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에게 ‘절주’요? 단연 불가능합니다”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명의톡톡' 명의의 질환 이야기 '알코올 사용장애 명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남궁기 교수

▲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일생 중 가장 경험하기 쉬운 정신질환이 무엇일까? 바로 '알코올 사용장애'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알코올 사용장애 평생 유병률은 12.2%로 모든 정신질환군 중 가장 높다. 하지만 자신이 알코올 사용장애인지 모르고, 알더라도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정신과 신체를 모두 망가뜨리고 사망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어서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 명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남궁기 교수에게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 기준, 치료법 등에 대해 물었다.

Q. 알코올 사용장애란 정확히 무엇이고, 진단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A. 알코올 사용장애는 사람들이 흔히 명명하는 알코올 중독, 알코올 의존, 알코올 남용이라는 표현 대신 쓰이고 있는 공식 질환명입니다. 알코올을 과도하게 섭취해 부작용이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의지대로 끊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많은 사람이 술을 마시는 양, 횟수가 많으면 알코올 사용장애라고 보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는 패턴, 술을 마신 후의 결과를 봐야 합니다. 정확한 진단 기준은 다음 11가지 항목 중 2가지 이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면 됩니다.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종종 술을 의도했던 것보다 많은 양, 오랜 기간 마심 ▲술 마시는 양을 줄이거나 조절하려는 욕구가 있고 노력했지만 실패함 ▲술을 구하거나 마시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냄 ▲술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음 ▲술을 반복적으로 마셔 직장, 학교, 가정 등에서 문제가 발생함 ▲술로 인해 대인관계 등에 문제가 생기고 악화되지만 술을 끊지 못함 ▲술로 인해 직업활동, 여가활동을 포기하거나 줄임 ▲술로 인해 건강이 나빠짐에도 끊지 못함 ▲술로 인해 신체적, 심리적 문제가 생기고 악화될 가능성을 알지만 끊지 못함 ▲갈수록 많은 양을 마셔야 만족하는 등 내성이 생김 ▲금단 증상이 나타남.

Q. 알코올 사용장애는 왜 생기나요?

A. 유전적인 영향이 가장 큽니다. 부모 중 한 명에게 알코올 사용장애가 있으면 자식에게 알코올 사용장애가 생길 확률이 25%나 됩니다. 따라서 부모, 형제 중 한 명이라도 알코올 사용장애가 있으면 처음부터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좋아요. 알코올에 중독되는 생물학적 기전은 알코올이 뇌의 보상회로에 작용해 쾌락과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알코올은 뇌혈관장벽(BBB·혈액이 뇌조직으로 들어갈 때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장벽)도 통과해 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해요.

Q.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가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흔합니까?

A. 자신의 의지로 직접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꽤 많습니다. "아이들이 술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못 끊겠다"며 병원을 찾기도 해요. 언론에서는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들의 극단적인 케이스를 주로 다뤄 무조건 주변에 의해 끌려올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입원을 통해서라도 낫고 싶어 하는 의지를 가진 환자가 적지 않아요.

Q.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A. 크게 정신 치료와 약물 치료로 나뉩니다. 정신 치료에는 술을 끊고 싶게 하는 동기유발 치료, 상담 등이 포함됩니다. 약물 치료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약이 쓰입니다. ‘날트렉손(Naltrexone)’ ‘아캄프로세이트(Acamprosate)’입니다. 날트렉손은 뇌의 보상회로를 차단해요. 술을 마셔도 기존만큼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아캄프로세이트는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술에 대한 갈망감, 불안감 등을 줄여줍니다.

문제는 아무리 효과 좋은 약을 처방해도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거예요. 실제 처방한 약을 제대로 먹지 않고, 술을 끊지 못하는 사람은 외래 치료만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요. 이때는 입원 치료가 필요합니다. 환자에게 치료에 대한 명확한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 입원이 필요하기도 해요. 술에 계속 취해 있으면 치료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든요. 병원에 입원해서 술 섭취를 차단하고 정신이 맑을 때 치료 동기에 대해 설명해야 합니다. 심장, 간 질환이 있어 술을 반드시 끊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입원 치료를 고려합니다.

환자 입원 기간은 보통 7~10일입니다. 알코올 금단 시기가 지나는 데 7일이 걸리기 때문이에요. 환자가 입원하면 약을 써서 몸에서 알코올을 빼내는 해독 치료를 합니다. 그리고 각종 검사를 해 손상된 장기 등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요. 더불어 술에 대한 욕구를 덜어주는 약물 치료도 이뤄지죠.

Q. 알코올 금단 증상은 어떤 식으로 나타나나요?

A. 가벼운 것으로는 약간의 불안증, 땀 흘림, 손 떨림이 있고, 심하면 몸에 경련이 나타나기도 해요. 정신 이상도 발생해 자꾸 무언가를 착각하고 환시가 보일 수도 있습니다.

Q. 알코올 사용장애 위험성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A. 알코올 사용장애가 위험하지 않다며 부인하는 사람은 이미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인 확률이 커요. 알코올 사용장애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합니다. 알코올 사용장애로 사망하는 경우는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너무 높아지면서 호흡 근육에 마비가 와 숨을 못 쉬어 사망하는 것입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5% 이상으로 높아지면 호흡과 심박동을 관장하는 뇌 중추가 마비돼요. 술 마시고 취한 채로 야외에 잠들었다가 추위 등으로 객사할 위험도 있죠. 마지막으로 알코올 과량 섭취로 구토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사불성인 상황에서는 토를 해도 입안에 그대로 담고 있고, 결국 기도를 막을 수 있어 문제가 돼요.

이 밖에 알코올 사용장애가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다양하죠. 위염, 위궤양, 췌장염 위험을 높이고, 간 기능을 떨어뜨리고, 심장근육이 약화돼 돌연사할 위험도 높입니다. 혈소판 등을 감소시키고, 암 위험도 높여요. 남성의 경우 여성 호르몬이 증가돼 성욕이 감퇴하고 발기부전이 올 위험도 있습니다.

▲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Q. 술 마시면 오히려 잠이 잘 온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A. 술이 잠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수면의 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죠. 금방 잠드니까 좋다고 생각하는데 큰 착각입니다. 술을 장기적으로 먹으면 불면증의 첫 번째 원인이 돼요. 조금 과장을 보태서 술을 마셔서 매일 잠에 빨리 드느니, 술 안 먹고 못 자는 게 훨씬 낫습니다. 실제 술을 마시고 자면 자꾸 깨고, 소변 누러 가는 등의 행동이 반복돼요. 오히려 자고 일어나면 피곤하죠.

Q. 술을 많이 마시지만, 객관적인 건강 이상이 없어 괜찮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A. 그건 고속도로를 시속 250km로 달린 후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했다며,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어요. 엄청난 위험을 운 좋게 통과했다고 안심하는 거죠. 술을 많이 마실 때마다 시속 250km로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것만큼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봐야 합니다.

Q. 알코올 사용장애가 오지 않는 건강한 음주법은 없을까요?

A. 이미 알코올 사용장애가 온 사람은 건강하게 음주할 수가 없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알코올 사용장애 상태까지 오지 않았겠죠. 이들에게 '절주'라는 단어는 단연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습니다. 알코올 사용장애를 처음부터 예방하는 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금주해야 하고요, 그 밖에 술을 이틀 연속 마시지 말고, 해장술을 마시지 말고, 술을 빈속에 먹지 않는 게 좋아요. 술자리에서 술을 덜 마시는 요령도 있습니다. 식사를 충분히 하고 물이나 음료를 충분히 마셔 식욕이나 갈증을 푼 뒤 음주하고, 술을 잔에 반만 따르고, 받은 술잔을 바로 마시지 말고 일단 탁자에 놓고, 술잔은 한 번에 비우지 말고 여러 번 나눠 먹는 것입니다.

Q. 자신이 알코올 사용장애가 의심될 때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인가요?

A. 어렵겠지만 최대한 술을 안 마시려고 노력해야 돼요. ‘나에게 쾌락을 주는 것은 여행, 음식, 서핑, 암벽등반 등 수만 가지 방법이 있고, 무엇이든 해도 된다. 단지, 술만 끊으면 되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울까?’라고 되물어보세요.

Q. 가족 등 주변인들은 어떤 노력을 하는 게 좋은가요?

A.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를 나무라는 것은 좋지 않아요. 물론 환자가 수십년간 알코올 사용장애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다면 화가 나겠죠. 그래도 핀잔을 주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됩니다. 그보다 "우리는 진실로 당신이 술에서 해방됐으면 좋겠다. 그것은 본능을 억제하는 일이라서 소위 신의 경지에 오르는 정도의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가족에 대한 엄청난 배려를 보여주는 것이고, 성공한다면 우리 가족 모두가 진심으로 행복해질 것이다."라며 진심 담긴 말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렇게 해서 환자가 병원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최선이죠.

저는 환자에게 종종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에게 금주란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만큼 힘들어요. 그런데 전문 산악인도 혼자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길을 안내하는 셰퍼와 짐을 함께 옮겨주는 포터가 있어야 해요. 알코올을 끊어야 하는 환자들에게도 셰퍼와 포터가 필요합니다. 의사가 셰퍼, 가족이 포터가 될 수 있어요. 그렇게 같이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올라보자고 말해요.

Q. 그 밖에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중에 "내 주위는 다 그만큼 마셔요. 그럼 다 환자입니까?"라고 되묻는 분이 많아요. 그럼 저는 "네, 다 환자예요"라고 단호하게 말해요.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국 술 좋아하는 사람끼리 어울려요. 내 친구들과 비교할 게 아니고 전 국민과 비교해 자신의 상황을 인지해야 합니다.

▲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남궁기 교수는?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과 약물남용치료센터 임상연구 전임의를 지냈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알코올중독 치료 분야를 개척했다. 일반인이 알코올 중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서를 편찬하기도 했다. 뇌와 알코올의 관계에 대한 여러 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의료원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원인과 진단을 철저히 규명해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치료법을 구현한다는 진료 철학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