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조현병, 1년에 주사 4회 맞으면 정상 생활 가능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6/06/01 05:00
환자 50만명 추정, 80% 치료 안해
도파민 균형 맞춰 정신기능 유지
약 끊으면 재발… 평생 관리해야
편의성 높인 다양한 제형 개발
조현병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시스템이 망가져 정신기능에 이상이 생긴 병이다. 조현병이 왜 생기는지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나라와 인종에 상관 없이 인구의 1% 정도가 조현병 환자다. 이를 우리나라 인구에 대입하면 환자 수가 50만명은 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 환자 수는 10만명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그나마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으로 이름을 바꾼 후 인식이 개선돼 점차 늘어난 것"이라며 "나머지 40만명은 치료를 숨기거나 병이 있는지 알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약 중단하면 저항성 생겨 치료 더 안 돼
조현병은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치료는 도파민의 균형을 맞추는 약을 쓴다. 완치가 가능한 병은 아니기 때문에 평생 약을 써야 한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약을 끊으면 쉽게 재발한다. 망가진 뇌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치료를 중단한다. 치료 중에 변비, 입마름, 운동이상, 기분 처짐 같은 이상 증상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환자 중 절반 이상이 2년 이내에, 치료 5년 이후에는 82%가 재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는 "조현병 환자는 자기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능이 떨어져 조금만 좋아져도 치료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약을 끊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 약에 대한 저항성이 생겨 더 강한 약을 써야 한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상우 교수는 "재발과 치료를 반복하면 결국 도파민과 관련된 뇌 조직이 쪼글어든다"며 "그러면 언어, 기억, 추론 같은 인지기능을 비롯해 다른 사람의 말이나 감정을 이해하는 사회적 기능이 떨어져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1년에 4번만 맞아도 되는 주사제 나와
조현병은 약을 꾸준히 쓰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환자가 조금이라도 쉽고 꾸준하게 약을 먹을 수 있도록 물 없이 혀에서 바로 녹거나 마시는 물약 등 형태가 다양하다. 최근에 많이 쓰는 약은 인베가 서스티나 같이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다. 방향제와 비슷하게 주사를 맞으면 근육에 약이 저장됐다가 조금씩 꾸준하게 방출된다. 매일 먹을 필요가 없어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베가 서스티나는 조현병 진단 후 범죄사건에 연루된 환자 44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증상이 재발하기까지 416일이 걸렸다. 이는 일반적인 먹는 약(226일)의 약 2배나 된다.
최근에는 세 달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주사제도 개발됐다. 1년에 네 번만 주사를 맞으면 조현병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쓰고 있고 국내에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권준수 교수는 "조현병은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얼마든지 관리가 가능한 병"이라며 "편의성을 높인 약의 개발로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인식개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