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심정지환자 살린 한국 응급의료시스템

유대형 헬스조선 기자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시스템이 심정지로 인해 사망 위험에 있던 프랑스인을 살렸다.

10월 2일 출장으로 잠시 한국을 방문했던 프랑스인 다니엘 나파르 씨(66세, 남)는 갑자기 극심한 기침과 구토,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했다. 다급했던 아내는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원들은 곧장 나파르 씨를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고대구로병원으로 옮겼다.

▲ 고대구로병원 의료진은 중증응급환자였던 나파르 씨를 최선을 다해 치료했고, 그는 기적처럼 회복했다./고대구로병원 제공


◇2번의 심정지…신속한 심폐소생술로 되살려

의식이 희미하던 환자는 병원 도착 직후 심정지가 일어났고, 의료진은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CPR 4분 만에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심정지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 중 한 번 더 심정지가 일어났다.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은 다시 한 번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기적적으로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해외환자라 의무기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심정지의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의료진들은 오로지 환자의 상태만을 바탕으로 적절한 상황판단과 조치를 해나갔다.

나파르 씨는 응급중환자를 위해 별도로 마련된 응급중환자실로 빠르게 옮겨졌다. 고용량 혈압상승제, 인공호흡기를 사용해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는 신장내과 전문의와 곧바로 논의해 24시간 지속적 혈액투석(CRRT)을 시작했고, 호전의 기미가 없어 흉부외과의 협진으로 신속하게 체외순환장치인 에크모도 적용했지만 생사는 여전히 불투명했다.

고대구로병원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이영석 교수는 “나파르 씨 같은 상태는 소생 가능성이 작았고 소생한다 해도 심정지를 두 차례나 겪었던 환자이기 때문에 저산소성 뇌손상이 심할 가능성이 커 의식을 못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신장내과 안신영 교수는 “환자는 저혈압 때문에 소변량도 점차 감소했고, 대사성 산증이 점차 악화해 빠른 투석이 필요했다”며 “폐부종도 심해 산소포화도가 유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24시간 혈액투석과 에크모 치료를 병행해야만 했다. 하루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생사 위태했던 환자, 10일 만에 일반병실로

중환자 다학제 집중치료시스템이 결국 기적을 만들어냈다. 나파르 씨의 상태는 입원 다음 날부터 혈압이 안정되고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중환자실 입실 3일째부터는 의식도 명료하게 회복됐다.

심정지를 두 번이나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후유증 없이 의식이 명료한 것은 기적이었다. 보호자의 눈물이 미소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입원 1주일 만에 환자는 에크모를 제거했고 8일째 인공호흡기도 제거됐다. 하루를 넘기기 어려웠던 환자는 10일 만에 일반병실로 옮겨졌고, 프랑스로 돌아갈 채비를 할 만큼 상태가 호전됐다.

나파르 씨는 “절박했던 순간 내가 고대구로병원에 오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며 “나를 살려준 구로병원의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영석 교수는 “심정지가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중환자실에 올라와서는 신장내과, 흉부외과와의 협업으로 신속하게 혈액투석, 에크모를 바로 적용할 수 있었다”며 “모든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파르 씨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던 그 순간의 뿌듯함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중증응급환자의 최적의 치료를 위해 수도권 9개 권역에 15개소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고대구로병원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A등급을 받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를 주축으로 한 여러 임상과가 유기적인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