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질혈증_약 제대로 먹어도 여전히 탁한 혈액… 왜?

김현정 헬스조선 기자|2012/06/13 08:30

과거 고지혈증 치료법 따라 나쁜 콜레스테롤만 낮춘 탓 탄수화물·알코올 섭취 줄이고 좋은 콜레스테롤 높여야


백모(45·경기 성남시)씨는 4년 전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꾸준히 먹고 있는데도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최근 다른 병원에 간 백씨는 "몸에 나쁜 저밀도(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만 먹고, 중성지방과 몸에 좋은 고밀도(HDL)콜레스테롤 수치는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병명도 고지혈증이 아니라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이상지질혈증은 고지혈증과 다른 병이며, 치료법도 더 복잡하다.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혈관이 손상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예전 치료법 한국인 특성 못 맞춰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 5명 중 3명 가까이(58%)는 약을 꾸준히 써도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조상호 교수는 "이는 그동안 한국인의 콜레스테롤 특성에 맞지 않는 치료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DL콜레스테롤과 별도로, 중성지방이 많거나 HDL콜레스테롤이 적어도 혈액이 탁해진다. 예전에는 혈중 LDL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은 상태만 지목해 '고지혈증'이라고 불렀다. 치료 역시 LDL콜레스테롤 감소에 초점을 맞췄다.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김상현 교수는 "그러나 한국인은 HDL콜레스테롤이 부족하고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이 LDL콜레스테롤이 많은 사람보다 3배 많다"며 "이런 사람에게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치료만 하면 혈액이 깨끗해지지 않기 때문에, 중성지방을 낮추고 HDL콜레스테롤을 보강하는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지혈증서 병명도 바꿔

▲ 깨끗한 혈액과 중성지방 혈액(왼쪽). 왼쪽 혈액 맨 위층이 중성지방으로 뿌옇게 변했다. / 한림대의료원 제공
의료계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지난 2009년 고지혈증의 이름을 이상지질혈증으로 바꾸고, 진단 기준도 '혈액 속에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된 상태이거나 HDL콜레스테롤이 감소된 상태'로 바꿨다. ▷총콜레스테롤 230㎎/dL 이상 ▷LDL콜레스테롤 150㎎/dL 이상 ▷중성지방 200㎎/dL 이상 ▷HDL콜레스테롤 40㎎/dL 미만 중 한 가지라도 해당하면 이상지질혈증이다.

특히, 중성지방과 HDL콜레스테롤의 균형이 중요하다. 종합건강검진 결과표에 나온 자신의 중성지방 수치를 HDL콜레스테롤 수치로 나눠 보면, 자신이 이상지질혈증인지 알 수 있다. HDL콜레스테롤이 남 45㎎/dL·여 55㎎/dL 이상이면서 나눈 값이 2 이하이면 정상이다. 2~3은 이상지질혈증이 시작되는 단계, 4 이상이면 위험 수준이다. 3 이상이면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의사도 고지혈증과 혼선"

환자 상태에 따라서 스타틴(LDL콜레스테롤 감소), 나이아신(HDL콜레스테롤 증가), 오메가3 지방산·피브린산(중성지방 감소)을 병행 처방해 치료한다. 생활요법도 중요하다. 김상현 교수는 "탄수화물을 많이 먹을수록 중성지방은 증가하고 HDL 콜레스테롤은 줄어든다"며 "식단 구성을 탄수화물 60, 단백질 20, 지방 20으로 맞춰라"고 말했다. 지방은 견과류나 올리브유가 좋다. 알코올은 간을 손상시켜 HDL콜레스테롤 재생산을 막으므로 금물이다.

한편, 의료계가 이름을 바꿨지만 건강보험상 병명은 아직 '고지혈증'으로 남아 있다. 조 교수는 "이 때문에 의사들도 여전히 고지혈증과 이상지질혈증을 혼용하고 있어서 진단과 치료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