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는 치료, 재발·전이 등과 같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심리적 불안을 호소합니다. 특히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말기암 환자일수록 불안함은 커지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불안함을 버리도록 노력하세요. 최근, 같은 병기여도 환자의 긍정적인 태도가 생존율을 네 배 이상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의 암레터 두 줄 요약>
1. 암 환자의 긍정적인 태도가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2.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치료받으세요.
말기여도, 긍정적 대처가 생존율 높여
말기암 환자의 우울증과 긍정적 대처 여부가 생존율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 교육인재개발실 윤제연 교수 공동 연구팀은 생존 기간이 1년 이내로 예측된 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삶에 대한 긍정적인 대처가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긍정적 대처 능력의 높고 낮음과 우울증 유무에 따라 환자들을 네 그룹으로 나눈 뒤 이들의 1년 생존율을 비교·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긍정적 대처 능력이 낮고 우울증이 동반된 환자는 반대 경우보다 사망 위험이 4.63배 높았습니다. 반면 긍정적 대처 능력이 높은 환자는 우울증 유무에 따른 사망 위험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긍정적 대처 능력이 낮은 환자는 우울증이 생존율 저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긍정적 대처 능력이 높다면 우울증이 있더라도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우울증 자체보다도 환자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느냐가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증상 완화가 주목적
위 연구는 폐암, 간암, 췌장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등 모두 병기 4기 또는 치료 후 재발한 고위험군으로, 생존 기간이 1년 이내로 예측된 암 환자들이었습니다. 말기암 환자의 치료 목적은 ‘완치’보다는 증상 완화와 삶의 질 관리입니다.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심선진 교수는 “말기암으로 분류돼도 치료 예후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생존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말기암 환자일수록 자아 상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리적 고통을 덜어야 하는 이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긍정적 대처 전략이 높은 환자는 우울 상태에서도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는 경향을 보였기에, 말기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 심리적 회복력을 높이는 중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디스트레스,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암 환자는 암을 진단받고 치료받는 과정에서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실제로 암 환자의 35~44%가 디스트레스(암 진단·치료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인 고통)를 겪는다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대 통계가 있습니다. 일산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경란 교수는 “불안이나 우울은 신체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며 “암 치료 효과를 높이고 전이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의 스트레스를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 ‘난치병’, ‘만성병’이라는 개념으로 바뀌며 암 환자의 마음가짐 관리를 통해 얼마나 오래 사느냐’와 함께 ‘어떻게 사느냐’는 ‘삶의 질’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심리적 회복력 높이는 법
우선, 암 환자 스스로 ‘희망’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경직된 마음은 버리고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찾는 것도 암 환자에게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김경란 교수는 “아플 때는 원망스러움, 분노, 서글픈 감정이 많이 들며, 이로 인해 더 힘들다”며 “지금의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해하며 평화로웠던 기억을 떠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암 환자의 건강한 마음가짐과 생존율을 위해서는 의학적 치료와 체계적인 심리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불안, 불면, 우울이 2주 이상 지속되는 암 환자는 신체 건강을 위해서라도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심선진 교수는 “극심한 정서적 어려움에 시달리면 충분히 항암을 견딜 수 있는 상태인데 자포자기하거나 치료를 회피하면서 암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며 “신경정신과와 협진을 통해 암 환자의 신체뿐 아니라 정서적 치료도 병행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습니다. 암 종류나 병기, 암 치료법,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상담, 약물치료, 인지행동 치료 등이 진행됩니다.
보호자의 정서적 지지도 중요합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정현 교수는 “암 환자가 심리적 어려움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가족과 전문가의 정서적 지지는 필수다”며 “보호자가 여유를 가지고 힘을 보태면 환자도 힘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결혼한 암 환자의 5년 후 생존율이 미혼인 암 환자의 생존율보다 12% 높다는 중국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