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氣)를 더하고 빼서 자연 면역력 회복
한의학에서 침의 효과를 설명하려면 ‘경락(經絡)’과 ‘기(氣)’를 빼놓을 수 없다. 경락은 ‘경맥(經脈)’과 ‘낙맥(絡脈)’을 줄인 말로, 기가 흐르는 통로다. 인체에는 기본적으로 12경락(또는 경맥)이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작은 경락이 온 몸에 퍼져 있다고 본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경락을 통해 기가 순환하는데, 이 순환의 균형이 깨지면 질병이 생긴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침 치료다. 경락을 따라 경혈(經穴)이란 주요 지점이 있으며, 이곳에 침을 놓아 기를 더하고 빼는 등의 치료를 한다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경혈에만 침을 놓으면 같은 효과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정확한 경혈을 찾아 침을 놓는 것은 기본이고, 시술자의 침 실력은 손으로 침을 만지면서 기를 조절하는 ‘득기(得氣)’에서 차이가 난다. 한의학에서 기(氣)는 시계 방향으로 나선형으로 소용돌이 치면서 흐르는 것으로 본다. 침을 통해 기를 더하는 것을 보(補)라고 하며, 반대로 과도한 기를 억제하는 것을 사(瀉)라고 한다. 이를 합쳐 ‘보사법(補瀉法)’이라 한다. 즉 침을 놓는 사람이 환자의 기를 더하거나 빼서 균형이 깨진 기의 흐름을 바로잡는다는 개념이다.
수면장애를 보자. 인체는 12경락 사이에서 조절작용을 하는 ‘기경팔맥(奇經八脈)’이 있다. 기경팔맥은 ‘양교맥’과 ‘음교맥’ 등 8가지가 있다. 낮에는 12경락과 양교맥, 밤에는 12경락과 음교맥으로 각각 25회씩 총 50회 기가 순환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밤에 12경락과 음교맥의 기 흐름이 깨지면 불면증 등 수면장애가 생긴다는 것. 발 안쪽 복숭아뼈 바로 아래 ‘조해(照海·음교맥이 시작되는 경혈)’와 바깥쪽 복숭아뼈 아래 ‘신맥(申脈·양교맥이 시작되는 경혈)’에 침을 놓아 깨진 기의 흐름을 바로잡아 수면장애를 치료한다.
경희대 한의대 임사비나 교수는 “조해혈과 신맥혈에 침을 놓으면 수면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며 “이 혈들에 침을 놓으면 수면에 관계되는 멜라토닌 등 호르몬 분비가 활성화되는지 여부를 밝히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