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숙 기자의 新명의 열전
고대구로병원 심장내과 박창규 교수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혈압이 높은데도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방치하다 보면 심각한 합병증으로 빨리 사망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혈관에 손상을 일으켜 동맥경화를 가속화시키고 뇌와 심장에 부담을 줘 여러 합병증을 일으킨다. 한국인의 주요 사망질환인 심근경색, 뇌졸중 등은 고혈압이 큰 원인이다.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고혈압 유병률은 32%이다. 고혈압은 한국 성인 10명 중 3명이 앓고 있는 ‘국민 질병’인 셈이다. 혈압은 나이가 들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고령화 시대에 혈압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내 고혈압 명의로 꼽히는 고대구로병원 심장내과 박창규 교수를 만나 고혈압의 모든 것에 대해 들었다.
고혈압 원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 수는 2014년 707만 명, 2015년 721만 명, 2016년 752만 명으로 최근 2년 사이 6.4% 늘었습니다. 고혈압이 이렇게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원인은 인구의 고령화입니다. 고혈압은 결국 혈관노화에 의해 발생합니다. 고혈압 진단율이 증가한 것도 고혈압 증가의 원인입니다. 현재 병원은 물론 공공기관 어디에나 혈압계가 있어서 쉽게 혈압을 잴 수 있습니다. 직장인 건강검진 등이 의무화되면서 혈압을 잴 기회가 많아진 것도 진단율이 높아진 이유입니다.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기름진 음식 섭취가 증가한 것, 소금 섭취가 늘어난 것, 비만 인구 증가, 스트레스 증가, 환경오염에 의한 만성염증 증가도 고혈압 증가의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고혈압의 90% 이상은 원인 질환이 없는 본태성고혈압인데요. 짠 음식 섭취, 음주, 흡연, 고령화 등 고혈압의 원인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유념해야 할 원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바로 짜게 먹는 식습관입니다. 한국인은 김치, 장류 등 소금에 절이거나 발효한 식품을 많이 먹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일 소금 섭취량 5g을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인은 12g 정도를 섭취하고 있습니다. 권고량의 2배 이상을 먹고 있는 것입니다. 여성의 경우 음주·흡연 비율이 나날이 늘고 있어 고혈압을 주의해야 합니다.
-본태성고혈압이 아닌 고혈압은 어떤 원인 때문에 발생하나요?
고혈압의 10%는 질병에 의한 이차성고혈압입니다. 만성적으로 콩팥의 기능이 떨어진 경우(만성콩팥질환), 콩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콩팥 동맥이 좁아진 경우(신동맥협착증), 부신에 발생하는 종양이 있는 경우, 갑상선 기능 이상, 대동맥축착증이라 하여 대동맥의 일부가 좁아진 경우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이차성고혈압을 의심해야 할 때는 고혈압이 20세 이하 또는 60세 이후에 갑작스럽게 발병한 경우, 고혈압 약을 먹어도 혈압이 조절이 안 되는 경우, 심한 두통이 나타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화끈 달아오르는 느낌과 심하게 땀이 많이 나는 경우, 혈압이 심하게 상승하거나 기복이 심한 경우입니다. 이차성고혈압은 원인이 되는 질환을 적절히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놓치게 되면 지속되는 혈압의 상승과 심한 기복으로 고혈압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고혈압이 유전되나요? 가족력과는 관련이 있습니까?
고혈압 환자의 30~50%는 유전과 관련이 있습니다. 가족력은 70%로 추정하는데요. 가족끼리는 짜게 먹는 식습관 등 고혈압을 유발하는 비슷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고혈압은 가족력과 관련이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 왜 자연스럽게 혈압이 올라가나요?
혈관이 노화되면 두꺼워지고 딱딱해집니다. 이를 동맥경화라고 합니다. 동맥경화는 동맥이 탄력성을 잃게 되고 혈관저항성이 증가한 상태입니다. 혈관 저항성이 늘면 혈액량이 소량 증가해도 혈관벽에 미치는 압력은 크게 증가해 고혈압이 됩니다. 이로 인해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고혈압 기준
-고혈압을 치료하는 의사들 사이에서 목표혈압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환자의 목표 혈압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140/90mmHg, 150/90mmHg인데요. 목표 혈압 수치를 무엇으로 보는 것이 맞나요?
최근 해외에서 목표 혈압에 대한 다른 의견들이 제시됐지만, 한두 건의 논문 가지고 가이드라인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현재 대한고혈압학회에서 권고하는 목표 혈압은 140/90mmHg 미만입니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는 이 기준치 이하로 혈압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80세 이상의 고령 고혈압 환자의 경우, 약물 등으로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떨어뜨렸을 때 오히려 기운 빠짐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연구가 많아서 80세 이상 노인은 150/90mmHg 이하로 내려야 합니다. 60세 이상이라도 혈압이 떨어지면 기운 빠짐·어지럼증 같은 신체적으로 쇠약함을 느끼는 경우는 목표 혈압을 150/90mmHg 이하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120/80mmHg 미만은 최적의 혈압이라고 이해하면 되나요?
정상 혈압이라고 알려진 ‘120/80mmHg 미만’은 정상, 비정상의 의미가 아니라 건강에 최적인 혈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20/80mmHg 미만은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가장 낮은 이상적인 혈압입니다. 140/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이고 120~140/80~90mmHg은 고혈압 전단계로 고혈압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식습관 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혈압이 너무 낮은 것은 문제가 안 되나요?
수축기 혈압이 90 이하인 경우를 저혈압이라 합니다. 체질적으로 혈압이 낮은 본태성저혈압은 건강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본태성저혈압을 가진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혈관이 딱딱해지면서 혈압이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그러나 고혈압약 복용 후 저혈압이 생기고,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 힘빠짐 등의 불편함이 있으면 문제가 됩니다. 나이가 들면 혈류가 말초혈관까지 충분히 순환이 잘 안 되는데, 저혈압 상태에 빠지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심장병, 뇌졸중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혈압약에 의해 저혈압이 생겼다면 약 용량 조절 등이 필요합니다. 암, 심부전, 부정맥, 탈수, 출혈에 의해서도 저혈압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때는 매우 위험하므로 병원에 빨리 가야 합니다.
고혈압 진단
-고혈압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나요? 간혹 머리가 아프고 눈이 침침해지거나 숨이 가쁘고 몸이 부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고혈압은 대부분 증상이 없습니다. 간혹 두통, 어지럼증, 피로감, 가슴떨림 등의 증세를 호소하기도 하지만, 증상을 믿고 혈압 측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이 고혈압인지 아닌지 아는 것이 첫 번째로 중요합니다. 고혈압은 30세 이상 성인의 30%가 앓고 있기 때문에 30대 이상이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혈압 측정을 권합니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하거나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은 고혈압 발병 위험이 높으므로 반드시 체크해봐야 합니다.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 중 10% 이상이 잘못된 진단이라는 보고가 있는데요. 이처럼 오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혈압은 하루에도 수시로 수치가 변할 수 있습니다. 일중 주기, 계절적 주기에 따라 혈압에 차이를 보이며, 긴장, 활동, 섭취한 음식, 술, 담배 등도 혈압에 영향을 줍니다. 혈압을 정확하게 재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최근에는 병원 진료실에서 측정하는 ‘진료실혈압’뿐만 아니라 집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가정혈압’, 24시간 동안 혈압을 측정하는 ‘활동혈압’ 수치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고혈압을 진단합니다.
-고혈압 오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혈압을 측정하고자 한다면 30분 전부터 커피를 마시거나 흡연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혈압 측정 전에는 최소 5분 이상 휴식과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혈압을 측정할 때는 등받이 있는 의자에 엉덩이를 충분히 집어넣고 혈압대의 위치가 심장 높이와 일치하도록 해야 합니다. 혈압을 측정하는 동안 의사나 환자 모두 대화 등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소변이 너무 마려운 상태에서는 혈압을 재지 않아야 합니다.
-최근 가정혈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가정혈압 측정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70%가 목표 혈압 수치 도달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고혈압 관리에 있어서 가정에서 혈압을 재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고혈압 환자의 15%가 백의(白衣)고혈압, 또 다른 15%가 가면고혈압입니다. 그만큼 정확한 혈압을 재기가 까다로운 것입니다. 가정혈압은 이렇게 잘못된 고혈압을 배제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또한 가정혈압을 재면 환자가 약 복용이나 생활습관 개선 등을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가정혈압 수치를 고혈압 진단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2011년 가정혈압 측정이 혈압 개선에 도움된다는 다양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고혈압 진단 가이드라인에 진료실 혈압과 24시간 활동 혈압 혹은 최소 4~7일 동안의 가정혈압 측정 결과가 필요하다는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2014년에 발표된 일본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진료실 혈압과 가정혈압에 차이가 있을 경우, 가정혈압 측정 결과를 기반으로 한 진단을 더 우선으로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가정혈압 측정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는 각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가정혈압 측정법을 쉽고 편리하게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 자료를 개발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가정혈압을 제대로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혈압은 아침에 일어난 후 소변을 보고 나서 한 번, 저녁 식사 후에 한 번으로 두 차례 재야 합니다. 혈압을 잴 때는 두 번 연속으로 잰 뒤 평균을 내야 하는데, 처음 혈압과 두 번째 잰 혈압이 10mmHg 이상 차이가 나면 다시 한 번 혈압을 잽니다. 처음 혈압을 빼고 두세 번째 혈압을 평균을 내면 됩니다.
고혈압 치료
-고혈압 약은 한번 복용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초기에 관리를 잘 하면 끊을 수 있지 않나요?
고혈압은 대개 혈관 노화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한 번 복용하기 시작했다면 평생 약 복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초기 경증 고혈압은 생활습관 관리를 잘 하면 가끔 끊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고혈압 진단 기준도 까다롭게 세우고, 약 복용에 앞서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초기의 젊은 고혈압 환자는 적어도 3~4개월 정도는 병의 원인(비만, 과음, 식습관 등)을 파악하고 이를 교정하도록 유도하고, 정상으로 돌아오면 약을 처방하지 않습니다.
-2017년 고혈압학회에서 발표된 조사에 의하면 30세 이상 고혈압 유병률은 32%로 증가추세를 보이는데요. 30~40대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30대 치료율 13.8%, 40대 35.9%) 젊은 고혈압 환자의 치료율이 떨어지는 이유는요?
젊기 때문에 본인이 고혈압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는 비율도 낮습니다. 고혈압은 증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잘 모르고, 의심이 가더라도 진단과 치료를 자꾸 미루고, 고혈압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해도 약 복용을 중간에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고혈압 환자도 약을 먹는 등 꼭 치료가 필요한 이유를 알려주세요.
젊은 나이 때부터 고혈압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고혈압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망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미국심장협회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45세 미만에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는 고혈압이 없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2.3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65세 이상에서 고혈압을 진단받은 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1.4배)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고혈압이 있으면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5배 높아집니다. 30대에 고혈압이 생기면 60대에 고혈압이 생긴 사람보다 이른 나이에 심뇌혈관질환이 생길 위험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사망 위험도 높아져 초기부터 적절한 대응이 필수입니다.
-고혈압약에는 크게 어떤 종류가 있으며, 한국인에게는 어떤 약 처방을 많이 하나요?
이뇨제, 교감신경차단제, 칼슘차단제,엔지오텐신차단제가 대표적인 약제입니다. 이뇨제는 소변을 통해 염분과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거나 말초혈관의 저항을 줄여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입니다. 교감신경차단제는 혈관의 긴장 상태나 심장박동의 세기, 심장박동수 등을 조절해 혈압을 낮추는 약입니다.교감신경 중 베타(β)수용체를 차단하는지, 아니면 알파(α)수용체를 차단하는지에 따라 베타차단제, 알파차단제로 나뉩니다. 안지오텐신 차단제는 몸속에서 혈압을 올리는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이라는 시스템을 차단해 혈압을 낮추는 약입니다. 칼슘길항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고혈압약입니다. 혈관을 확장시키면서 혈압을 낮추고, 심장의 수축력을 억제해 박동수를 조절합니다. 특히 나이 많은 환자의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고, 최근 심·뇌혈관질환 예방 효과도 입증됐습니다.
-고혈압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칼슘차단제는 발목 부종, 안지오텐신 차단제는 마른기침, 베타차단제는 서맥, 이뇨제는 빈뇨 등이 있습니다. 고혈압약은 기본적으로 평생 매일 먹는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대부분 경미합니다.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다양한 종류의 약이 개발돼 있으므로 약을 바꿀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기전의 고혈압 약제를 저용량으로 복합해 처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약 부작용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일부 고혈압약은 자몽주스와 함께 먹을 때 약효가 과도하게 증가하는 등 상호작용이 나타나는데요. 이처럼 고혈압약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식품이나 약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칼슘차단제는 자몽주스와 함께 먹을 때 약효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자몽주스에 함유된 나린긴, 나린게닌 성분이 약물을 분해하는 간의 효소인 사이토크롬P450을 과활성화시켜 약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 외 다른 약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약 부작용을 너무 두려워해서 모든 증상을 약 부작용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꽤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최근 미디어에서 고혈압약 부작용에 대해 과도하게 겁을 주는 것도 문제입니다. 일례로 일부 고혈압 약제가 칼륨 배설을 막는다고,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제한하라고 하는데, 칼륨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은 고혈압 조절을 위해서 꼭 먹어야 하는 좋은 식품입니다. 가능성이 적은 부작용 걱정 때문에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고혈압 합병증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마틴 오도넬 교수팀이 세계 32개국 2만7000명의 뇌졸중 환자(1만3447명)를 분석했더니 뇌졸중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고혈압으로 나타났고, 뇌졸중 발생에 47.9%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고혈압이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기전에 대해 알려주세요.
고혈압 상태에서는 혈관이 손상돼 문제가 됩니다. 혈관 손상에 가장 예민한 장기가 바로 뇌와 콩팥입니다. 고혈압으로 인해 뇌 말단동맥이 점점 얇아지고 심하면 유리 형태로 변하고, 높은 혈압에 쉽게 터져 뇌출혈이 될 수 있습니다. 손상된 혈관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이면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동맥경화증입니다. 뇌로 가는 경동맥에 동맥경화증이 잘 발생하는데, 고혈압에 의해 콜레스테롤이 쌓여 있는 죽상반이 터지면 갑작스럽게 혈전이 발생해, 뇌혈관이 막혀 뇌경색이 초래됩니다.
-뇌졸중 외에 고혈압이 불러오는 합병증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고혈압은 장기(臟器)의 손상을 가져오는데, 뇌 이외에도 콩팥, 눈, 심장이 고혈압에 큰 영향을 받는 곳들입니다. 콩팥은 수많은 모세혈관들이 촘촘히 뻗어 지나가면서 혈액 중의 노폐물들을 쉴 새 없이 걸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만일 높은 혈압을 오랜 기간 치료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게 되면 콩팥의 경화가 진행되고 노폐물 여과 기능은 점차 망가져 신부전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만성신부전이 되면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합니다. 눈에도 많은 혈관들이 분포하는데 고혈압으로 인해 혈관들이 경화되고 터지게 되면 시력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실명할 수 있습니다. 심장은 온몸에 혈액을 보내기 위해 계속하여 펌프질을 하는 부지런한 기관입니다. 혈압이 높으면 심장이 일을 많이 하게 돼 심장근육이 점차로 두꺼워지고 뻣뻣해져 펌프 기능이 손상됩니다. 이것이 바로 심부전입니다.
-잠에서 깬 뒤 두 시간여 동안 최고혈압이 160~180mmHg까지 급격히 높아지는 ‘아침고혈압’ 환자나 낮보다 혈압이 10~20% 떨어져야 하는 밤중에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높아지는 '야간고혈압' 환자의 경우 심혈관질환 합병증 위험이 특히 높은 이유에 대해 알려주세요.
아침고혈압 특히 수면 시보다 기상 시 혈압이 30mmHg 이상 급상승 경우는 교감신경 항진이 비정상적으로 심한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아침 고혈압이 있으면 오전 중 치명적 심혈관계질환 발생 가능성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야간고혈압은 야간 중에도 혈압이 계속 높기 때문에 혈관이 휴식 시간을 갖지 못하고 계속 손상받게 돼 고혈압 합병증 위험이 크게 늘어납니다. 야간고혈압은 콩팥 등의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나트륨 섭취가 많거나, 대사증후군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심혈관질환 합병증 위험이 특히 높습니다.
고혈압 생활 관리
-고혈압은 약물보다 생활요법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혈압은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에 생활요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혈압의 치료에는 약물치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 조절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뿐 아니라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도 고혈압 치료에 있어서 생활습관 조절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약물치료 시에도 동반되어야 함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생활습관 조절에는 식이조절, 금연,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 습관이 포함되며, 많은 임상연구를 통해서 생활습관 조절이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을 낮춘다는 사실이 입증됐습니다. 특히 비만인 사람은 체중감소가 약물보다 혈압 조절에 더 효과적입니다.
-소금을 먹었을 때 혈압이 높아지는 기전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짜게 먹어서 혈액 내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면서 세포에 있던 수분이 혈액으로 빠져나오게 됩니다. 혈액량이 증가하면서 혈압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짠 걸 먹으면 물도 많이 마시게 돼 혈관 내 혈액이 갑자기 폭증하면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게 됩니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져 고혈압에 이르는 것입니다.소급 섭취와 혈압의 관계를 본 임상연구에서 하루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5mmHg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장기 추적조사 연구에서도 식단에서 소금을 줄이는 것이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국,김치, 젓갈류가 많은 우리나라의 식단에는 소금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짜게 먹는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조금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저염식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먼저 국, 찌개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물에는 나트륨이 많아서 안 드시는 게 좋습니다. 또한 제철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해야 합니다. 과일과 채소에는 몸속의 나트륨을 배출하고 혈압을 낮춰주는 칼륨은 물론 칼슘,무기질 등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고혈압 환자들은 채소, 저지방 유제품,식물성 단백질, 수용성 섬유질, 전곡 위주로 식사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고혈압 환자가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술을 마시면(남자 3잔, 여자 2잔 이상) 알코올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게 됩니다. 또한 술은 칼로리가 높아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되거나 영양 성분이 없는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영양소가 결핍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기존 고혈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의 경우 가능한 한 1~2잔으로 절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혈압 환자는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한데요. 운동 시 주의할 점에 대해 알려주세요.
운동 시작 전에 병원에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의 현재 몸 상태를 체크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과 양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기존에 운동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심장 발작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고혈압 환자들은 걷기, 조깅이나 수영 등의 중등도의 유산소 운동을 30분 정도 일주일에 5일 이상 꾸준히 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단순 근력운동의 경우 혈압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들은 아직까지 많지 않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에게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고려대의대 심장내과 교수, 고혈압·협심증이 전문 분야이다. 심혈관질환 관련 호르몬, 대사증후군, 교감신경 활성, 혈관노화 등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혈압을 높이는 기전인 ‘레닌-엔지오텐신 시스템’의 권위자로 《레닌-엔지오텐신 시스템의 이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국내를 제외한 해외 SCI급 논문을 156편 썼다. 국내 전문가 중에는 드물게 SCI 저널인 <일본고혈압학회지> 편집 고문과 <세계고혈압저널>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연구 심사 및 연구자 선정 등을 하고 있다.수십 년간의 고혈압 진료 경험과 연구 등을 바탕으로 환자 특성에 맞는 고혈압 치료를 해주고 있다. 2010년 일본고혈압학회 공로상, 대한고혈압학회 최우수 임상연구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