와 산호초를 눈앞에서 보는 경험은 매력적이다. 사람이 물속을 잠수한 기록은 3000년 전부터 남아 있다. 고대에는 커다란 양가죽 주머니에 공기를 채워 넣고 산소통처럼 사용했다. 스쿠버다이빙은 중장년층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한 번 해본 사람은 ‘평생 즐기고 싶은 스포츠’라고 말한다.
LESSON 1 스쿠버다이빙 인식 바꾸기
현재 국내 스쿠버다이빙 인구는 8만 명에 달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취미로 즐기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스쿠버다이빙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잘못된 ‘4대 고정관념’ 때문이다. 진실은 이렇다.
◎ 수영을 못 하면 즐길 수 없다?
스쿠버다이빙은 수영을 못 해도 즐길 수 있다. 물의 흐름에 맞게 팔과 다리를 자연스럽게 움직이거나, 물속에서 가만히 있어도 된다. 눈앞에 지나가는 물고기 떼를 조용히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스쿠버다이빙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 장비가 비싸서 하기 어렵다?
스쿠버다이빙 장비는 저렴하지 않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장비를 구입하려면 300~600만원 정도가 든다. 하지만 꼭 장비를 사야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용이 부담되는 사람은 일단 ‘체험 다이빙’을 즐겨 보자. 10~12만원 정도면 스쿠버다이빙을 체험할 수 있다. 이 비용 안에 슈트부터 공기탱크, 호흡기까지 필요한 장비를 모두 빌릴 수 있다. 바다 속에 있는 시간은 10분 정도다.
‘오픈워터’라는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딴 사람은 체험 스쿠버다이빙이 아닌 진짜 스쿠버다이빙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 장비는 빌리면 된다. 스쿠버다이빙을 많이 하는 지역에는 장비를 대여해 주는 업체가 있다. 하루 4~5만
원이면 충분하다.
◎ 자격증 따기가 힘들다는데?
오픈워터는 본격적으로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한 필수 자격증이다. 보통 2~3일간 하루 3시간 정도의 수영장 교육(제한수역교육)과 4~8시간의 이론 수업, 1박2일간 바다교육(해양실습교육)을 거치면 딸 수 있다.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 중에 “자격증 따기가 어려웠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만큼, 즐기면서 부담없이 딸 수 있다. 동해에서 배울 경우 장비 대여 및 교육 비용이 70~80만원 정도 든다.
◎ 체력이 많이 필요한 젊은 층 운동?
스쿠버다이빙은 40~50대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대단한 체력이나 기술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안전하게 장비를 착용한 뒤, 물 밑 수중생물의 세계를 구경하면 된다. 골프처럼 시간이나 횟수 제한이 있는 운동도 아니다.
[More Tip]
스킨스쿠버는 잘못된 명칭
스쿠버다이빙을 ‘스킨스쿠버’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명칭이다. 스쿠버다이빙이 정식 명칭이다. 스쿠버다이빙을 스킨스쿠버라고 부르는 이유는 스킨다이빙이라는 다른 용어와 헷갈리기 때문이다. 공기통과 호흡기가 있어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스킨다이빙은 공기통과 호흡기 없이 물속에서 숨을 참고 하는 수중 다이빙이다.
LESSON 2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모든 것
장비 올바로 알기 스쿠버다이빙할 때 필요한 주요 장비를 살펴보자
마스크 마스크는 열처리된 유리로 만든 것을 골라야 안전하다. 잘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배수밸브가 부착된 마스크도 있는데, 초보자는 다루기 쉽지 않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얼굴에서 나오는 열과 해수 기온의 차이로 유리 부분에 성에가 낀다. 착용 전 김서림방지제로 이런 문제를 예방하자. 김서림방지제가 없으면 침을 조금 뱉어서 유리에 바르면 도움이 된다.
호흡조절기 공기통 속에 있는 고압 공기를 호흡하기 쉽게 압력을 낮춰 준다. 비상 시 다른 다이버(짝 다이버)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비상용 보조 호흡기도 반드시 필요하다.
핀 보통 ‘오리발’이라고 부른다. 스쿠버다이빙용 핀이 지나치게 단단하면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 쉽고, 반대로 강도가 낮은 핀은 추진력이 떨어진다. 자신의 다리 힘에 알맞은 것으로 골라야 한다.
다이빙슈트 크게 웨트슈트와 드라이슈트로 나눈다. 웨트슈트는 슈트 안에 바닷물이 들어오게 돼 있다. 슈트 안에 들어온 바닷물이 체온으로 데워져서 체온 손실을 막아 준다. 드라이슈트는 완전 방수 슈트다. 웨트슈트보다 값이 비싸다.
부력조절기 동호인 사이에서는 보통 영어 약자인 ‘BC’라고 부른다. 부력조절기는 공기를 넣거나 빼서 정확한 중성부력(가라앉지도 뜨지도 않는 상태)을 유지하는 장치다. 재킷 모양이다. 공기를 주입하고 허리 벨트와 버클을 채운 뒤 어깨끈을 당기면서 입는다. 그 외에 호흡 장비 중 하나인 스노클, 공기를 저장하는 공기통, 다이빙 시간이나 수심 등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다이브 컴퓨터, 중성부력유지를 위한 웨이트벨트, 짝 다이버를 위한 보조호흡기 등 여러 장비가 있다.
※국내에서 스쿠버다이빙 즐길 수 있는 곳
국내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다음과 같다. 동해, 남해, 제주 바다 등이 주무대다.
ㆍ고성 LF문암리조트 금강산 포인트
최근 핫한 포인트다. 수심 최고 25~30m 지점에 거대한 바위로 형성돼 있다. 말미잘과 멍게,산호가 바위 전체를 덮고 있다.
ㆍ울진 나곡수중 꽃동산 포인트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거대한 멍게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제법 아름다워 풍경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이 온다. 수심은 15~20m.
ㆍ양양 팀스쿠버 조도 아치 포인트
환경이 잘 보존돼 있어 어종이 무척 다양하다. 말미잘과 성게는 물론 놀래미, 도다리, 우럭 등을 볼 수 있다. 수심은 5~10m로 얕다.
ㆍ제주도 성산리조트 자리여 포인트
성산일출봉을 병풍 삼은 곳이다. 지역 수심은 최고 30m. 자리돔과 다양한 열대성 어류들이 살며 바다 자연경관이 잘 관리된 곳으로 유명하다.
ㆍ제주도 새끼섬 난파선 포인트
알려진 지 오래된 유명한 포인트다. 조류가 강하지 않은 날을 골라야 하며 대형 어종이 많다. 초보자보다 상급자에게 적합하다.
LESSON 3 스쿠버다이빙 실제로 즐기기
실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면 어떤 느낌일까. 고려대 스쿠버다이빙 동호회 OB모임인 ‘잠우회’ 멤버를 만나 봤다. 잠우회는 1967년 생겼으며, 현재 회원은 250명 정도다. 한 해 큰 다이빙 모임만 5회 정도 열고, 소모임은 1~2주에 한 번씩 진행한다.
같은 바다 속, 다른 느낌의 신비로움
여름 휴가가 절정이던 지난 8월 15일 금요일 새벽 5시, 대부분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각이지만 잠우회 멤버들은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차에 싣고 경북 울진으로 출발했다. 아침식사를 김밥으로 대충 해결하는데도 모두 행복한 얼굴이었다. 울진에 도착해 각자 짐을 풀고 다이빙슈트로 갈아 입은 뒤 바다 한가운데로 나갈 보트를 타러 이동했다. 이미 선수급 실력을 자랑하지만 주의사항과 장비 점검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보트에 승선한 지 10분이 지났을까, 울진의 다이빙 포인트가 모여 있는 ‘나곡수중’ 지역에 도착했다. 물속에 머무는 시간은 한 번에 20분 정도. 포인트를 바꿔 가면서 2~3곳 더 돌다 보면 오후가 된다. 같은 울진 바다지만 포인트별로 바다 느낌이 다르고, 만날 수 있는 물고기도 다르다. 이번 모임에선 1박2일간 다이빙을 즐겼지만, 더 큰 정기모임에는 길게는 14~15일씩 회원들이 함께 다이빙에 나선다.
짝 다이버와 함께하는 공감의 스포츠
스포츠는 보통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나뉜다. 하지만 스쿠버다이빙은 조금 다르다. ‘점수’라는 개념은 스쿠버다이빙에 없다. 공동운명체인 ‘짝’ 이라는 개념은 있다.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짝 다이버들은 항상 서로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한다. 보통 장비 해체도 함께 한다.
다이버 경력 18년인 박성준씨는 “승부가 나는 운동을 친구와 함께 하다 서로 마음 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쿠버다이빙은 같은 곳을 보고 느끼면서 공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이버 경력 25년인 김재형씨도 “아무리 사이가 안 좋던 사람도 물에 같이 들어가면 친해질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 바다는 사람을 넉넉하게 품어 준다”고 말했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편안한 시간
동해, 남해, 제주도 등은 경관이 좋은 유명 다이빙 포인트다. 박성준씨는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으면 엄마 뱃속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며 “내 숨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데 이 소리를 듣다 보면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담력도 키울 수 있다. 김재형씨도 “물에 친숙해지기 위해 회원들과 함께 울릉도 옆 조그만 섬인 죽도를 맨몸으로 수영해 한 바퀴 돈 적이 있다”며 “한 바퀴 돌고 나니 더 이상 물이 무섭지 않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