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새는 '변실금' 환자 급증… 절반이 병인 줄도 몰라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급증하는 변실금 환자] 고령 인구 늘어 7년새 103% 증가 분만 때 괄약근 손상, 女 환자 많아



의도치 않게 항문 밖으로 변이 새는 '변실금' 환자가 늘고 있으며, 이들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최근 대한대장항문학회가 국내 변실금 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대목동병원 대장항문외과 정순섭 교수는 "변실금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호전되지만, 1~2년씩 망설이다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환자 7년 새 103% 증가… 노화·출산 등이 위험 요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변실금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4984명이었지만, 2017년에는 1만138명으로 7년 새 103.4% 늘었다. 성빈센트병원 대장항문외과 조현민 교수는 "변실금 위험 요인 중 하나가 노화로 인한 장·근육·신경 약화인데, 고령 인구가 늘면서 변실금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 연구에 따르면, 변실금 유병률은 원래 2~18% 정도지만 요양원에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면 유병률은 40~50%로 높다"고 말했다.



출산 역시 위험 요소다. 분만 시 아이가 나오면서 항문 괄약근이 쉽게 손상받기 때문이다. 강남항외과 류성엽 원장은 "괄약근이 한번 손상되면 나이가 들면서 괄약근 약화도 빨리 진행돼 여성 환자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약 70%는 여성이다.

항문 수술, 변비, 뇌경색, 중추·말초신경장애, 당뇨병이 있어도 변실금이 잘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변실금 위험 요소가 있으면서 변 조절이 제대로 안 되거나 ▲3개월 이상 변비·실금 증상이 나타나거나 ▲의지와 상관없이 속옷에 변이 항상 묻어 나온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항문 괄약근 압력·예민도·손상도와 골반근육 등을 확인해 진단한다.

◇부끄러움 탓에 병원 안 가

변실금 환자는 자신이 변실금인지 잘 모른다. 알아도 증상을 숨기고 싶어해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42.6%가 증상이 나타나고 1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았다고 답했다. 1년 이상이라고 답한 환자 중, 병원을 찾기까지 걸린 기간이 10년이었다는 환자는 23.6%였다. 병원을 늦게 온 이유에 대해 41.4%가 '병이 아닌 줄 알아서', 23.2%가 '부끄러워서'라고 답했다. 시원항병원 조현원 원장은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심하게 느낀다"라며 "변실금은 병이고,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피드백 치료 효과

변실금은 약물, 바이오피드백 치료로 호전된다. 약물은 로페라마이드 등 설사를 조절해주는 성분을 쓴다. 조현민 교수는 "케겔 운동이 아령을 들지 않고 하는 운동이라면 바이오피드백은 아령을 들고 하는 운동"이라며 "환자 스스로 모니터를 보면서 배변에 필요한 근육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학습할 수 있어 70~80%가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단, 바이오피드백 치료 장비가 모든 병원에 있는 건 아니다. 일산병원 외과 강중구 교수(대한대장항문학회장)는 "변실금 진료 수가는 낮은 편이지만 바이오피드백 기기는 1억~1억5000만원 상당이라 모든 병원이 갖추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병원에 문의해 변실금 치료가 가능한지 물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말기이거나 보존적 치료만으로 해결이 안되는 변실금은 신경자극장치를 삽입하는 천수신경자극술·수술을 고려한다.

변실금은 만성질환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관리·치료해야 호전된다. 증상에 따라 1주~3개월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며, 식단에도 신경 써야 한다. 병원에서 알려주는 대표 식이요법은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 ▲유제품 피하기다. 단, 양배추·콩·브로콜리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건 피한다. 정순섭 교수는 "이런 음식은 가스를 많이 생성시켜 변을 참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