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천냥이라 할 때 그중 구백냥에 해당하는 눈은 근시, 원시, 백내장, 녹내장 등 다양한 질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가까운 것은 잘 보이고, 먼 곳은 잘 보이지 않는 근시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꾸만 나빠지는 시력, 무슨 방법이 없을까?
근시 환자가 늘고 있다
대한안과학회과 서울, 충북의 유치원생(3~6세) 2972명을 대상으로 눈 질환 검사를 한 결과, 75.3%가 근시 및 근시로 진행되는 굴절 이상에 해당했다. 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근시 유병률 현황 조사에 따르면 근시 유병률은 1970년대 8~15%에서 1980년대에는 23%, 1990년대에는 38%, 2000년대 이후 46.2%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근시는 국내에서 가장 흔하고, 유병률이 점차 증가하는 눈 질환이다. 근시 유병률은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이 매우 높고, 백인 거주 지역은 낮다. 일본의 경우 1999년 17세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이 66%, 중국의 경우 2007년 17세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이 53.9%였다.
멀리 있는 것이 안 보이는 질환, 근시
근시는 가까운 것이 잘 보이고,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 질환이다. 멀리 있는 것을 볼 때 사물의 상이 망막 앞에 맺혀 잘 보이지 않는다. 요인에 따라 축성 근시와 굴절성 근시로 나눌 수 있다. 축성 근시는 안구의 길이가 지나치게 길어 사물의 상이 망막 앞에 맺히는 것을 의미하고, 굴절성 근시는 각막과 수정체의 굴절력이 지나치게 강해 마찬가지로 사물의 상이 망막 앞에 맺히는 것이다.
근시는 왜 생길까?
근시의 주된 원인이 유전과 환경, 둘 중 어느 것에 있는지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인의 근시 유병률에 비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동양인에서 근시 발생이 높은 점을 통해 유전적 요인을 설명할 수 있다. 또 오하이오주립대학 검안부 무티 교수는 14세 아동 3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 모두 근시인 자녀가 근시를 일으킬 경우는 33%, 한쪽이 근시인 경우는 약 20%, 부모 모두 근시가 아닌 경우는 3% 미만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소아에게 근시가 발병할 확률은 부모가 모두 근시일 때 높다. 그러나 부모가 근시라고 해서 자녀가 반드시 근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모가 모두 근시가 아닌데 자녀가 근시인 경우를 봤을 때, 환경적 요인도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활환경, 습관이 근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많다. 1970년 콜만의 조절에 관한 이론이 대표적이다. 과도한 근거리 작업을 할 경우 눈은 자연스럽게 선명하게 보이도록 조절하게 되어 안구후방의 압력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공막(흰자위)이 늘어나 안구의 축이 점점 길어지는 축성 근시가 된다는 것. 1857년 독일의 안과의사 본 그라페는 근거리 작업시 폭주(눈이 가운데로 몰리는 내사위 상태)에 의해 안구가 눌려 축이 길어져 근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많은 의사들의 지지를 받았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안과 강신희 원장과 최동규 교수, 신촌빛사랑안과 김평식 원장이 대한안과학회지에 2004년 공동 발표한 논문 <대한민국 만19세 남자의 근시 유병율>에 따르면 ‘근시 유병율은 비도시지역보다 도시지역 거주자에서 높았고, 학력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나 환경적 요인이 근시 발생의 원인 중 하나로 예상된다’고 한다.
TV 시청이나 독서 등이 근시를 진행시키는지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다. TV나 컴퓨터를 오랫동안 사용한다고 시력이 떨어진다는 확실한 연구 결과는 없지만, 근거리 작업으로 인한 조절력 증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원희·박영기안과 박영기 원장은 “가까이에서 사물을 보게 되면 조절력이 증가되어 근시나 난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학설이 있다”고 말했다. 또 집중을 하느라 오랫동안 눈을 깜빡이지 않으면 눈물 마름 현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눈에 극심한 피로가 생기기도 한다.
국내에는 신체가 성장하면서 안구도 함께 성장해 축성근시가 생기는 환자가 많다. 대부분 신체의 성장이 멈추는 18~20세가 되면 근시의 진행도 멈추게 된다. 하지만 신체의 성장이 끝난 후에도 안구의 성장이 멈추지 않는 사람이 있고, 앞서 언급한 환경?습관적인 요인이 근시를 진행시키기도 한다.
근시, 더 내버려둘 수 없다!
국내에서는 근시가 워낙 흔하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대한안과학회 조사 결과 일반인들이 근시를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45.6%에 불과했다. 하지만 근시는 백내장, 원추각막, 녹내장, 망막변성 등 여러 가지 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근시 환자는 망막이 찢어져 안구 내부에서 떠다니는 망막박리 위험이 일반인에 의해 7.8배 높다고 한다. 2002년 호주에서 시행된 블루마운틴 연구에서 시력 2디옵터 이하의 경도 근시의 경우 녹내장 발생률이 일반인의 2.3배, 2~6디옵터 사이 중등도 이상의 근시는 3.3배, 병적 근시 환자는 4.4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근시를 치료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없다. 성장기의 어린이에게는 각막을 눌러 근시를 일시적으로 없애거나 진행을 억제하는 드림렌즈 처방이 그나마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이 외에 피렌제핀은 동공의 과도한 성장을 막거나 지연시켜 근시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로, 근시 방지 효과에 대한 실험이 진행중이다. 누네안과병원 시력교정센터 최재호 원장은 “성인에 있어 시력이 나빠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고 개선 가능한 것이 있을 수는 있지만, 시력 개선의 전지전능한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만약 안구의 성장이 멈춘 상태이고 다른 요인으로 근시가 진행된다면 안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습관을 통해 더 이상의 근시 진행을 막거나 예방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눈에 특별한 이상은 없는지, 안과 전문의의 주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과도하게 증가한 눈의 조절력을 이완할 수 있는 운동과 휴식, 정확한 도수의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착용으로 눈의 피로를 막는 것, 안구건조증 예방을 위해 눈 마름 현상이 있을 때 인공 눈물을 넣거나 눈을 자주 깜빡이는 것,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 등이 눈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