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80%는 혼자 해결하려다 병키워… 우울증은 치료하면 좋아지는 병입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2018/02/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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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듯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우울한 감정은 정신이 유약한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의사 등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를 꺼리다가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한국의 우울증 환자는 성인 인구의 4.54%인 214만5000여 명 (2016년 기준)이다.
그러나 실제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64만 명에 불과하다(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숨겨진 환자가 15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우울증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뇌질환으로, 우울증에 걸리면 의욕이 없어져 혼자 극복하기가 어렵다. 우울증 치료 명의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를 만나 우울증의 모든 것에 대해 들었다.

 


우울증 원인

우울증이 생기는 원인은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인 요인, 뇌의 세로토닌 감소와 같은 유전적 요인이 언급되는데요. 둘 중에 어떤 요인이 우울증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까.
과거에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나누어서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후생유전학 연구의 발전으로 유전자 발현에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규명되면서 통합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즉, 우울증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좋은 환경이라면 유전자의 발현을 막을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정신질환 중에서 유전적 소인이 강한 병은 조현병과 조울증이고, 우울증은 이런 질병보다는 유적적 소인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울증은 여성이 많습니까, 남성이 많습니까.
우울증은 모든 나라에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우울증뿐만이 아니라 공황장애, 불안장애와 식이장애 역시 여성이 2~3배 많습니다. 반면 남성은 중독 관련 질환의 유병률이 여성보다 크게 높습니다. 결국 합치면 남녀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비슷합니다.


어릴 적 트라우마도 우울증 발병에 영향을 미치나요.
아동기 트라우마는 성인기 우울증의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우울증이 잘 낫지 않는 환자의 경우 자세히 원인을 찾다보면 아동기 트라우마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 분석에서는 ‘Within Child’라고 하여 ‘내 안의 아이’, ‘내면의 아이’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 개념은 어릴 때 경험한 정신적 충격이나 슬픈 감정이 뇌의 해마에 기억으로 저장되고, 성인이 돼서 스트레스 상황이 됐을 때 어린 시절 상처받은 나로 돌아가 다시 우울해하는 것입니다. 성인이 돼서는 어릴 때와 달리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만한 힘이 있지만,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극복하지 못하고 우울감을 토로하는 것입니다.

사고나 재난 같은 트라우마도 우울증을 유발하나요.
전 국민의 60%는 사고, 재난 같은 커다란 트라우마를 겪는 것으로 조사돼 있습니다. 사고, 재난 같은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뒤 1~2개월간은 불안해하고 슬픈 감정이 드는 것은 정상이지만, 이런 감정이 계속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의심해야 합니다.
사고, 재난을 겪은 사람의 80%는 괴롭지만 받아들이고 회복을 하지만 10~20%는 과도하게 불안해하고 우울해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남습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의 60%는 우울증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최근 사고나 재난 이후 정신건강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정부는 사고나 재난 후 72시간 내 사고 현장으로 재난응급정신의료팀을 보내 정신건강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시로 처참한 시신 등을 보는 소방관의 우울증 유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4.5배 높다고 합니다. 우울증이 많은 직업군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소방관처럼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재난과 사고 현장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는 직업인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유병률이 매우 높습니다. 군인, 경찰 등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우울증을 동반하거나 기존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울증의 유병률 역시 높습니다. 이렇게 트라우마에 노출되는 직업이나 과로, 직장 스트레스, 교대 근무 등도 우울증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문학과 예술과 관련된 직업도 우울증, 조울증의 비율이 높습니다. 이는 감정을 깊이 경험하는 직업의 특성일 수도 있고, 고통을 창작으로 승화하려 문학이나 예술 관련 직업을 택한 분들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SNS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SNS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지만, 상처도 많이 받습니다. 몰라도 됐을 사람들에게 받는 악플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것입니다. 또한 피드백이 빨라 사람들을 점점 즉각적인 만족을 원하게 만들고 있어, 반응이 오지 않으면 우울함을 느낍니다. 실제 진료실에도 SNS를 하면서 소외를 경험하거나 악플을 당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SNS를 하면서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면 SNS와 멀어지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고, 현실의 인간관계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길 권합니다.

 


우울증 증상

우울증 환자가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인지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나요.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사람에게 본인이 우울증을 인지했느냐고 물었더니 30%만 ‘인지했다’고 답했다는 2005년 조사가 있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은 우울증 인지율이 70% 정도 됩니다. 과거에는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 심해 우울증을 불면증으로 인식하거나 신체 증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실제로 우울증이 있으면 불면, 식욕저하, 소화장애, 두통, 심계항진(심장 두근거림)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병으로 생각하고 여러 가지 검사를 반복적으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과거에 비해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 개선되면서 인지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주로 ‘슬프다’라고 표현 하나요. 우울증 증상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슬프다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진료실에 꼭 없어서는 안 될 것이 ‘티슈’입니다. 제 진료실에는 한 달에 한 통 이상의 티슈가 필요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괴롭고 슬프다면서 눈물을 흘리고 대화를 나눕니다. 우울증 진단 기준의 첫 번째가 지속적인 슬픔입니다. 그리고 이전에 나를 즐겁게 하던 어떤 것도 재미가 없고 의욕이 없어집니다. 식욕도 저하돼 밥이 돌을 씹는 듯 맛 없고, 잠도 안 오고 불안함을 느낍니다. 이렇게 살면 뭐하나 싶고,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것 같고, 나 같은 못난 사람에게는 아무 희망이 없는 것 같아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가족이나 동료가 우울증을 파악할 만한 단서 같은 것은 없나요.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자신이 우울하다고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생산성도 떨어지고 자꾸 실수를 합니다. 이때 훈계나 지적을 하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이를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더 위축되며 우울증은 악화됩니다. 일을 잘하던 사람이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배우 유아인의 SNS상에 글을 보고 조울증을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SNS 글을 통해서도 우울증을 파악할 수 있을까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의사에 대한 징계 논의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시작됐습니다. 물론 몇 가지 중요한 단서를 통해 조울증과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지도 않고 함부로 조울증을 진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을 미국에서는 ‘골드워터룰(Goldwater Rule)’이라고 하는데, 의사윤리에 포함됩니다. 혹시 누군가가 우울증 등이 의심된다면 환자를 직접 돕는 것이 맞지, 공개적으로 SNS상에서 진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살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는 얼마나 되나요.
우울증 환자의 60~70%가 자살을 생각하고, 15%는 실제 자살을 시도합니다. 특히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에서는 자살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 해외의 자살 사망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부검연구에서는 자살 사망자의 95%가 정신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수준의 증상이 있었고, 정신질환의 80% 가까이가 우울증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자살자의 88%에서 정신질환을 진단할 수 있었습니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은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이해하면 되나요. 우울증 환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결국 자살에 이를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자살을 촉발한 직접적인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젊은 층의 경우는 취업 스트레스, 40~50대는 경제적 스트레스, 60대 이상은 신체질환으로 인한 고통 등이 주로 자살 촉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수많은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사실 주변의 도움도 받고 사회적 안전망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하고, 그 사회 문화의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이런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위기 상황이 자살이라는 최악의 선택까지 가는 데에 우울증이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03년부터 10년 이상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 여러 공공의 노력에도 줄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했습니다. 하지만 빠른 발전에 명암이 있습니다. 여러 사건 사고와 인재 등 안전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고, 신체 건강과 함께 마음의 문제를 챙기지 못했습니다. 선진국도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되는 시점에서 정신 건강의 문제가 사회적 아젠더로 논의되고 해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자살을 예방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면 자살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언론 보도에 대한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자살 방법은 물론이고, ‘자살’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교수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오스트리아에서는 자살을 보도하지 않기로 한 언론지침을 시행한 후 자살이 현저히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잘 알려진 바대로 자살에는 ‘베르테르 효과’(유명인 또는 평소 선망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가 있습니다. 어떤 한 사람의 자살이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를 언론보도가 매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자살에 대해서는 아예 보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공인의 경우나 어쩔 수 없이 보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자살 수단은 적지 않아야합니다. 최근 샤이니 종현(27)의 사망 후 안타까운 사건을 다룬 해외언론은 거의 자살 수단을 언급하지 않았고, 기사 하단에 이 기사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자살예방 전화를 이용해 상담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울증 치료와 극복

우울증은 정말 스스로 해결할 수 없습니까? 꼭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우울감 자체는 성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감정입니다. 실제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을 성찰하고 목표를 수정해 우리가 더 나아지는 데 우울은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경증 우울증의 경우는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도 극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은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다리가 부러지면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고, 재활과 회복을 위해 본인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우울증도 치료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치료를 한 후 근거 있는 방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한편, 적응장애나 급성스트레스 반응은 우울증과 헷갈리는 경우가 많지만, 환경이 달라지면 금방 좋아지는 것으로 우울증과 다릅니다.

우울증이 의심돼서 병원에 내원하면 어떤 치료 과정을 거치나요.
우울증의 원인은 심리적인 것도 있지만 신체적인 질환도 많습니다. 따라서 신체적인 질환에 의해 우울증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감별해야 합니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질병으로는 갑상선기능저하, 뇌졸중, 파킨슨병, 심장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울증을 처음 치료할 때에는 신체적인 원인에 의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검진이 꼭 필요합니다. 신체 질환에 의한 우울증이 아니라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환자의 성장 과정, 현재 환자의 스트레스 상황과 성격을 파악하고, 필요하면 임상심리전문가의 심리검사를 시행해야 됩니다. 증상의 특성과 심각도에 따라 항우울제 등 약물 치료와 인지치료, 지지정신치료 등 심리적 치료를 함께 시행하게 됩니다. 증상이 심해 자살 등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3주 정도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경증의 경우 상담만 받아도 좋아진다고 하는데, 상담은 어떤 과정으로 이어지나요.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상담은 지지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등이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에 대한 편견이 감소하면서 약물치료는 하지 않고 상담치료만 받는 환자도 늘고 있습니다. 정부도 우울증 진단을 받아 불이익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2012년 건강보험 청구 항목에서 ‘정신과 상담 기록’(F코드)을 ‘일반 상담 기록’(Z코드)으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우 향후 보험 가입에 대한 걱정 없이 상담이 가능합니다. 상담은 정도에 따라 주 1회 30~50분 시행합니다. 지지정신치료는 그보다 더 가끔, 짧은 시간 시행해도 충분히 효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 진료 기록의 비밀 보장은 잘 이뤄지고 있나요.
의료법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외부인은 물론이고 같은 병원 내 타 의료진도 정신과 전문의의 승인 없이 우울증 환자의 진료기록을 볼 수 없습니다.

우울증에는 어떤 약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써야 하나요. 치료 효과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항우울제는 1950년대부터 사용되었지만 입마름, 변비, 과량 복용 시 부정맥 사망 위험 등의 부작용이 문제였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개발된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가 부작용을 낮춰 우울증 치료를 획기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우울증 환자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감소돼 있고, 세로토닌이 결합해 작용을 하는 세로토닌 수용체는 증가돼 있습니다. 세로토닌 수치는 하루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증가된 수용체를 정상화시키는 데는 한두 달이 걸립니다. 현재 나와 있는 약은 세로토닌 수용체를 정상화하는 약입니다. 약 복용 후 한두 달이 지나면 우울증 개선율이 70~80%나 됩니다. 10명 중 7~8명은 좋아지는 것입니다.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초반에는 괴로운 일이지만, 효과가 늦게 나타나면서 금단증상이 없어 나중에 치료를 종결할 때 약을 끊는 데는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치료받지 않은 우울증은 9~13개월 지속되고 재발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6개월~1년 정도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우울증이 3회 이상 재발한 만성우울증 환자는 5년 이상 약을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울증은 우울증 발병 전에는 건강하던 사람이 처음 발병했을 때 완치율이 높습니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은 없나요.
우울증이 심하면 처음에는 자살할 기운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항우울제 복용 후 2~4주가 지나면 기운은 나지만 우울한 생각은 좋아지지 않아 이때 자살 위험이 높습니다. 의사도 이 시기를 주의해야 하며, 환자에게 설명을 충분히 해서 우울증 치료를 시작한 환자가 이 시기를 잘 넘기도록 해야 합니다.

 


얼마 전 자살한 샤이니 종현의 경우, 유서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를 할 때 어떤 의사와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가장 괴로운 일이 자살로 환자를 잃었을 때입니다. ‘내가 왜 막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앞에 있는 환자에게 다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소명입니다. 샤이니 종현의 경우 그 상황은 두 사람만 알 수 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공감에 실패하고 해석이 조급했을 수 있습니다. 의사도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 면담에서 의사가 사과도 하고 다시 공감하면서 비 온 뒤 땅이 굳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샤이니 종현의 경우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때로 환자가 우울증이 너무 심한 경우는 어떤 도움도 거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보호자의 동의하에 입원을 해서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이 되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신뢰를 다시 쌓아 치료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입원을 결정하기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돼 안타깝습니다.

우울증 치료 시 환자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할까요.
우울증은 혼자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2016년 보건복지부 정신질환실태조사에서 우울증 환자 479명에게 ‘과거에 치료를 안 받은 이유’를 물었더니(복수응답)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응답이 75.9%로 가장 많았습니다. 우울증 환자는 세상이 어둡게 보이고 끝이 없는 터널에 갇힌 것처럼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도움을 청해도 소용이 없고, 병원 치료도 거절합니다. 그러나 우울증은 뇌의 질병으로 치료하면 70~80%의 환자가 좋아집니다. 우울증 환자를 병원으로 오게 하는 데에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우울증 환자를 대하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문제점은 없나요.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을 정신이 유약하다고 비판합니다. 우울증 환자는 아픈 사람이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미국 회사의 경우 조퇴 사유 1, 2위가 ‘스트레스, 우울감’입니다. “기분이 우울해요”라고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인정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돼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게 성숙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주변에서는 잘 하던 사람이 갑자기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등 달라졌을 때 ‘힘든 거 없냐’고 물어봐줘야 합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집중력 저하, 의욕 저하로 실수가 잦은데, 이런 행동의 변화를 주변에서 잘 캐치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백종우 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경희대학교병원에서 우울증과 트라우마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미국 듀크대학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방문교수로 우울증과 임상연구에 대해 연수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이사,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총무위원장을 맡아 한국인의 정신 건강과 자살 예방을 위한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자살예방, 재난정신건강, 정신건강 전달체계 등 국책연구와 과제를 수행하고, 80여 편의 논문을 SCI(E)에 수록하여 2017년 경희의학상을 받았다. 학생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우수교수상 교육부문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