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갓난아기에게도 항문병 생긴다

의학전문|2004/04/27 10:37

배변때 항문서 피 나는 치열은 변비가 원인 농양은 남자에 많이 발생… 설사때 균 침입



▲ 변비를 앓는 어린이가 효율적인 배변법을 훈련하는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치료를 받고 있다. 삼성의료원 제공
“어린이가 웬 항문병?”

항문병인 치질은 이른바 ‘국민병’으로 불릴 정도로 어른한테 매우 흔하다. 그렇다면 치질이 어린이에게도 많을까. 정답은 “어린이에겐 치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이다. 하지만 병원에는 배변 후 항문에서 피가 난다며 진료실에 들어서는 어린이가 적지 않다. 치질이 아닌 치열 때문이다. 어린이가 잘 걸리는 항문병은 따로 있는 것이다.

치열이란 항문이 찢어지는 것으로, 배변시 심한 통증을 느끼고 배변 후 항문에서 피가 나는 질환이다. 어른의 치열은 대변 배출을 돕는 항문의 괄약근, 그중에서도 안쪽에 있는 내괄약근이 늘어나는 탄력을 잃어 배출 통로가 좁아지기 때문에 생긴다.

그러나 어린이는 주로 변비가 원인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변비가 생기면 항문이 아파 화장실을 더 안 가려고 해서 변비가 악화되고 이것이 치열로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흔하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최연호 교수는 “참은 변은 더욱 딱딱해져 항문 치열을 잘 일으킨다”며 “거대한 대변 덩어리가 직장 끝을 자극하게 되면 항문괄약근이 열리면서 변이 속옷에 묻는 변실금도 생긴다”고 말했다.

성인 치열의 치료는 대부분 좁아진 항문의 내괄약근을 부분적으로 잘라주면 된다. 하지만 어린이 치열은 대부분 잘못된 식이습관으로 인한 변비로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보다는 변을 부드럽게 하는 약물 치료를 하면서 식이습관을 고쳐줘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항문주위 농양(고름집)도 흔하다. 항문 입구 주위가 종기처럼 부어오르고 고름이 생기는 상태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첫돌 이전에 생긴다. 대개 생후 3개월 이전에 일시적으로 남성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염증이 발생할 여지가 많아지고, 이 시기에 설사를 하게 되면 균이 염증에 침범, 농양이 생긴다. 그래서 항문주위 농양은 90% 이상이 남자아기에게 있다. 치료는 농양을 째서 고름을 제거하면 된다.

어린이에게 치질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치질이란 오랫동안 반복해서 항문에 압력이 올라가 혈관 뭉치 등이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따라서 주로 오래 앉아있거나 항문 부위에 반복적으로 힘을 많이 쓰는 어른에게 많다.

그러나 어린이도 드물게 직장 점막이 항문 밖으로 탈출하는 질환이 생긴다. 특히 직장 주변을 받치고 있는 근육의 힘이 약한 어린이 등에게 흔하다. 직장이 탈출한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찾아 탈출된 직장을 원래의 위치대로 삽입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외과 김흥대 교수는 “부모들은 어린이나 유아에게는 항문병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생후 3개월 이내는 항문주위농양,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는 치열이 흔히 발생한다”며 “이 시기에 항문 주위에 질환이 있는지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변비 대처 요령

①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야채·주스(사과, 복숭아, 자두 등)를 꾸준히 먹는다.

②식사를 규칙적으로 한다.

③생후 30개월 이후에 식사 후 하루 3~4회 5분간 변기에 앉혀 규칙적인 대변 가리기를 유도한다.

④변비가 지속될 경우 전문의와 상의하여 대변을 연하게 하거나 장 운동을 항진시키는 약제를 약 3개월 투여한다.

⑤만성 변비가 있는 어린이 중 행동 및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는 심리치료가 도움이 된다.

( 의학전문 기자 doctor@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