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게임 중독, '뇌 질환'으로 인식해 치료해야

서정석 · 건대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2015/09/09 09:00

[메디컬 포커스] 중독

▲ 건대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정석 교수

7년째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50대 환자가 최근들어 불면증과 건망증, 무기력증 등으로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필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밀검사를 제안했고, 뇌 영상검사 결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뇌 위축이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흔히 중독을 의지 박약이나 습관의 정도가 심한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중독은 뇌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우리 뇌에는 쾌락중추라고 부르는 보상회로가 있다. 어떤 물질이나 행위에 의해 쾌락중추가 자극받으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는 진통제 역할을 하는 오피오이드라는 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행복감과 즐거움,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보상회로는 칭찬을 받거나 목표를 이루었을 때, 새로운 지식을 깨달았을 때, 엄마와 아가 사이에 애착이 형성되었을 때와 같은 상황에 작동해 쾌감 또는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다음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동기 부여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약·게임·도박 등으로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면 보상회로의 작동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에 영향을 끼쳐 결국 충동을 억제하고 조절력을 상실하면서 중독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중독에 빠질수록 뇌 건강은 위협을 받는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자의 뇌는 정상인과 달리 뇌 세포의 크기가 현저히 작고, 뇌 전두엽의 회백질의 부피 자체도 줄어들어 있다. 중독을 방치하면 뇌가 더 빨리 망가져 치매가 발생하는데 이는 노인성 치매와 원인만 다를 뿐 증상은 비슷하다. 더불어 뇌 이상으로 성격 변화, 성기능 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장애, 불안장애, 충동조절장애 등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유·아동, 청소년 등은 중독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 시기에는 뇌는 가변성이 높아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고, 더 쉽게 중독에 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소년기까지는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자극의 강도와 빈도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 중독 전문가들은 중독이 의지나 습관의 문제가 아닌 일차적 뇌 질환이라는 인식과 함께 예방·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포럼을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독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의지, 습관의 문제가 아니며, 뇌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가족, 사회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중독에 대한 인식개선 및 정책 수립을 통해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