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으로 무병장수하신다고요?

최현묵|2006/01/17 10:26

이색 소금 건강법<br> "천일염 미네랄 성분 산화막아 노화방지"<br><br> 의학계<br> "득보다 잃는게 많아 고혈압 환자 위험해"<br><br>


죽염(竹鹽)과 천연소금 등을 이용해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소금이 고혈압과 심장질환을 일으킨다는 의학계의 경고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인병을 예방하고, 노화방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몇몇 사람의 체험담을 과장해 국민건강을 위협한다’고 의사들은 경고하지만 ‘소금 건강법’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실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말 소금이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목포 지방 갯벌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금을 채취·가열 가공한 키파워솔트(Qi Power Salt)를 일본에 판매하는 ㈜하이메루의 우에다 히데오 사장은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저서를 통해 “일반적인 소금에는 산화력이 있는 반면, 가공 천일염에는 환원력이 있어서 사람이 끊임없이 추구해 온 무병장수에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키파워솔트를 생산하는 청수식품 정명균 사장은 “일반적인 정제소금과 달리 고혈압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임상 보고가 있다”며 “매년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회의에 참석한 한·중·일 학자들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소금이 인체에 필수적인 성분이며 천일염에 들어있는 미네랄 성분들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사들도 인정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는 “전통 천일염에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그러나 “소금이 인체에 필수적인 성분이라는 점과 소금 섭취를 통해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는 말을 전혀 다른 것”이라며 “소금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위암·뇌졸중 등 치명적인 질병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소금건강법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소금을 둘러싼 논란에서 핵심적인 요소는 나트륨이다. 근육이 이완운동을 할 때 전이체(轉移體) 역할을 하는 나트륨이 없으면 식물인간이 된다. 나트륨은 체액의 양과 삼투압 그리고 산도(pH) 유지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나트륨은 물을 보유하려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너무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나트륨이 혈액 내의 수분을 뺏어가면 피의 농도가 진해져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이는 심장의 무리한 운동으로 이어져 각종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금 옹호론자들은 그러나 소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인병 예방과 노화방지의 효과가 고혈압 유발이란 부작용보다 더 크다고 주장한다. 국립 목포대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 함경식 교수는 “우리 몸 속에서 일어나는 산화반응으로 인해 노화가 진행되는데 천일염을 가공한 소금 제품들은 지방 산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죽염 제조 회사인 ㈜인산가 이재양 책임연구원 역시 “천일염을 열처리하면 불순물과 중금속이 빠져나가고 몸에 유용한 미네랄 성분들만 남게 된다”며 “천일염이 가진 알칼리성은 산화작용을 억제해 우리 몸을 중화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서홍관 전문의는 “인체는 항상성(恒常性)에 의해 늘 중성을 유지하며 식품의 산도는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의학적으로 소금의 질병 예방효과는 전혀 입증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과학적으로 소금은 몸 속에서 분해돼 산과 알칼리의 평형을 유지하는 필수물질이며 이것이 결핍되면 식욕 감퇴, 무력감, 권태감, 피로, 정신불안 등이 생긴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경우 소금을 부족하게 섭취하는 경우는 환자들 외에는 거의 없다.

여의도 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염근상 교수는 “현대인들은 평소 음식물을 통해 소금을 과다 섭취하고 있다”며 “가공염에 비해 천일염이 좋다는 것은 ‘천일염이 가공염에 비해 덜 나쁘다’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치, 젓갈, 국물, 설렁탕, 전골 등 각종 음식물을 통해 과다한 양의 소금을 먹는 한국인들은 오히려 고혈압과 심장질환의 예방을 위해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10g, 대한영양학회는 하루 9g 이하로 소금을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정도는 평소 식사량에도 충분히 담겨 있다. 김치찌개 1인분에 4.3g, 자장면 한 그릇에 2.5g, 라면 한 개에 3.1g 정도의 소금이 들어 있다.



(최현묵기자 seanch@chos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