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여성의 미각 변화, 아연으로 잡으세요

이원진 헬스조선 인턴기자|2013/11/19 09:05

▲ 사진=조선일보 DB

주부 강모(54)씨는 3년 전부터 어떤 것을 먹어도 쓴맛만 느껴져, 예전에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도 심드렁해졌다. 입맛이 변했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최근 끼니를 거를 정도로 심해져 병원을 찾아갔다. 주치의는 "혹시 예전에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냐"고 물었고, 강씨는 "3년 전 4개월에 이른 다이어트로 약 30kg 감량에 성공한 직후부터 미각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치의는 "급격한 다이어트와 이에 따른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미각을 변화시켰다"며 "미각을 돕는 데 도움이 되는 아연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 아연이 포함된 약을 4개월 동안 먹은 결과 미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강씨처럼 여성이나 노인에게서 미각이 둔해지거나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미각이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미각의 변화를 다양하게 보고 있다. 우선, 혀의 노화에 따른 것이라 본다. 맛을 느끼는 3000~1만개의 미뢰의 미(味)세포는 45세를 전후해 감소하고 퇴화하면서 미각이 둔해지는데, 할머니들이 음식을 짜게 먹는 이유도 미각이 둔해지면서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침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침은 음식을 충분히 용해시키고 작은 분자로 만들어 혀의 미세포 내 감각 수용기에서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등을 감지하도록 한다. 폐경 여성은 호르몬의 변화로 침이 말라 입안이 쓰리거나 화끈거리면서 미각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침샘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침이 마르는 쇼그렌 증후군을 앓거나, 방사선 치료를 하는 중에도 침의 생성이 감소돼 미각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한편, 다이어트 등으로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경우엔 일시적으로 침 성분이 변해 제대로 된 맛을 못 느낄 수 있다. 아프거나 기운이 없을 때 '입이 쓰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약을 과다 복용하는 것도 미각 변화의 원인이 된다.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 만성질환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러한 약은 미각세포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연을 몸 밖으로 배설시킨다. 특히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감각 신경에 내성이 생겨 미각을 감퇴시킨다. 또한, 신장질환,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대사성장애가 있을 때도 미각이 소실되거나 맛이 없어도 맛을 느끼는 미각환상에 사로잡힐 수 있다. 고삭신경(미각을 전달하는 안면신경의 일종)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외상을 당한 경우나 위식도역류증을 앓고 있는 사람, 비염이나 축농증 등으로 후각에 문제가 생긴 것도 미각 이상의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미각을 젊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각세포 재생에 도움을 주는 아연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연이 풍부한 조개류, 소나 돼지나 닭의 간, 무의 잎, 파슬리 등 녹황색 채소를 많이 섭취하되, 부족하면 아연과 비타민B12 등이 함유된 종합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는 아연 흡수를 방해하는 식품 첨가물들이 들어있어서 피하는 것이 좋다. 치약이나 구강청결제를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희석해서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치약이나 구강청정제의 알코올 성분은 미뢰 세포에 충격을 줘 미각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세포를 파괴하고 맛감별 능력을 떨어뜨리는 카페인, 니코틴, 맵고 짠 음식 등의 섭취를 삼가고, 필요 이상의 약이나 진통제 복용도 금한다. 보철이나 틀니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금속은 침 성분을 미세하게 변화시키기 때문에 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