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머리 안 열고 감마선으로 치료… 하루 만에 생활 가능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2018/03/19 09:00

고대구로병원 감마나이프센터



직장인 박모(44·서울 구로구)씨는 건강검진을 받다가 뇌종양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종양은 청신경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청력 이상 등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수술해야 했지만, 워낙 빠듯한 회사 일정 탓에 수술 날짜를 잡는 게 쉽지가 않았다. 주치의인 고대구로병원 뇌신경센터 김종현 교수(신경외과)와 상의 끝에, 하루만 연차를 내고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기로 했다. 박씨는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바로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취업 준비중인 최모(27·서울 양천구)씨는 지난 연말에 갑자기 팔다리 힘이 빠지고 두통이 심하며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을 찾았다. 뇌경색을 의심했지만,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 보니 뇌종양이었다. 종양이 뇌의 중심부인 뇌실에 있어서 외과적인 수술을 할 경우 뇌출혈 등의 후유증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다. 고대구로병원 의료진은 최씨의 치료를 위해 감마나이프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추가적인 뇌 수술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뇌 종양이 빠르게 없어지고 있는 상태다.

▲ 감마나이프 수술은 머리를 열지 않아도 돼서 환자의 부담이 적고, 감마선이 병변에 정확히 조사되기 때문에 부작용 가능성도 낮다. 사진은 고대구로병원 뇌신경센터 김종현 교수가 감마나이프 수술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감마나이프, '뇌종양 치료의 혁명'이라 불려

감마나이프란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방사선의 하나인 감마선을 병소(病所)에 조사해 종양·혈관 기형 등을 치료하는 수술법을 말한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는 것처럼 감마선을 집중시켜서 병변에 조사(照射)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뇌종양 치료의 혁명'이라 부르는 수술법이기도 하다. 원래는 뇌종양 등이 발견되면 개두(開頭) 수술을 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한다. 그런데 개두 수술은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회복 기간이 10일 이상으로 길어서 환자의 부담이 큰 편이다. 방사선 치료 역시 인지 기능 저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첨단 방사선 장비인 감마나이프로 뇌종양을 치료하는 추세다. 김종현 교수는 "뇌종양의 경우, 종양의 크기가 크지 않고 급속히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감마나이프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혈관질환(뇌동정맥기형·동정맥류 등), 악성종양(전이성뇌종양 등), 양성종양, 삼차신경통, 파킨슨병, 수전증, 간질, 안구 질환 등에 감마나이프를 적용할 수 있다.

감마나이프는 외과적인 수술과 치료 효과가 거의 비슷하다. 두 치료법 모두 환자 10명 중 9명 정도가 종양이 완전히 제거된다. 다만, 종양을 한 번에 없앨 수 있는 외과적 수술과는 달리 감마나이프 치료를 받으면 종양이 수 주에 걸쳐 점점 작아지다가 사라진다. 따라서 촌각을 다투는 위중한 질병의 경우 감마나이프 보다는 외과적 수술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주변 조직 손상 적고, 다음 날부터 생활 가능

감마나이프를 이용하면 병변이 확인된 뇌신경과 뇌 조직에만 정교하게 감마선이 조사되기 때문에, 주변의 정상 조직은 거의 손상되지 않는다. 김종현 교수는 "칼을 대지 않고 감마선으로 병변을 없애는 수술이라서 출혈이나 감염 우려가 없다"며 "간혹 종양의 크기가 크면 주변 조직이 부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붓는다 하더라도 약물을 쓰면 금세 호전된다"고 말했다.

개두 수술은 수술만 4~5시간이 걸리고, 회복하기까지 두 달 정도가 소요된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병변의 크기나 위치 등에 따라 다르지만 한 시간 정도면 끝난다. 회복 기간도 짧다. 수술 당일에 퇴원할 수 있고,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수술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미세한 부위에도 침투할 수 있고, 수술로 인한 통증·흉터·감염 걱정도 없다. 그래서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추천된다. 고대구로병원 뇌신경센터 권택현 센터장(신경외과)은 "외과적 수술로는 치료가 힘든 부위에 병이 생긴 환자가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고 건강해진 사례가 많다"며 "건강 보험이 적용된 후로 수술 비용에 부담을 느끼던 환자도 감마나이프를 많이 시도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남부권 감마나이프, 고대구로병원이 유일

고대구로병원은 지난해 감마나이프센터를 개소하고, 감마나이프 퍼펙션이라는 장비를 도입했다. 감마나이프를 도입한 병원은 서울 서남부권에서 고대구로병원이 유일하다. 감마나이프 퍼펙션이란 감마나이프 최신 장비로, 저선량의 감마선을 각기 다른 192개 방향에서 조사해 안전하고 정교하게 치료할 수 있게 해준다. 환자의 위치를 0.1㎜ 단위로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어서 수술의 정확도가 높다.

감마나이프센터에는 신경외과 권택현·김종현 교수를 필두로, 뇌신경센터·신경과·신경외과·영상의학과 의료진이 포진해 있어서 유기적인 협진이 가능하다. 권택현 교수는 "감마나이프가 있다는 건 뇌신경질환을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라는 걸 의미한다"며 "게다가 우리 병원은 개원 때부터 다학제 협진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뇌신경질환을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