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탄산음료 마신 후 양치질, 30분 뒤에 해라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6/14 08:27
더운 여름이 되면 시원한 음료를 찾게 된다. 물을 마시면 좋겠지만 시원한 탄산음료나 스포츠음료의 유혹을 떨쳐버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음료의 잦은 섭취는 치아의 표면을 부식시켜 시린 증상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작은 충격에도 치아가 부러질 수 있는 상황에 이르게 한다.
실제로 박재홍 경희대병원 소아치과 교수팀이 산성도가 높은 음료수에 노출된 시간에 따른 치아 표면과 음료를 마신 후 바로 양치했을 경우 치아 표면의 변화를 실험한 결과, 콜라와 같은 산성음료가 치아부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라에 한 시간 노출된 치아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해 보니 정상 치아와 현저한 차이를 보였는데, 정상 치아는 표면이 매끈한 데 반해, 콜라에 노출된 치아는 중간중간 구멍이 뚫린 것처럼 녹아 있었다. 또 콜라를 마신 직후와, 콜라를 마시고 타액에 30분 정도 중화된 후 양치질을 해 두 치아 표면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콜라를 마시고 30분 정도 경과된 뒤 양치질을 하는 것이 치아 부식의 정도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타액이 입안으로 들어온 산을 희석시켜 pH를 높여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재홍 교수는 “산성음료를 마신 후 바로 칫솔질을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우리가 사용하는 치약에 치아표면을 닦아내기 위한 연마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산성음료를 마신 직후 양치질을 하면 음료에 의한 부식효과에 연마제 작용이 더해지기 때문에 치아표면의 마모가 증가된다. 그러므로 산성음료를 마신 후 바로 칫솔질을 하기 보다는 물이나 양치액으로 가글하거나, 타액의 중화작용을 기다리기 위해 30분에서 1시간 정도 후에 칫솔질을 하는 것이 좋다.
치아부식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산성음식의 소비를 줄여야 하고, 우유나 치즈 같은 치아 표면을 단단해지도록 돕는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산성음료를 먹을 때는 조금씩 천천히 마시는 것보다 빨리 마시는 것이 좋고 빨대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린이를 달래기 위해 과일주스를 계속 마시게 하는 것도 부식증의 위험을 높여준다. 특히 밤에 마시면서 잠들게 하는 것은 치아부식과 치아우식 모두 유발할 수 있다. 잠자기 전에 불소양치액으로 가글을 하면 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월드컵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탄산음료 외에도 맥주를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맥주도 pH4정도로 산성음료 중 하나이다. 맥주의 산성도는 콜라나 오렌지주스보다는 약하지만 마찬가지로 마신 후 바로 양치질을 하면 치아부식증 유발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 치아부식증 VS 치아우식증
치아우식증(충치)이 세균에 의해 치아를 구성하는 무기질(미네랄)이 녹아 없어지는 것이라면 치아부식증(dental erosion)은 세균과 무관하게 화학적 작용에 의해 치아의 경조직이 소실되는 것이다. 즉 산에 의해 치아표면이 녹는 것을 의미한다. 치아의 최외층을 구성하는 법랑질이 부식되면 치아의 색이 노랗거나 어둡게 변색되고 더 진행되면 법랑질로 둘러싸여 있던 상아질이 노출되는데 이럴 경우 찬 온도, 뜨거운 온도, 단 음식 등에 대해 매우 시린 증상이 유발된다. 실제로 치아부식증을 유발하는 탄산음료, 스포츠음료, 과일주스 등 산성음료의 산도(pH)를 측정하면 2.0~3.5 정도로 강한 산성을 띄고 있다. 이 정도 수치의 낮은 pH는 치아 표면을 부식시키기에 충분하다. 여름철 자주 찾게 되는 탄산음료는 대부분 산성이고 또한 다량의 설탕이 함유되어 있어 부식증 외에 우식증(충치)의 위험도 높다.
※ 음료의 산도
pH7(중성)을 기준으로 그 이하 pH0-6은 강한 산성, pH8-14를 알칼리성으로 구분한다.
-콜라, 사이다 : pH2~3
-오렌지쥬스 : pH3~4
-맥주 : pH4~5
-물(중성) : pH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