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제는 '비싼 음료수'? 효과 논란 왜 계속되나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2018/12/07 06:32

숙취해소제 효능 점검



술자리가 있는 저녁이면 편의점으로 향하는 사람이 많다. 숙취해소제를 사 먹기 위해서다. 숙취해소제를 먹으면 정말 숙취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까?

藥 아닌 '음료'

숙취해소제 한 해 시장 규모는 2000억원으로 추산되며(닐슨코리아, 판매가 기준),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매년 30~40건에 달한다(특허청). 특히 연말에는 술자리가 많아서 판매량이 20~30% 증가한다. 그만큼 숙취해소제가 숙취를 덜어줄 것이란 믿음이 큰 편이다. 하지만 "숙취해소제는 음료일 뿐"이라는 주장이 많다. 숙취해소제는 주로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데, 이런 제품들은 제품 유형이 혼합음료, 기타가공품, 액상차 등으로 분류돼 있다. 약이 아닌 것이다.

▲ 편의점에서 흔히 사먹는 숙취해소제는 약이 아니라 음료다. 숙취 해소 효과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비싼 돈을 주고 숙취해소제를 사먹기 보다 차라리 꿀물을 타 마시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숙취해소제를 생산하는 회사조차 숙취해소 효과에 대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숙취해소 제품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식품회사네 곳을 취재했지만 관계자들은 "숙취해소제는 음료·가공식품이라서 약이나 건강기능식품 수준의 효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숙취 해소 효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해당 제품은 식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임상을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숙취 해소 효과를 보기 위해 임상을 진행했지만 시험 대상이 매우 적어 공개하기 어렵다"는 등의 답변을 내놨다. 한 곳에서는 특허 출원 시 시행한 임상 결과를 제공했으나, 대상 인원이 11명으로 적고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것이라서 객관적인 숙취 해소 효과를 알기엔 한계가 있었다.

"효과에 비해 비싸"

숙취해소제의 효용성을 이해하려면 숙취가 왜 생기는 지 알면 도움 된다. 숙취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낸 연구는 아직 없지만 ▲아세트알데하이드(알코올 대사 산물) ▲몸속 수분·포도당 부족 ▲숙면 부족 ▲알코올에 의한 혈관 확장 ▲호르몬 불균형 ▲술자리에서의 에너지 소모 등이 꼽힌다. 숙취해소제에는 대부분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식품·추출물이 들어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은선 교수는 "일정 부분 효과를 낼 수는 있겠으나 임상적 근거가 매우 약하다"며 "특정 식품을 섭취한다고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게 아니고, 아세트알데하이드를 해결한다고 숙취가 한 번에 사라지는 건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포도당과 수분이 부족해지기 쉬운데, 포도당과 수분이 부족하면 피로감·어지럼증·두근거림·근육통·두통이 생긴다. 또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숙면이 안 이뤄져 피로감·무기력감 같은 숙취가 느껴진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이희정 교수는 "숙취해소제는 당류 함량이 높아서 수분·당류 보충에 도움은 되겠지만,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비해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 숙취해소제는 1회분이 4000~6000원이고, 1만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이 교수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차라리 꿀물이 낫다"며 "부족해진 수분과 포도당뿐 아니라 아세트알데하이드를 해독하는 데 필요한 아미노산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술 마시기 전엔 '무용지물'

숙취해소제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숙취해소제 두 병을 사서 한 병은 음주 전, 나머지 한 병은 음주 후에 마신다. 그러나 음주 전에 숙취해소제를 마시는 것이 숙취해소를 돕는다는 근거가 빈약하다. 이희정 교수는 "숙취는 술을 마신 후 겪는 것"이라며 "술을 어느 정도 마신 뒤에야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생기기 시작하고, 수분·포도당이 부족해지므로 굳이 술 마시기 전부터 숙취해소제를 먹어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장은선 교수는 "숙취해소제를 먹었으니 덜 취할 것이라는 착각 때문에 오히려 과음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빈 속에 술을 마시는 것보다 나을 수는 있겠지만, 숙취해소제는 보통 액체나 환 형태로 돼 있어서 위장 점막을 보호하는 효과가 크진 않다.

약국서 파는 숙취해소제는 肝 약

약국에서 숙취해소제로 주는 약들은 대부분 간질환 치료제로 나온 것들이다. 간장약의 주 성분은 담즙 분비를 돕는 UDCA, 간세포 항산화 작용을 돕는 실리마린, 산화질소 양을 늘려 간 기능을 높이는 아르기닌, 간에 지방이 덜 쌓이도록 하는 베타인 등이다. 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김예지 약사(대구가톨릭대 외래교수)는 "간 기능이 잘 이뤄지도록 도와 알코올을 빨리 분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약들도 숙취를 근본적으로 없애주는 건 아니다. 숙취는 알코올 자체가 아니라 알코올 대사 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일으키기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에 직접 작용하는 약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