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손 까딱할 힘도 없어… 폭력성과 관계 없다"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2018/10/23 06:19

우울증과 폭력성


지난 14일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흉기로 끔직한 살해를 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르바이트생이었던 피해자는 얼굴에만 30개가량의 깊은 자상을 입었고, 출혈로 사망했다. 가해자 측은 평소 우울증을 앓았고, 약을 복용했다며 사건 이후 진단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또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이 약해지면 안 된다'는 내용이 올라오면서 역대 최다 추천(84만명 이상)을 받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높다. 또한 많은 정신과 전문의는 '우울증과 폭력성은 큰 관련이 없다'고 설명한다.

◇타인 해치기 어려워… 자신에게 분노하는 질환

우울증은 개인의 폭력성을 키우는 질환이 아니다. 오히려 무기력해지고, 의욕을 없애 폭력성도 떨어지기 쉽다.

▲ 우울증은 폭력성을 높이는 질환이 아니다. 오히려 무기력해지고 의욕이 없어진다. 타인보다는 자신에게 분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심한 우울증이면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는 경우가 많아 타인을 해치기 어려운 상태"라며 "기존의 여러 연구를 봐도 우울증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나타나는 정신과 진단"이라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정하 교수 역시 "우울증 환자는 무기력하고, 활동력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우울증이 극심하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으나, 이쯤 되면 PC방에 가는 것 같은 취미활동·사회생활이 정상적으로 어려울 정도라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던 사람이 우울증으로 살인을 저지르긴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검찰청 범죄분석보고서(2011)에 따르면 정상인 범죄율(1.2%)에 비해 정신질환경험자 범죄율(0.08%)이 더 낮다.

또한, 우울증은 폭력성이 발현돼도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곧잘 나타난다. 고려제일정신과의원 김진세 원장은 "우울증은 주로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분노가 나타나는 병"이라며 "타인을 해치기보다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10~15%는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 시도의 원인이 된 분노 감정 역시 대부분 가족 간 갈등·경제적 문제에서 야기되며,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의 갈등에서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

◇폭력 성향·알코올 등이 범죄 원인

그렇다면 우울증이 있는데, 살인 등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은 어떤 이유일까?

박정하 교수는 "범죄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은 개인의 성격, 알코올 섭취, 갈등 관계 등 다양하다"며 "우울증은 직접적인 살인 원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래 폭력 성향이 큰 사람이라면 나중에 우울증이 생겼다 해도 폭력·살인 범죄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 품행장애가 동반돼도 마찬가지다. 품행장애는 청소년기부터 나타나는 정신질환으로, 사람이나 동물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동물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며 자신의 화를 해소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알코올·약물 중독이 있다면 타인에게 해를 가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커진다. 이럴 때는 병원 치료를 받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