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실명·마비되는 ‘시신경척수염’… 빠른 치료가 관건"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2018/12/06 13:18

인터뷰_ 김호진 국립암센터 임상의학연구부장​​

▲ 희귀난치성질환인 시신경척수염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정도의 장애를 겪게 될 위험이 있다./사진=국립암센터 제공


"시신경척수염은 치료 시기가 모든 걸 결정합니다. 빨리 병을 진단받고 즉시 제대로 된 치료를 시작해야 하죠."

희귀질환의 일종인 시신경척수염 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국립암센터 임상의학연구부장 김호진 교수(신경과 전문의)의 말이다. 시신경척수염은 몸의 면역계가 체내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시신경, 뇌, 척수에 염증을 유발한다. 10만명 당 2~3명에게 드물게 발생해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돼, 병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시신경척수염 환자의 40%는 시신경 염증으로 시작하고, 또 다른 40%는 척수 염증으로 발병한다. 그 밖의 5%는 시신경과 척수에 동시에 염증이 생기며, 나머지는 뇌 등 다른 부위에 염증이 나타난다. 증상은 치명적이다. 시신경에 염증이 생기면 하루 이틀 만에 눈이 안 보일 수 있다. 척수에 염증이 생기면 염증이 생긴 부위 아래로 마비가 온다. 예를 들어 가슴에 염증이 생기면 그 아래 감각이 없어지고 대소변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김호진 교수는 "하루아침에 눈을 못 보게 되거나 몸을 못 쓰게 되는 무서운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원인 모를 구토, 딸꾹질이 지속돼도 시신경척수염을 의심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증상이 급성으로 발생했을 때는 염증을 최소화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주사'를 쓴다. 신경장애가 심하면 '혈장교환술'을 해야 한다. 혈장교환술은 피를 걸러 원인이 되는 혈액 내 성분(항체)을 없애주는 것이다. 급성기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로는 특정 면역세포(B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주사치료, 경구 면역억제치료가 있다. 최근에는 3가지 신약의 임상시험이 종료돼 치료 새로운 치료법의 가능성이 열렸다.

문제는 병을 빨리 진단받지 못하거나, 진단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안게 되는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다발성경화증'으로 오진받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시신경척수염의 주요 증상인 ‘시신경염’과 ‘척수염’이 다발성경화증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시신경척수염은 과거 다발성경화증의 한 아형으로 분류됐지만, 2004년 시신경척수염만의 특이 항체가 규명되면서 독립 질환이 됐다. 의학적으로 MRI상 다발성경화증은 척추체 1개 이내의 짧은 병변을 보이는데, 시신경척수염은 척추체 3개 이상을 침범하는 긴 병변이 나타난다.

환자가 느낄 수 있는 비교적 뚜렷한 차이점은 시신경척수염에서 훨씬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김호진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은 시력 저하가 심하지 않고, 걷지 못할 정도의 마비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로 인해 스테로이드 치료만으로도 비교적 회복이 잘 된다"고 말했다. 시신경척수염은 다발성경화증과 다르게 지속적인 구토, 딸꾹질, 오심이 수일간 지속된 후 때로는 저절로 완화되는 특징도 있다. 환자의 약 15~40% 가 겪는다.

김호진 교수는 "시신경척수염 환자가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여러 면역조절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며 ”시신경척수염을 처음부터 제대로 확진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돕는 것이 질환의 특이 항체인 '아쿠아포린-4'를 검사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검사의 진단 특이도가 85~97%로, 항체 양성인 경우 시신경 척수염 진단이 가능하다"며 "단, 항체의 민감도가 70% 미만이어서 항체가 음성인 경우에도 추적 관찰하면서 다시 검사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신경척수염 치료제는 다양한데, 가장 효과가 뛰어난 것은 ‘리툭시맙’이다. 지난 2016년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1차 약제에 실패한 경우로만 제한돼있어 환자들의 부담이 크다. 김 교수는 “리툭시맙을 100명의 시신경 척수염 환자에게 썼더니 70%가 5년 동안 재발이 없었고, 96%에서 장애 악화가 없는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며 "처음부터 리툭시맙을 사용했을 때 장애 악화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환자가 많은데 처음부터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신경척수염은 희귀난치성질환이어서 이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와 병원에 많지 않다. 국립암센터 신경과는 약 700여명의 시신경척수염과 다발성경화증을 포함한 중추신경계 자가면역질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환자를 통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시신경척수염 진단과 치료에 대한 논문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