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권역외상센터는 하기 싫다? 빅5병원의 그림자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2017/12/07 18:27

▲ 7일 국회에서 중증외상체계 관련 정책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중 하나로 공공성 항목을 신설할 계획을 밝혔다./사진=김진구 기자

“아이러니하게 빅5병원 중에는 권역외상센터를 신청하는 곳이 없다. 정부의 간섭을 받기 싫다는 이유로 설립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하더라.”

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7일 국민의당 박인숙 의원실에서 개최한 중증외상체계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자타 공인 국내 최고라는 다섯 개 병원의 현 주소다. 현재 권역외상센터는 전국에 13곳. 이국종 교수가 있는 아주대병원을 비롯해 가천대 길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단국대병원, 충북대병원, 을지대병원, 안동병원, 경북대병원, 울산대병원, 부산대병원, 원광대병원, 전남대병원, 목포한국병원 등이다.

여기에 빅5병원의 이름은 없다. 환자를 볼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인 데다 운영의 핵심인 외상외과 인력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권역외상센터를 운영 중인 13곳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오히려 인력 수급 면에서 빅5병원에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권준욱 정책관은 “빅5병원은 ‘우리는 우리대로 잘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빅5병원뿐 아니라 대부분 상급종합병원도 마찬가지다.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및 연구중심병원 지정 시 지정기준 중 하나로 공공성 관련 항목을 신설하겠다는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권준욱 정책관은 “민간에서 관심이 부족한 권역외상센터를 활성화하기 위해 예산 및 수가를 확대하고 외상외과 의사들의 처우 문제도 해결하겠다”며 “이와 동시에 상급종합병원이나 연구중심병원 등 병원계의 사활이 걸린 분야가 있는데, 이를 지정할 때 공공성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해석하면 공공성 항목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예산만 받고 센터 운영 안하는 병원 “지정 취소 고려

권 정책관은 이어 “권역외상센터로서 활동을 잘하는 곳과 못하는 곳을 구분한 뒤, 잘하는 곳에는 더 지원하고 못하는 곳은 지원을 줄이거나 아예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말해 이런 기조를 더욱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경북대병원의 예를 들며 일부 권역외상센터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경북대병원의 경우 (권역외상센터 운영과 관련해) 복지부의 속을 많이 썩인다”며 “국립대니까 당연히 지정될 것이라는 식의 도덕적 해이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2012년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받은 뒤 5년이 넘도록 복지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으면서 권역외상센터를 공식 개소하지 못하고 있다. 권 정책관은 “이번에 국회에서 중증외상 관련 예산이 늘었다”며 “아주대병원처럼 지원했을 때 그만큼 열심히 하는 곳에 예산을 늘리고,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곳은 예산을 줄이거나 아예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