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로고

자주찾는 키워드

비타민D, 암에 어떤 영향 주나 연구해보니… ‘반전’

2025-02-09

비타민D가 암 예방 및 진행 억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상반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팀이 2차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진행성 담도암 환자 173명의 혈중 비타민D 수치와 생존율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 환자군에서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도가 15% 정도 증가했다. 특히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도 그래프가 뚜렷하게 우상향하는 양상을 보였다. 남성 환자군에서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혈중 비타민D 수치에 따른 사망 위험비



다만 남녀를 불문하고 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으로 낮은 환자군에서는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위험도가 5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가 암 환자 치료 성적에 무조건 좋을 것이다’라는 기존 관념과 이번 연구 결과가 상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유창훈 교수팀은 암 종에 따른 생물학적 특성 차이 및 성호르몬과의 상호작용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기존의 비타민D 연구에서는 주로 대장암이나 유방암에 대한 비타민D의 예방 및 치료적 효과를 확인했지만 담도암은 생물학적 특성과 진행 양상이 다른 희귀 암으로 담도암 세포에서 비타민D 대사 관련 유전자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과 비타민D의 상호작용이 여성 담도암 환자 예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과도하게 높은 비타민D 수치가 오히려 염증 반응이나 세포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비타민D는 적정 수준에서 암 예방 및 치료 효과를 발휘하지만, 높은 비타민D 수치는 암세포의 성장 억제를 방해하거나 주변 조직의 미세 환경을 변화시켜 암 진행을 촉진했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혈중 비타민D 수치가 성별 및 체질량지수(BMI)와 같은 환자 특성에 따라 생존율에 상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무분별한 고용량 비타민 투여를 자제하고 암 종 및 성별 등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담도암 환자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성별 및 BMI와 같은 환자 특성에 따라 분석한 첫 사례로 상당수의 암 환자들이 맹신하는 비타민D에 대해 주의해야 할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비타민D가 담도암에서 어떤 생물학적 역할을 하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진행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무작위 임상시험인 NIFTY 연구의 일부로 수행되었으며 ‘Cancer Medicine’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다.

최지우 기자 cj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