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일반의약품은 소화제이다(200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잘 안될 때 약국에서 사먹는 '~타제', '~탈' 이라는 이름이 붙은 소화제는 정확히 말하면 소화효소제이다. 훼스탈(한독약품), 베스타제(동아제약), 판크레온F(영진악품) 등이 대표적이다. 췌장염 환자 정도가 아닌 한, 일반인은 췌장에서 소화효소 분비가 충분히 이뤄지기 때문에 소화효소제를 먹는다고 해서 실제로 음식물의 소화가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에 차 있는 가스를 배출시켜주는 성분이나 위산 억제 성분이 함께 들어있기 때문에 음식물을 허겁지겁 먹거나 과식 때문에 생긴 소화상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개선시켜 준다. 마시는 소화제인 활명수(동화약품)나 까스명수(삼성제약)는 소화효소제가 아니다. 위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일부 있고 위를 자극해 소화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단순한 소화불량이 아니라 위의 기능이 떨어져 복부 팽만감, 복통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전문의약품인 위장 운동 개선제를 복용한다. 맥소롱(동아제약)이 대표적이다. 병원에서 주로 항구토제로 처방하는 맥소롱은 원래는 일반의약품이었다. 한때 숙취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소주에 타 마시는 '맥소롱 소주'가 유행할 정도로 인기였다. 그러나 졸림, 불안, 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됐다.
"소화제를 자주 먹으면 인체의 소화효소 분비 기능이 떨어져 나중에는 약을 안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소화제를 장기 복용하면 위궤양이나 위암 등이 있어도 증상이 다소 완화되기 때문에 병의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
도움말=금보라 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