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원인부터 찾아 해결…무조건적 시험관 아기 아닌 ‘자연 임신’ 돕는다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2016/09/18 17:00

메디컬 탑팀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


30년 전부터 난임(難姙) 연구에 몰두해, 난임 치료 관련 ‘국내 최초’의 기록을 수없이 경신한 곳이 있다. 1963년 세워진 국내 최초 여성 전문병원, 제일병원이다. 뛰어난 난임 치료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 병원에서 시험관 아기를 시도한 환자는 전체 난임 환자의 3%에 불과하다. 난임의 원인부터 상세히 살펴 ‘자연스런 임신’을 돕는 데 힘쓴 결과다.

 

▲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 전문 의료진들 (사진=헬스조선 김지아 기자)

난임 관련 ‘최초’ 타이틀 수없이 많아
제일병원은 국내에서 이미 널리 이름이 알려진 병원이다. 50년 넘게 쌓아온 병원 역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치료 실력을 인정받은 덕이다. 제일병원에 난임 전문 연구센터가 생긴 것도 무려 1985년. 설립 때부터 최근까지 ‘불임센터’로 불렸지만, 2005년 병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이름을 공모한 결과, ‘아이소망센터’라는 이름이 선정돼 바뀌었다.

제일병원은 난임 치료와 관련한 ‘국내 최초’, ‘민간 병원 최초’ 타이틀을 수없이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민간 병원 최초로 시험관 아기 임신에 성공한 것이다(1985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1978년과 불과 7년 차이다. 동양 최초 수정란 동결 임신 성공(1988년), 국내 최초 미세조작술을 이용한 인위적 수정 및 임신 성공(1990년), 국내 최초 고환에서 정자 채취 후 임신 성공(1995년), 국내 최초 비폐쇄성 무정자증 임신 성공(1996년), 국내 최초 착상전유전진단 통한 임신 성공(1996년) 등의 기록도 있다.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 양광문 센터장은 “병원 설립자인 이동휘 박사는 해외 학회 참여와 연수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 유독 관심이 많았다”며 “시험관 아기를 통한 체외 수정 기술 역시 이러한 노력하에 우리 병원에 빠른 도입이 이뤄졌고, 현재까지도 이러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쳐 의료진이 신기술을 신속히 도입하는 데 열심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동휘 박사는 1974년 국내 최초로 산부인과 영역에 초음파 진단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수정란 동결 임신이란 수정란을 얼려 보관한 후 필요한 때에 이용해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는 과배란을 유도했을 때 보통 10개 정도 만들어지는 수정란 중 이식에 쓰이는 2~3개를 제외한 나머지를 버리지 않고 보관할 수 있게 한다. 난소암 등을 치료받기 전 건강한 수정란을 미리 채취해 보관하는 데도 쓰인다. 미세조작술을 이용한 임신은 정자를 직접 난자에 넣어 수정시켜 임신을 유도하는 것이다. 비폐쇄성 무정자증 임신은 정상 정자가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미성숙한 정자를 추출·배양해 성장, 수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착상전유전진단은 반복적인 유산을 일으키거나 유전병을 유발하는 염색체나 유전자를 식별해 정상 수정란을 채택,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 내부 (사진=헬스조선 김지아 기자)

30명 넘는 대규모 인원, 난임 치료 매진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의 의료진과 연구진은 모두 합쳐 33명이다. 교수급 의료진 8명과 전임의 4명, 연구원 21명이 소속됐다. 대학병원을 제외한 민간 병원 난임센터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제일병원 민응기 병원장도 아이소망센터의 구성원으로 환자를 보고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 설비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양광문 센터장은 “시험관 아기 시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곳이 배양실”이라며 “난임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병원 배경 덕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 습도, 온도, 기압, 유해물질 차단 등의 배양실 환경 조건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정란의 변화를 매 시간별 확인할 수 있는 타임랩스, 수정란 개별 인큐베이터 등 최신 기기도 도입된 상태다.

 

난임 의료진이 직접 원인 질환 수술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가 다른 병원의 난임 센터와 다른 점은 센터 내 의료진이 난임의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수술을 직접 진행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난임 센터는 수술이 필요하면 센터 밖 종양 수술 전문 의료진 등에게 환자를 의뢰한다. 하지만 난임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가 수술하면 진단이나 수술 과정을 좀더 난임 해결에 적합한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단순히 종양을 떼어내는 데 그치기보다는 ‘임신을 위한 수술’을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 양센터장은 “우리 센터 의료진은 모두 수술 치료에 특화돼있으며, 국내 난임 센터 중 유일하게 배에 구멍을 하나만 뚫어 진행하는 단일 복강경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는 체외 수정을 무리하게 권장하기보다 난임의 원인을 먼저 찾고, 수술 등을 통해 원인을 제거하는 데 먼저 힘쓴다. 지난해 제일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약 7만 명인데, 시험관 아기를 시도한 건수는 2200건 정도로 전체의 약 3%에 불과했다. 양 센터장은 “시험관 아기를 시도하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최대한 자연스러운 임신을 돕는 것을 우선으로 여기는 우리 센터의 방침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그래야 다음 임신 시도 시 별다른 문제없이 성공할 확률 역시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착상전유전진단, 습관성유산 치료 특히 자신 있어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는 12개 전문 클리닉을 만들어 난임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착상전유전진단클리닉·습관성유산클리닉·미혼여성클리닉·남성불임클리닉·자궁내막클리닉·난관불임클리닉·난소기능부전클리닉·월경장애클리닉·자궁기형클리닉·다낭성난소증후군클리닉·불임내시경수술클리닉·가임능력보존클리닉이다.

이 중 착상전유전진단클리닉과 습관성유산클리닉은 제일병원이 국내에서 가장 앞서는 분야다. 착상전유전진단(PGD)은 제일병원이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은 열 곳이 채 안 된다. 습관성유산클리닉은 말 그대로 습관성유산의 원인을 찾고 치료하는 곳이다. 습관성유산이란 연속 2회 이상 자연유산이 반복되거나 임신 5개월 이전의 자연유산이 3회 이상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양 센터장은 “습관성유산 치료에 대한 개념 자체가 국내에 없을 때 우리 병원이 이를 도입해 연구를 시작했다”며 “지금까지도 국내의 습관성유산의 치료 방향을 우리 병원에서 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 전문 의료진들 (사진=헬스조선 김지아 기자)

올해, 세계 30례 미만 희귀 사례 임신 성공시켜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는 최근 임신이 매우 어려운 상황의 여성 환자에게서 건강한 쌍둥이 출산을 성공시켰다. 환자 박모(37)씨는 2012년 9월 태아를 사산한 후 제왕절개 시 과도한 출혈로 뇌의 호르몬 분비 기관인 뇌하수체 기능에 이상이 생긴 상태였다. 이로 인해 몸에 호르몬이 거의 분비되지 않았다. 박씨는 2012년 12월부터 제일병원 내과에서 인슐린, 부신피질호르몬, 갑상선호르몬 분비를 돕는 치료를 받던 중 임신을 원해 2015년 6월 호르몬을 외부 주입시킨 후 체외 수정을 시도했다. 그리고 지난 3월 제일병원에서 건강한 남녀 쌍둥이를 분만했다.

양 센터장은 “이와 같이 과다 출혈로 뇌하수체에 혈액 공급이 안 돼 호르몬 결핍이 생긴 여성의 분만 성공은 세계적으로 30례 미만의 희귀한 사례이고, 특히 쌍둥이의 분만은 거의 없었다”며 “곧 해외 학회에 증례를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아닌, 세계 최고 난임 센터 꿈꿔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는 매주 전체 의료진이 모여 회의를 한다. 한 주에 총 두 차례의 회의가 있는데, 한 번은 의료진만 참석해 환자 증례와 치료법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다.

다른 한 번은 의료진 외에 연구원, 간호사가 함께 참여해 환자의 치료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한다. 양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소문났을 정도로 의료진 사이 친밀도가 높지만 회의 중에는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치열한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아이소망센터 연구진은 새로운 연구결과를 계속해서 학회에 발표 중이다. 현재는 착상 시기 자궁 내 혈류량과 착상 성공 여부와의 관계를 밝혀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연구 내용을 2015년 <미국생식면역학회저널>에 발표했고, 2014년에도 <대한산부인과학회저널>에 실어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착상 시기에 혈전이 생기는 등의 이유로 자궁 내막 혈류가 줄면 착상률이 낮아지고, 자궁 내막 혈류량을 늘리면 착상률이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양센터장은 “우리 센터의 목표는 세계 최고 난임 치료 기관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며 “난임 해결뿐 아니라 이후 산모의 건강과 아이의 건강까지 책임지는 센터가 되도록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이소망센터 진단·치료 절차 간략 소개
첫 방문 시 난임 원인을 찾기 위한 초음파검사, 호르몬검사, 정액검사, 나팔관검사 등을 한다. 검사로 이상 여부가 밝혀지면 그에 따른 치료를 하며, 이상이 없으면 복강경이나 자궁내시경 등을 이용한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원인이 호르몬 이상 등에 의한 배란장애라면 배란유도제를 이용해 임신 시도를 하고, 정액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비뇨기과 진료를 거쳐, 해결되지 않을 때 인공수정을 한다. 양측 나팔관이 막혔는데 수술로 교정할 수 없거나, 무정자증으로 인해 채취할 정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체외 수정을 시도한다.

인공수정 정자를 자궁에 주입해 수정시키는 것
체외수정 정자와 난자를 몸 밖(시험관)에서 수정시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