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뇨 장애 원인과 대책] 아이처럼 시원하게 보고 싶으면… '배뇨 시스템' 점검하라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2009/09/08 16:08


공중화장실에서 소변을 빨리 보려면 남자는 젊은이 뒤에, 여자는 할머니 뒤에 서라는 우스개가 있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소변을 보기가 어렵고,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소변이 너무 '잘' 나와서 탈이라는 것이다. 배뇨 질환은 정상적인 사회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문제를 일으켜 '사회적 암'이라고까지 불린다. 배뇨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며 배뇨 질환은 왜 생기는지, 건강하게 배뇨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비뇨기과 전문의들에게 알아봤다.

소변은 총 4단계의 정교한 '정수 시스템'을 거쳐 만들어지고 배출된다. 그 과정에서 노폐물 제거, 혈압 조절, 인체의 산성화 방지 등 건강 유지에 핵심적인 여러 기능을 수행한다.


▲ /그래픽=정인성 기자

1단계:소변 제조(혈관→신장)

―초소형 고성능 정수기

신장은 고성능 필터가 달린 '소변 제조용 정수기'이다. 주먹만한 크기의 신장에 매일 1.5t의 혈액이 들어온다. 혈액은 신장 안쪽의 사구체라는 필터를 통과하면서 알맹이의 크기에 따라 걸러진다. 이 과정에서 170L(드럼통 1통 분량)의 원뇨가 생산된다.

그러나 신장은 불순물을 걸러내기만 하는 일반 정수기와 달리, 몸에 필요한 성분을 다시 회수해 돌려보내는 2중 시스템이다. 이 덕분에 원뇨 중 수분, 포도당, 비타민 등 몸에 꼭 필요한 99% 이상은 세뇨관이라는 파이프를 통해 재흡수된다. 1% 정도인 1.5L 안팎의 나머지 수분에 요소 등 노폐물이 실려 배출되는 것이 소변이다.

소변은 혈압 유지에 활용된다. 고혈압 환자가 이뇨제 성분이 든 고혈압약을 먹으면 재흡수 비율이 낮아진다. 그러면 소변량은 많아지고 혈액량은 적어져 혈관을 덜 압박하기 때문에 혈압이 내려간다. 홍수가 우려될 때 상류 댐의 수문을 닫아 방류량을 낮추면 하류의 강둑이 터질 위험이 낮아지는 원리이다. 신장의 필터링 시스템은 칼슘, 철분 등 몸에 꼭 필요하지만 너무 많아도 안되는 미네랄 성분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소변을 통해 배출할 산성·염기성 물질의 함유량을 조절해 우리 몸을 약알칼리성(PH 7.4)으로 유지한다. 한편, 당뇨병이 생기면 재흡수 기능이 고장난다. 세뇨관의 재흡수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혈액 내 당분이 정상보다 2배 이상 늘면 더 이상의 당분 재흡수를 포기하고 소변에 섞어 내보낸다.



2단계:저장(신장→방광)


신축성 물탱크

신장에서 생산된 소변은 수뇨관을 타고 방광으로 이동해 일정량이 모일 때까지 대기한다. 소변은 5초에 한 덩어리씩 파도처럼 요동을 치며 수뇨관을 지나간다. 이렇게 해야 물구나무를 서거나 거꾸로 뒤집히는 놀이기구를 탈 때 방광으로 내려가던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하지 않는다. 방광은 풍선처럼 신축성이 좋은 '물탱크'이다. 텅 비었을 때는 두께가 1㎝이지만 소변이 가득차 부풀면 3㎜로 얇아진다. 방광에 소변이 300~400ml 모일 때까지는 소변이 마렵지 않다가, 이 정도가 되면 '소변 배출 사령부'인 뇌의 배뇨중추에서 "소변을 배출하라"는 지시를 방광에 보낸다. 지시를 받은 방광은 자동으로 수축하면서 소변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짜내 요도로 보낸다.

이 지시 체계에 문제가 생긴 질병이 과민성 방광이다. 방광이 뇌의 지시에 과도하게 반응해 수시로 수축해서 하루 5번 정도 보아야 할 소변을 8번 이상 보게 되는 것이다.



3단계:이동(방광→요도)

남녀구별형 파이프라인

3단계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소변의 행로가 달라진다. 요도 길이의 차이와 전립선의 유무 때문이다.

남성은 요도가 20~23㎝로 길고 구불구불해 세균의 침입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요도를 둘러싼 밤알 크기만한 전립선이 문제를 일으킨다. 나이가 들면서 체내 남성호르몬 수치가 감소하면 전립선이 커져서 요도를 점점 조이기 때문이다. 이 탓으로 나이가 들면 오줌발이 약해지고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없다. 따라서 남성 배뇨장애의 예방을 위해서는 전립선비대증의 조기 발견·치료가 중요하다.

여성은 요도의 길이가 약 4㎝에 불과하고 직선형이라 세균이 요도 입구를 통해 몸 안으로 침입하기 쉽다. 성관계가 격렬하거나 불결하면 항문 근처의 대장균이 요도를 타고 몸 안으로 들어와 방광염을 일으키는데, 여성은 똑같이 성관계를 해도 파트너 남성보다 방광염이 훨씬 많이 걸린다. 성관계 후에는 바로 소변을 봐서 요도에 들어가 있을 지도 모르는 세균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좋다.



4단계:배출(요도→배출)

타이머형 2중 수도꼭지

소변은 요도의 수도꼭지인 요도괄약근이 열려야 배출된다. 평소에 잠겨 있던 요도괄약근은 뇌에서 소변 배출 지시를 받으면 근육이 이완되면서 요도를 개방시킨다. 이 수도꼭지는 본인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1단계(내요도괄약근)와 본인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2단계(외요도괄약근)의 2중 구조이다. 누군가 소변을 억지로 참고 있다면, 내요도괄약근은 이미 자동적으로 활짝 열려 있는데 본인 의지로 외요도괄약근을 조여 수도꼭지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잠금장치기능을 하는 외요도 괄약근이 없어 요실금이 더 잘 생긴다. 사람은 최장 30분~1시간은 외요도괄약근을 조여 소변을 참을 수 있다.

수도꼭지에 녹이 슬듯, 나이가 들면 요도괄약근의 잠금 기능이 약해진다. 여성은 출산도 요도괄약근을 약화시킨다. 남성은 소변을 다 본 뒤 요도괄약근 아래에 남아있던 소변이 방울방울 흘러나와 속옷을 적시는 요점적이 생기고, 여성은 소변을 지리는 요실금이 생긴다.

요점적을 막으려면 전립선비대증 예방이 중요하다. 젊을 때부터 한 자리에 장시간 앉아있거나 소변을 참지 않아야 한다. 여성은 출산 뒤부터 케겔 운동 등을 꾸준히 하면 요실금 예방에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