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김지혜, 가슴 커지게 한다는 벨소리 듣더니‥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 유미혜 헬스조선 인턴기자(서강대학교 국문학과 4년)

이미지

운동이나 수술, 가슴패드의 도움 없이도 가슴을 크게 만들 수 있는 휴대전화 벨소리가 있다면 어떨까? 지난 9일 KBS 2TV '스펀지2.0'은 전세계 여성들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든 그 기적의 벨소리에 대해 소개했다.

이 벨소리는 얼핏 들으면 시끄러운 소음 같기도 하고 또 헤비메탈 록 음악처럼 들리기도 하는 거친 기계음이다. 제작자인 일본인 히데토 토마베치 박사는 “2003년 처음 개발한 후 7년 동안 미국과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대체로 2~3cm정도 가슴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루에 20번씩 10일 정도만 들으면 가슴이 커진다고 하는 이 벨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음원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뇌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와 똑같은 반응을 하도록 제작됐다. 여성이 아기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음원 소리를 들으면, 뇌에서 반응하여 젖샘이 분비되고 이로 인해 가슴이 커진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 배명진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교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러한 신체적인 변화는 음원이 심리적인 동조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즉, 벨소리에는 아기가 우는 듯한 소리의 바이브레이션과 엄마가 숨 쉬는 듯한 저음의 안정감이 동시에 느껴지도록 고안됐다. 이런 소리가 청각을 통해 머리를 자극하게 되면 연상기억을 통해 옛날의 추억이 떠오르게 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젖샘을 자극하게 된다.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뇌로는 들을 수 있는 메시지가 벨소리 안에 담겨있고, 바로 이것이 신체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에서는 작은 가슴 때문에 ‘하니’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개그우먼 김지혜가 직접 실험녀로 나섰다. 먼저, 실험 전 3D스캔으로 정확한 가슴둘레를 측정했다. 그 후에는 하루 종일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한번에 30초씩 하루 20회 이상 꾸준히 청취했다. 2주 후, 다시 가슴둘레를 측정한 결과, 가슴 사이즈는 89.2cm에서 89.4cm로 0.2cm 커졌고, 체중은 0.5kg줄었다. 전체적으로 가슴 및 허리 사이즈는 증가하고 엉덩이와 하체 사이즈는 감소한 것이다. 이번에는 여대생 4명에게 같은 방법으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4명 중 2명의 가슴 사이즈가 늘었다. 각각 1.6cm 와 1.2cm 증가했다.

국내 의사들은 이 벨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미지

조지현 계명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유즙분비 호르몬이 분비되면 유선이 발달하면서 유방이 커지는데, 유즙분비 호르몬은 아이가 엄마의 젖을 빨 때 가장 많이 분비되게 된다”며, “여성의 모성을 자극하는 아기 울음소리와 비슷한 음원을 들려줬을 경우에도 아마 유즙분비호르몬이 분비되어 가슴이 커질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혁재 관동대 명지병원 유방센터 교수는 “여성의 가슴 사이즈는 생리시기에 호르몬 작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커졌다가 생리가 끝나면 다시 줄어드는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자연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며, “산모가 수유를 끊으면 유방이 작아지듯이, 설령 음원을 듣고 가슴이 커졌다 할지라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 커진 가슴의 크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마법의 벨소리에는 가슴확대 뿐만 아니라 허리와 배에 있는 지방을 가슴 쪽으로 이동시키라는 명령어도 포함돼 있어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히데토 토마베치 박사는 “남성의 경우 젖샘이 분비되는 음원은 사용할 수 없지만, 지방이 이동하는 음원은 적용이 가능하여 배가 나온 사람이나 등에 지방이 가득한 사람의 경우 바로 가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펀지2.0 제작진은 개그맨 유민상에게 실험을 하게 했고, 그 결과, 오히려 가슴둘레가 2cm나 줄었다. 반면 그의 몸무게는 142k에서 149kg으로 3kg이나 감소했다. 가슴이 커지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히데토 토마베치 박사는 “기본적으로 음원을 듣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음원을 의식하면서 집중하여 들어야 신체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2003년 벨소리가 개발된 후 일본에서는 한 달을 들어도 변화가 없었다는 사람부터 듣자마자 바로 가슴이 커졌다는 의견까지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스펀지 게시판과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어떻게 하면 벨소리를 다운받을 수 있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몇몇 국내 의료진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이런 벨소리를 호기심으로 계속 듣다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송정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외과 교수는 “아기 울음소리와 비슷한 음원만으로 여성의 뇌하수체를 자극하여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긴 하지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혈액 검사와 같은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위적인 자극을 통해 에스트로겐 분비를 촉진할 경우 나중에 유방암에 걸릴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헬스조선 서비스