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이여, 남자의 우울증을 사랑으로 치유해 주세요

취재 김민정 헬스조선 기자|2011/07/19 09:19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혼자서는 우울증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이유 없이 우울한 40대 남성이 행복해지기 위한 첫걸음은 아내가 자신을 이해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Husband’s Talk 1 취미활동을 지지해 주세요
우울증에 빠진 남성은 삶에 흥미나 관심이 없다. 주말마다 낚시를 가던 남편이 언제부터인가 낚싯대를 챙기지 않거나 다른 취미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삶에 흥미를 잃어버린 게 분명하다. 그러나 더 심각한 건 취미활동을 반대하는 아내 때문에 우울해하는 남편이 있다는 것이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기분전환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우울한 기분을 풀기 힘들어 더 우울해진다. 또한 아내가 남편의 취미활동을 반대하면 남편은 그로 인해 더 우울해질 수 있으니 조심한다”라고 말했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취미생활을 존중해 주기를 원한다.

Husband's Talk 2 무조건 믿어 주세요
우울한 남편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은 아내의 말 한마디다. 실직한 뒤 1년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적이 있는 회사원 박재원(41) 씨는 “당시 너무 우울해하는 나에게 주위 사람들은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라고 했지만, 아내는 항상‘나는 당신을 믿는다.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하든 믿는다. 그러니 힘을 내라’고 했다. 아내의 그 말이 아니었으면 다시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Husband's Talk 3 하루만 휴가를 주세요
남편도 휴가가 필요하다. 아내, 아이에게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게 한다. 남편이 평소와 달리 우울해 보이면 하루쯤 휴가를 준다. 남편에게 그날 하루는 무엇이든지 할 자유를 선물한다. 이때 지갑에 용돈을 넉넉히 채워 주면 금상첨화다.

Husband's Talk 4 관심받고 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요
아이가 태어난 뒤부터 우울하다는 남편이 많다. 자신에게 쏟아지던 아내의 관심이 아이에게 옮겨 갔기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던 기대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아내 주변에는 즐겨야 할 취미활동이 너무 다양하다. 오전에는 문화센터에서 요리를 배우고, 오후에는 아파트 소모임에서 요가를 한다. 저녁에는 동네 아줌마들과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을 한다. 하루 24시간 중 아내가 남편을 챙기는 시간은 가끔 차려 주는 저녁이다. 아내가 남편의 관심이 절실하듯, 남편 역시 아내에게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한다.

Husband's Talk 5 함께 헤어숍에 가요
여성이 우울할 때 헤어숍을 찾듯, 기분전환을 위해 파마나 염색을 하고 싶어 하는 남성이 많다. 예전과 달리 남성이 파마나 염색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다. 남편이 우울하다고 하면 함께 헤어숍에 가서 파마나 염색을 하자고 한다. 쑥스러워서 못 갔던 남편은 아내의 제안을 재빨리 수락할 것이다. 부부가 함께 헤어숍에 가서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Husband's Talk 6 잠시만 내버려 두세요
평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남성은 우울할수록 더 혼자 있으려 한다. 남성은 때때로 아무도 없는 ‘동굴’로 숨고 싶어 한다. 이때 아내는 남편의 의견을 존중해 준다. 회사원 이현석(40) 씨는 “아내는 우울할 때 혼자 있으면 더 안 좋다고 꼭 붙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힌다. 잠시 내게 신경을 끄고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usband's Talk 7 친구가 돼주세요
남성은 여성에 비해 누군가에게 자신의 상태를 말하고 도움을 청하는 데 서툴다. 아내는 남편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돼야 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자신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만으로 우울한 기분을 덜 수 있다. 남편은 맘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내를 원한다.

Husband's Talk 8 기분을 좋게 하는 음식을 해주세요
건강에 좋은 음식은 우울한 기분을 개선한다. 우종민 교수는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것을 돕고 스트레스를 완화해 신경을 안정시키는 음식을 적절히 섭취하면 우울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오메가-3가 많이 들어 있는 등 푸른 생선이나 호두, 세로토닌을 생성하는 ‘트립토판’성분이 들어 있는 녹두,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부신피질호르몬 생성을 촉진하는 감자, 칼슘이 풍부해 예민해진 신경을 누그러뜨리는 양배추 등이 우울증을 해소하는 음식이다. 큰 힘 들이지 않고 먹을 것만 잘 챙겨 먹어도 우울한 기분을 달랠 수 있다. 아내는 남편을 위한 밥상에 기분을 좋게 하는 음식을 마련한다.

Husband's Talk 9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세요
우울함에 빠지면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야''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라고 생각하는 남성이 많다. 자존감이 약해지는 것이다. 남편이 이런 상태라면 무엇보다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굳어진 생각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아내는 남편이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줘서 남편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하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돕는다. 이런 도움은 남편이 자존감을 회복해서 긍정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까지 계속한다.

Husband's Talk 10 같은 취미를 즐겨요
혼자 취미생활하는 것도 좋지만 아내와 함께하면 더욱 좋다고 여기는 남편이 많다.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허전함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남편과 아내가 함께 하는 취미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교집합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때 남편은 아내가 밖에서 운동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자신을 위해 함께 걷거나 배드민턴을 치면 고마워한다. 또 미술관람이나 뮤지컬에 흥미가 없더라도 남편이 원한다면 기꺼이 미술관이나 소극장을 찾는 아내가 사랑스럽다. 남편의 우울한 기분을 완화시키기 위해 한발 양보하는 아내는 아름답다.

Husband's Talk 11 야식을 먹지 않게 도와 주세요
우울함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에게 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잠을 못 자면 몸이 제대로 쉬지 못해 점차 쇠약해진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동안 우울한 생각이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치닫는 것이다. 남편은 잠이 오지 않아 치킨과 맥주, 라면 등 야식을 찾게 되는데, 잠자리에 들기 전 무언가를 먹으면 위장기관이 활동하느라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아내는 남편이 야식을 억제하도록 도와준다.

Husband's Talk 12 술친구를 만나게 해주세요
아내는 남편의 술친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라면 괜찮지만, 이틀이 멀다 하고 만나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는 친구가 반가울 리 없다. 그래도 남편은 술친구가 필요하다. 회사원 김진태(48) 씨는 “친구와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우울한 기분이 사라진다. 아내에게 말을 해도 남자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어 아내보다는 친구가 낫다”고 했다. 남편이 유독 우울해한다면 아내는 술친구를 만나게 허락하는 아량을 베푼다.

Husband's Talk 13 함께 쇼핑해요
여성만 쇼핑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 역시 자신이 관심 있는 물건을 둘러보는 것을 즐긴다. 아내가 우울할 때 쇼핑을 하듯, 남편도 우울할 때 쇼핑하고 싶어 한다. 단, 남편은 아내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 회사원 배상민(44) 씨는 “우울할 때 아내와 함께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쇼핑하러 간다. 사지 않고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 아내와 함께 쇼핑을 하면 아내가 나를 이해해 준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Husband's Talk 14 담배를 끊을 수 있게 도와 주세요
우울할 때 담배를 피우면 감정이 누그러진다는 남성이 있다. 인체에 해롭다는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담배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핀란드 헬싱키대학 코르호넨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심리의학>에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2배 정도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울증뿐 아니라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담배를 끊고 싶지 않은 남성은 드물다. 단지 의지가 약할 뿐이다. 아내는 남편이 담배를 끊을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식사 후 함께 산책을 나가거나 간간이 담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준다. 남편이 담배를 끊는 데 아내의 도움은 필요충분조건이다.

Husband's Talk 15 가끔은 내 일을 해주세요
운전하기, 음식물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 버리기, 화장실 청소 등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남편 몫으로 정해진 일이 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상관없지만 우울할 때 그런 일을 하려면 순간적으로 하기 싫고 억울한 감정이 밀려온다. 가끔은 아내가‘남편 일’을 해주면 좋다. 아내가 남편 대신 운전 해 주거나 화장실 청소를 해주면 무척 고마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