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진탕 후 피로·성격 변화… 뇌 신경세포 손상 탓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우울증 생기고 기억·집중력 저하… 환자 15%, 증상 1년 이상 지속 CT 이상 없어도 지속적 관찰을… 약물·상담·인지재활 치료받아야



김모(19)군은 17세 때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사고 당시에 의식을 잠깐 잃어서 근처 응급실에 갔는데,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 큰 이상이 없어서 퇴원했다. 하지만 그 후부터 두통이 지속됐고,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바뀌어서 학교 생활을 하는 게 힘들었다. 사고 후 1년이 지나서야 큰 병원에 갔다가, 여러 검사를 통해 대뇌 전두엽에 미세한 출혈이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출혈은 멈췄지만 그 부위의 뇌 기능이 떨어져서 증상이 생긴 것이었다. 김군은 재활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의 협진을 통해 약물 치료, 인지재활 치료 등을 받았다. 증상이 많이 호전돼서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다.

뇌진탕(경증 외상성 뇌손상)은 김군의 사례처럼 여러 후유증을 남긴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오병모 교수는 "사람들이 뇌진탕을 겪어도 기억을 잃는 순간이 매우 잠깐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편"이라며 "뇌진탕 후에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여러 증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뇌진탕을 겪으면 구토, 두통, 어지럼증, 기억력·집중력 저하, 우울감, 피로 같은 여러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약물 치료나 인지재활 치료를 시행하면 완화된다. /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매년 20만명이 뇌진탕 겪어

뇌진탕은 외상 후에 30분 이내의 짧은 의식 소실이 있거나, 24시간 안에 기억상실증이 나타나면 진단한다. 뇌진탕 발생률은 유방암의 세 배가 될 정도로 많다(미국암학회 자료). 미국에서는 매년 250만명이 새로 뇌진탕을 겪는데, 우리나라도 그 수가 적지 않다. 2008년 국내 퇴원 환자 통계에 따르면, 매년 16만명이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입원하지 않은 사람으로 대상을 넓히면 2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의료계는 추산한다. 뇌진탕은 특히 10대와 60대 이상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10대 때는 신체 활동이 많아서 외상을 입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고, 60대 이상은 운동신경이 둔해서 낙상 등을 겪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환자의 15%, '뇌진탕후증후군' 1년 이상 시달려

뇌진탕이 무서운 이유는 구토, 두통, 어지럼증, 기억력·집중력 저하, 우울감, 피로 등의 후유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들을 '뇌진탕후증후군'이라 한다. 보통 한 달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뇌진탕 환자의 15%는 1년 이상 뇌진탕후증후군에 시달린다. 오병모 교수는 "뇌의 신경세포가 손상됐기 때문"이라며 "전기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신경전달물질이 잘 분비되지 않아서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드물지만 우울증이 생겨서 자살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뇌진탕을 경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률이 3배 정도로 높다는 캐나다의 연구가 있다.

이런 뇌의 변화는 CT나 MRI(자기공명영상)로는 잡아내기가 힘들다. 오 교수는 "뇌진탕으로 인한 뇌 신경세포 변화를 잡아내는 진단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심리·인지기능 평가를 이용해 알아내고, 필요에 따라 신경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관찰한 뒤에 진단한다"고 말했다. 뇌진탕으로 인해 뇌출혈이 생기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출혈량이 적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출혈량이 많아지거나 부위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3개월 정도는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뇌진탕 후 신체·심리 변화 시 빨리 치료

CT·MRI 상으로 이상이 없더라도, 뇌진탕을 겪었다면 환자 스스로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 시야가 흐려지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자가진단표 참조>. 치료는 증상에 따라 다르다. 두통, 어지럼증 같은 증상에는 약물 치료를 주로 시행한다. 우울증이 생기면 약물 치료나 상담 치료를,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인지재활 치료를 한다.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뇌진탕 후 증상자가진단표

□ 두통
□ 어지럼증
□ 구역·구토
□ 소리에 민감함
□ 수면장애
□ 피로
□ 쉽게 화가 남
□ 우울감
□ 좌절감
□ 기억력 저하
□ 집중력 저하
□ 생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림
□ 시야가 흐릿함
□ 빛에 민감함
□ 사물이 두 개로 보임
□ 안절부절못함

※5개 이상에 해당하거나, 1개 증상이 아주 심하게 1주일 이상 지속되면 전문가 진료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